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여자한테만 잘해!

by 플레이런너


“스타벅스 커피 선물했어.”

“담당자가 여성이지? 당신은 여자한테만 잘해!”

아내가 놀리듯 한마디 툭 던졌다.

그 짧은 말이 내 가슴에 오래 남았다.

그 말 덕분에, 나는 조용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남녀를 막론하고 내 주변엔 공감이 깊고 부드러운 마음을 가진 여성들이 많을 뿐이다

그중 상당수가 우연히 여성이다.

예를 들면 나를 늘 응원해 주는 엄마, 누나, 조카, 처제들을 비롯해

거래처 담당자, 동기, 후배, 주민, 마을 관계자까지 포함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누군가는 나를 ‘여자만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기도 하겠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남자인 친구들이나 처남들과도 사이좋게 잘 지낸다. 특별히 싸워 본 일도, 불편한 적도 없다. 다만, 대화의 느낌이 다르다.


남자들과의 대화는 비즈니스나 술자리가 아니라면 대체로 무척 짧다.

“요즘 어때?”

“괜찮아.”

정도의 가벼운 안부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처제와 같은 여성들과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길어진다. 날씨 이야기에서 시작해 가족 근황, 요즘 기분, 작은 고민까지 스르륵 이어진다. 한마디 한마디에 공감과 위로가 오가는 그 대화는 용건만 간단히 하는 식의 소통과는 양과 깊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차이는 성별이 아니라, ‘공감의 근육’에 있다. 그 근육이 잘 발달한 사람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진다. 그들에게서는 특유의 여유와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처제들이나 여자 조카들이 먼저 보여주는 상냥함은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공감의 감각을 오래도록 키워온 결과일 것이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부드러움을 배운 사람에게서는 같은 향기가 난다.


최근 나는 동네 수영장에서 아쿠아로빅을 시작했다.

수영을 배울 때처럼 진도를 따라가야 하는 부담이 거의 없어서, 마음 편하게 즐기고 있다.

오십 명이 넘는 수강생 가운데 나 혼자 남자라는 게 조금 용기가 필요했지만,

어르신들은 온화한 말투로, 아쿠아로빅 선배답게 한 수 가르치며 다정하게 손을 내밀어 주셨다.

수업 중에 아쿠아봉을 잡고 자전거를 타듯 발을 구르며 물을 저을 때,

옆 레인의 아주머니가 늘 먼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신다.

잘 따라가지 못하는 나에게도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될 거예요” 하며 용기를 주신다.

그 한마디에 수영장의 공기가 사르르 풀리며 따뜻해지는 것 같다.

수업이 끝날 무렵, 나도 어르신들에게 가볍게 인사한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남은 하루도 행복하세요.”

그러면 돌아오는 상냥한 미소가 참으로 포근하다.

공교롭게도 내 주변에는 이렇게 공감을 잘하는, 부드러운 마음을 가진 여성들이 많을 뿐이다.


만약 온 세상이 누나나 처제, 조카처럼 다정한 사람들로 가득하다면 어떨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고, 매일이 소풍 같은 날이 될 것이다.

그런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 전 아들이 결혼했다. 며느리도 물론 여성이다.

하지만 우리가 잘 맞는 이유는 그녀가 여자여서가 아니다.

서로가 부드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결국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부드러움의 향기를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다.

수영장에서 만난 그 따뜻한 사람들처럼,

나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아버지로,

그리고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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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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