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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Jul 17. 2024

옥수수의 계절이 오면 떠오르는 생각

나와 다르다고 틀린 것이 아니다.

아내에게 텃밭을 가꾸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옥수수를 따서 50통을 싸놨는데, 놔두면 맛이 없어지니 얼른 가져가서 삶아 먹으라고 했단다. 힘들게 키운 옥수수를 땡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땄을 것이니, 그냥 받아먹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무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렸을 테니, 무엇보다도 시원한 음식이 제일 반가울 터. 횟집에 들려 얼음을 넣은 물회를 포장해서 가져가기로 했다.


그런데, 한 시간쯤 지나서 핸드폰을 보니 택배 배달 예정 문자가 와 있다. 내 친구가 옥수수를 보낸 것이다. 갑자기 웬 옥수수 풍년? 두 집에서 보낸 옥수수를 아파트에서 모두 찌는 것은 만만한일이 아니다. 아내가 친구에게는 못 간다고 전화를 하려고 했다. 물회도 가져다주고 바람도 쐴 겸 조금만 가져오자고 했다. 하지만 옥수수밭에 도착을 하니 이미 포장을 다 해놓았다며 모두 차에 실어줬다. 고생해서 싸놨는데 덜어내는 것도 예의는 아닌 같아 그냥 받았다. 집으로 오는 길에 이웃집에 덜어주고 조금만 가져왔다.


집에 오니 내 친구가 보낸 옥수수가 도착해 있다. 멀리서 왔으니 먼저 까서 삶았다. 맛은 있는데 내 입맛에는 약간 딱딱한 듯했다. 친구네 가족은 딱딱한 것을 좋아해서 수확시기를 늦춘 것 같다. 큰아이는 딱딱한 것이 더 좋다면서 맛있게 먹는다. 아내의 친구가 준 옥수수는 알갱이가 연해서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우리처럼 연한 것을 좋아해서 일찍 수확을 했나 보다. 옥수수알이 꽉 차지 않은 것도 있는 것을 보면 옥수수 대공 위쪽에서 딴 것도 있는 것 같다. 아차! 누가 앞에 있었으면 텃밭 경험이 있다고 아는 척을 할 뻔했다.




년 전 텃밭을 가꿀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첫 옥수수를 따서 지인들에게 보내줬었다. 우리가 연한 것을 좋아하는지라 수확 시기를 며칠 앞당겼다. 남에게 보내는 것이니 옥수수 대공 아래쪽에 달린 실한 것들만 따서 택배로 보냈다.(옥수수는 대공 하나에 2개가 달리는데 아래쪽이 실하고 위쪽은 부실하다) 정작 남을 주고 나니 실한 것은 몇 개 밖에 없고, 위쪽에 달린 것들을 따서 우리가 먹었다. 며칠 후 옥수수를 받은 지인이 고맙다고 전화해서 한다는 첫마디가 "영글지도 않은 걸 땄냐?"이다. 딱딱한 것을 좋아하는 입맛이고, 격이 없어서 그랬거니 하면서도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보 농부가 제일 심기 쉬운 작물이 옥수수라고 한다. 하지만 심어 보면 그냥 크는 것이 아니다. 봄철에 미리거름과 비료를 사서 뿌려둔다. 관리기를 가진 동네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여 밭을 갈고, 괭이로 이랑을 만들어 비닐을 씌운다. 모종을 사다가 쪼그리고 앉아 심고 나면, 허리가 아파서 농막에 한참을 누워 쉬었다가 일어나야 한다. 가뭄이 닥치면 지하수 호스를 끌어다가 일일이 물을 주는 정성도 들여야 한다. 세상에 뭐든지 쉽게 되는 일은 없다. 땡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수확을 하고, 우체국까지 차량에 싣고 가서 택배로 보낸 것이었다.



옥수수 입맛도 사람마다 다르다. 딱딱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 연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 모양보다 맛을 우선 하는 사람도 있다. 누구나 자신의 기호에 맞춰서 선택을 하고, 그 선택만이 정답이라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조금 안다고, 먼저 경험해 보았다고 "에이 그거는 아니야 이렇게 돼야지?"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단정해 버린다. 심지어 타박까지 한다. 나와 다르면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닌데.....,

어찌 됐든,  친구 덕에 올해도 맛있는 옥수수 맛을 보았다. 친구야 나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네가 준 것은 모두 맛있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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