거리에서도, 전철에서도, 버스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한 곳을 향한다. 다름 아닌 손바닥의 핸드폰이다.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더 이상 떼어놓을 수 없는 저마다의 필수품이되었다. 한마디로 물아일체라고 할 수 있겠다. 하기야 핸드폰만큼 편리한 물건이 또 있을까.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은행에 갈 일이 있을 때, 친구에게 선물을 할 때, 모두 손가락 하나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SNS를 통해 지인들과 일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요즘 내가 제일 요긴하게 쓰고 있는 핸드폰 기능이 메모장이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지 핸드폰만 옆에 있으면 즉시 메모를 할 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볼펜과 메모지가 필요하지 않다. '브런치스토리'에 입문한 계기도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을 하면서부터다. 그런데 핸드폰을 자주 사용하다 보니, 시력이 많이 떨어졌다. 화면이 작은 데다 장시간 사용하여 눈이 쉽게 피로해진 탓이다. 화면이 크면 좀 괜찮을까 하고 태블릿을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인터넷 검색과 브런치 글을 열람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이면 족하다. 굳이 사양이 좋을 필요는 없다.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은 큰 아이의 도움을 받아서 선택을 했다. 출시된 지 몇 년 지난 가성비가 좋다는 모델로. 다음날 인터넷으로 주문하려니, 비회원으로 주문했던 업체도 회원가입을 하도록 바뀌어 있다.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회원가입을 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 일이다. 광고문자도 자주 날아와 귀찮게 할 것이 뻔하다. '아휴 귀찮아. 물건 사기도 힘드네.' 큰 아이에게 주문해 달라고 카톡을 보냈다. 5분쯤 지나자 주문했다는 답장이 왔다. 빠르기도 하다. 귀찮은 거 간단히 해결.
젊을 때는 업무용 전자기기가 새로 나오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신제품 설명서를 따라 작동해 보며 새로운 기능을 익히는 것도 재미가 쏠쏠했었다. 연배가 있는 선배들이 새로운 전자기기에 관심이 없는 것을 보면, '저러다 일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새로 나온 기기가 궁금하지도 않은가'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나 역시 쉰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점점 복잡한 것이 싫어졌다. 귀찮은 일도 많아졌다. 배달앱을 이용한 음식주문, 통신판매 상품 주문,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 등 조금만 복잡하면 아이들 찬스를 이용한다.
직장 생활할 때 업무용 프로그램이 그랬다. 처음 배울 때는 어설프고 어렵게 느껴진다. 어설프고 어려워도 숙달되면 운전처럼 능숙해졌다. 그때와 나이가 든 지금 무엇이 다를까. 바로 '귀찮음'이 많아진 것이다. 나이 들었다는 말이 싫으면서도 귀찮아한다. 이제부터라도 귀찮음을 내려놓고 하나하나 배워봐야 되겠다. 늘어가는 주름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마음까지 늙어갈 수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