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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세 May 23. 2024

"나만 사랑하기"는 만병 통치약이 아니다.

나만 사랑하니 따돌림을 당했다. 결국 환자가 되었다.  


아들러는 자기만 사랑하면 모든 심리적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을 철저히 반대하고, 자기 존중이나 자아 통합을 강조했다. 또, '사회적 관심'이라는 용어를 좋아했다. 독립성과 자기중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치료에도 철저히 반대했다. 벨라나 매킨타이어처럼 자기에게 도취해서 자신을 바라보는 '나만 위해서'란 관점을 비판했다. (롤로메이. 2015) -신장근 옮김


나는 왕따였다

나는 어렸을 때 반 친구들에게 여러 번 따돌림을 당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그 나이대 여자아이답게 처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를 지키는 법을 몰라서 내 기분이 상하더라도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반대 의견을 내면 사람들이 나를 미워할까 남의 눈치만 봤다.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좋았겠지만, 그런 행운은 내게 없었다. 이따금씩  곁에 온 아이는 자존감은 낮지만, 자존심은 다. 나를 종년처럼 부리며 내게 공주처럼 대우받는 것을 기대했다.



공부만 잘하면 되지 뭐

나는 점차 망가졌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이용하기만 했다. 진정으로 나를 아껴주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중학생이 되어서야 좋은 아이들을 몇 명 만났지만, 그땐 이미 내가 마음의 문을 닫은 상태였다. 내가 열여섯이 되었을 때, 나는 반에서 1등을 차지했다. 어른들은 성적에 따라 값어치를 매긴다는 걸 나는 일찍이 깨달았다. 아이들은 높은 성적을 선망하며 내 주변에 몰려들었다. 나는 타인과 관계 맺는 법을 알지 못했고 그들을 경멸했다. 내가 성적이 낮았다면 쳐다도 안 봤을 사람들이 내 말 한마디에 기민하게 반응하니 우스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나는 혼자 되는 것을 선호했다.



왜 내 편이 없지

사실, 두려웠다. 이미 인간관계에 많이 지쳐서 더 이상의 모험은 꺼려졌다. 내가 어리석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사람을 피하는 게 유일한 선택지였다. 이미 사람들이 나를 충분히 좋아해주는데 왜 굳이 진정한 친구를 사귀려 노력하겠나. 나는 그동안의 내 노고를 칭찬하며 사람들에게 뒷방 늙은이처럼 굴었다. 공부 얘기가 아니면 대화하는 걸 기피했다. 친구들은 교사보다 내 설명이 더 쉬웠기에 나를 좋아했다. 나는 그것 이외에 내 매력은 없다고 단정 지었다. '나는 공부를 잘하고 사람들은 내게 말을 걸어 줘. 더 바라지도 말고, 더 상처받지도 말자.'


나는 고립되는 것이 좋았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지만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열일곱이 되었을 때, 이상한 소문이 돌아도 아무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평소에 내 속마음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억울했지만, 친구가 더 많은 그 아이에게 질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나는 '나만 사랑하기' 신화에 빠져서 은근히 상대를 무시할 때가 많았다. 반 친구들은 겉으로 내게 티를 내진 않았지만, 서서히 불만을 표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반에 친구가 없는 채 한 해를 마무리 지어야 했다.




반 친구들이 나를 따돌릴 때마다 나는 'Love Yourself'를 성실히 실천했다. 아무도 내게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지 않으니, 나라도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내게 날카롭게 반응했고, 엄마는 왜 너는 친구가 없냐며 비꼬았다. 결국 나는 환자가 되었다. 이는 인간관계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만은 아니다. 잘못된 방법을 선택한 것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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