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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Jul 24. 2024

'브런치스토리'의 문을 열면서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다." 어디서 들어 본 듯한 말이다. 오랫동안 몸이 아파보니 세상 이치를 깨달은 성현군자의 명언이 따로 없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심지어 암에 걸린 사람도 운동으로 완치되었다는데, 허리와 무릎이 아프니 마음 놓고 운동도 할 수가 없다. 이보다 더 답답한 일이 또 있을까. 직장생활에 얽매여 여행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퇴직하면 마음 놓고 여행 한번 실컷 해야 되겠다던 희망도 산산조각이 난 지 오래다.



이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인가? 가슴에 돌덩이를 올려놓은 듯 답답하기만 한데, 어디 마땅히 하소연할 곳도 없다. 어디선가 글을 쓰면 마음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핸드폰 메모장에 두서없이 하소연을 늘어놓다가 보니, 답답하던 마음도 점차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나서 주저리주저리 써 내려간 글들을 읽어 보았다. 보기 좋게 정리해 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제별로 제목도 붙이고 에세이 형식을 흉내 내다가 보니, 핸드폰 속에 나만의 에세이집 

하나가 생겼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띄어쓰기가 잘 되지 않았다. 우연히 '브런치스토리' 홈페이지의 글쓰기 페이지를 보니 '맞춤법 검사' 기능이 있는 것 아닌가.


"오호라! 나한테 딱이네? 살짝 맞춤법 검사 기능만 이용해 보자"


핸드폰 글을 복붙 해서 오탈자를 수정하고 저장했다가, 다시 복사하여 핸드폰에 저장하니 꽤나 편리했다.

브런치 글쓰기 기능을 이용하고 2주 정도 지날 즈음, 핸드폰에 메시지 알림 창이 떠 있다. 작가 신청을 해보라는 '브런치스토리' 운영진의 메시지였다. 카톡 프로필에 사진도 올리지 않는 성격인데, 내 얘기를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망설여졌다. 며칠 후, 호기심에 개인 신상이 드러나지 않을 글들만 한번 공개해 볼까 하고, 글과 함께 신청을 해 보았다. 다음날 바로 작가로 모신다는 취지의 메시지가 왔다.


"어라! 브런치 글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닌 줄 알았는데 나보고 작가라고?"


정말 너무 쑥스러웠다. 아마도 요즘은 회원수를 늘리기 위해 문턱을 많이 낮춘 것 같다. 그냥 '정회원' 정도로만 칭하면 어떨까. 작가라는 말은 너무 과분하니.




이제 글도 올렸으니 다른 작가님들은 어떻게 쓰는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브런치에 입문하기 전에는 거실 TV에 정치 유튜브를 틀어놓고 짜증만 더해 갔었다. 대형화면에 브런치글을 띄워 놓고 읽으니, 자세도 편하고, 마음도 편해지고 일석이조다. 평소 관심이 없던 역사를 재미있게 설명하는 글, 울릉도로 첫 발령을 받은 초임 공무원의 좌충우돌 적응기, 달콤한 신혼생활을 담은 글, 작가가 되고 싶은 간절한 염원이 느껴지는 글, 외국생활의 애환을 담은 글 등 온 세상 삼라만상을 보는 듯하다.



그중에 결혼생활의 갖가지 희로애락을 재치 있는 글솜씨로 재미있게 그려낸, 온벼리 작가님의 글은 24화를 앉은자리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모두 읽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아내의 애달픈 심정과, 효심 깊은 착한 아들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낸, 김수정 작가님의 연재 글을 읽을 때는 중년의 끝을 잡고 있는 남자도 코끝이 시큰해졌다.




브런치에서 다양한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보면, 몰랐던 새로운 상식도 얻게 되고, 나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의 안정도 찾게 된다. 예전에는 통증이 오면 아픈 것 보다도 짜증이 나서 못 견딜 지경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통증이 와도 이상하리만치 별로 짜증이 나지도 않는다. 글을 쓰고 브런치 글을 보면서 마음의 병이 치유되는 것 같다. '브런치스토리'가 나에게는 '최고의 명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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