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꿈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by 문이


엊그제는 새벽에 악몽을 꾸었어요. 눈을 떠서도 그 감정이 지속되어 힘이 들더라구요.

꿈에서 김치가 담긴 반찬통을 엎질러서 주변에 다 튀었어요. 사실 성질 급한 저에게는 현실에서도 가끔 있는 일이죠.

그런데 말도 안 되는 건 제가 두 손으로 포기김치 같은 것을 몇 포기를 거머쥐고는 좀 떨어져 있는 큰 그릇에 던지는 거예요. 이건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양념이 다 흐르고 튈 텐데 던질 리가 없잖아요. 여기서 폭발 상황이 펼쳐져요. 던진 김치가 빨아놓은 옷더미 옆에 떨어진 거예요. 하필 그릇 옆에 빨래더미가 있더군요. 옷에 빨간 국물과 양념이 다 튄 거예요. 저걸 어떻게 치우나 속상해서 짜증을 내는데 누군가 도와준다며 나섰어요. 그러면서 빨래를 막 뒤섞으니 얼룩이 다른 깨끗한 빨래에까지 묻어요. 그 순간 저는 "제가 처리하게 놔두세요!" 하며 온갖 힘을 주어 악을 써요.


악을 쓰면서 눈을 떴어요. 꿈인데도 정신과 몸이 너무 피곤해요. 그 감정이 잠시 머물러 있어요.

문득 드는 생각이 '현실에 시달리면 꿈도 똑같이 시달리는 꿈을 꾸게 되네. 인간은 현실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존재일까?'


시간이 지나면 현실은 달라져 있죠.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현재는 힘들었던 과거의 상황과도 다르고요. 그럼에도 그때의 불안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은 과거의 기억이 저의 발목을 붙잡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900%EF%BC%BF20250701%EF%BC%BF213343.jpg?type=w966



그 꿈은 정말 개꿈이었어요. 저는 현재에 살고 있고, 과거의 기억은 과거일 뿐이죠. 불안과 두려움을 증폭시킨 것은 저의 객관적인 인식의 부재와 나약함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되었어요.


인간은 현실에 휘둘립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그 휘둘림 속에서 길을 찾아내는 존재이기도 하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내 힘으로 당장 뭔가 바꾸어보려는 데서 에너지가 소비비됩니다. 그것 또한 욕망이죠. 그 욕망에서 벗어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나의 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됩니다. 주어진 나의 일에 신경 쓰고 있다 보면 다시 평안한 상태에 이르는 시간이 찾아와요.


주변 세계와 상황을 내가 변화시키지는 못해도 나의 감정과 시간과 에너지는 내가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900%EF%BC%BF1751845003102.jpg?type=w966






매거진의 이전글눈칫밥 먹은 애가 더 잘 자라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