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동구 마장동 공유지 분할에 대한 이십여 년 소송 이야기
기각을 당했다.
사건번호 ‘2018 가합 504093 공유물 분할’ 기각!
사건번호가 ‘2018’이라는 것은 사건이 2018년에도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마장동 공유지 분할 추진을 위한 소송의 판결이 만 6년 만인 2024년에 내려졌다.
“기각!”
기각을 당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분명 이건 당했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남대문에 불을 지르는 사람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갈 정도다.
내가 살고 있는 마장동은 공유지이다. 마장동 497-12번지 외 14필지는 공유자 약 160인이 소유한 공유토지로써 만년 소외되고 낙후한 지역으로 남아 있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유지 분할 추진을 2005년부터 해왔다. 나는 마장동에서 많은 활동을 하면서 뿌린 씨앗들이 결국에는 우리 지역 문제인 공유물 분할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힘으로 뛰었다. 나름 많은 숙제를 해결했고 분할의 꿈이 코앞까지 왔다고 여겼다. 당연히 판사가 우리의 손을 들어줄 거라는 확신이 99%였다. 그동안의 재판 과정이나 분위기로 보아서도 그랬다. 하지만 전혀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나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며칠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병이 나기까지 했다.
마장동 토지의 역사를 살펴보면 일제 강점기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1966년부터 2001년까지 시행된 도시개발사업 중 마장동은 용두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환지 처분(1964. 9. 30. 서울특별시 공고) 되었다.
한편 마장동 구 451-5번지 13,821평의 지목은‘전’이었다.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인하여 도로 및 택지로 구획되어 해방 전에 이미 대부분의 구획정리가 마무리되었다. 1960년 용두지역에서 분필 되면서 지금의 고산자로와 소방도로가 뚫리면서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13,821평의 마장동 땅은 한 필지였다. 그래서 이 동네는 전부 451-5번지였다. 1960년 지금의 고산자로 도로가 뚫리면서 전체 하나의 필지였던 토지가 길이 나고 도로가 생기면서 15개 필지로 나뉘었다. 그런데 여기서 등기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마장동 공유지는 공유지 중에서도 상당히 복잡한 구조이다. 실제 내가 사는 곳 외에 수학적 지분의 등기가 있는 14곳의 필지를 더해야만 나의 등기 평수가 나온다. 소유자는 120명에서 시작해서 돌아가신 분들이 생기면서 지금은 약 160명이다. 160명이 하나의 등기를 함께 갖고 있다. 갑구의 권리뿐만 아니라 을구의 근저당 관련 설정도 모두 공유자는 알 수 있다. 그러니 한 필지의 등기가 참고서 두께 정도가 된다. 거기다 14개 필지를 다 더 해야만 내 등기 지분이 되는 것이다. 이런 등기이다 보니 재산권 행사에 여러 제약이 있다. 평수를 아무리 많이 소유하고 있어도 은행 대출은 불가하다. 대부분 개인 간의 거래로 근저당이 설정된 것이 전부이다. 실제 부동산의 가치도 바로 옆에 있는 단독 필지에 비해 삼십 프로 정도 저렴하다. 이런 까닭에 아주 오래전부터 공유지 분할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그 중심에 우리 어머니가 있었다. 1990년대 지인의 소개로 공유지 분할 전문가를 소개받아 몇 년을 어머니와 함께 작업을 했다. 난 이때만 해도 공유지가 무엇인지 개념도 없었다. 옆에서 두 어르신이 말씀하시면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느닷없이 사고가 났다. 공유지 분할의 전문가라는 분이 우리 집을 30평씩 세 번 매매를 해서 팔았다. 구천오백만 원이라는 엄청난 세금이 나와서 알게 되었다. 등기가 워낙 두껍고 한자로 쓰여있고 평소 등기를 확인하지 않았기에 모르고 있던 것이다. 그것을 이용해서 매매를 한 것이다. 어머니는 공유지분할에 필요한 인감증명서라 해서 동사무소에 같이 가서 발급을 해준 것이다. 그 인감이 바로 매매에 활용된 것이었다. 그 후 바로 소송을 해서 ‘원인무효’라는 판결을 받아 우리 땅의 지분은 모두 원위치가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마음은 완전 치명상을 입으셨고 이 일로 인해 병까지 얻게 되셨다. 또한 소송 비용과 손실 역시 어마어마했다.
이 십여 년 전 공유지 분할을 하기 위해 등기에 표시되어 있는 전 소유자를 엑셀로 기록하면서 마장동 토지 지분 구조를 파악했다. 소유자 변경을 마장동 등기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기록했다. 그랬더니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상식적으로는 토지 평수만큼 등기 지분도 같아야 한다. 즉 이것을 합의 1이라고 한다. 그런데 토지보다 등기가 더 많았다. 이유는 공유자 중에 한 분이 매매할 때 이전보다 평수가 많이 넘어온 것이 원인이었다. 그래서 초대형 로펌 태평양을 친구에게 소개받아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비용이 삼천만 원이었다. 이때만 해도 공유지에 대해 의논할 사람도 없고 조직도 없었다. 그래도 미래 투자라 생각하고 개인 돈으로 지불하고 재판을 시작했다. 몇 년 후 우리 동네를 개발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마장동에 입성한 대표님을 만나게 된다. 이때부터 인연이 되어 이 대표님과 함께 공유지 분할 추진을 하고 있다, 마장동 공유지의 분할을 위한 소송을 이십여 년간 이 대표님과 함께 열심히 진행하고 있다.
이런 역사와 세월이 묻어 있는 공유지 분할이기에 이번 판결 결과가 더욱 믿기지 않았다. 2006년부터 우리 동네 공유물 분할 소송과 관계된 재판을 보아 왔기에 재판부 판결에 대한 느낌이나 분위기를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보통 재판부는 1년 또는 2년 정도마다 가운데 앉는 주 판사가 바뀐다. 그런데 최근 이 년 동안 담당했던 이 판사는 매우 우리 측에게 우호적이었다. 늘 태도가 수동적인 국가, 서울시, 교육청 변호사에게 공유물 분할이라는 대국적인 차원에서 좀 더 적극성을 뛰어 달라고 할 정도였다. 처음에 우린 개별 분할은 소송에 시간도 돈도 너무 들기에 필지별로 분할하는 대분할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개별 분할의 방향으로 수용하고 재판부가 재시 한 측량, 감정까지 우린 모두 법원의 지시에 따라 진행을 했다. 그래서 도대체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 놓고 기각이라니?
지금 생각해 보면 기각의 의심이 하나 있기는 하다. 칠팔 년 전 도선사거리 동방빌딩(마장동 517)이 공유지 전체 소유주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오랜 세월과 큰 비용을 들여서 동방빌딩이 승소했다. 논리는 이곳은 공유물이 아니고 “구분소유적 공유 관계”라고 주장한 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현재 574번지 김우진이라는 사람도 똑같은 논리로 소송을 우리에게 하고 있다. 현재 우리와의 소송에서도 공유물 분할이 아니고 “구분소유적 공유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재판 과정에서 두 가지 요소가 치열하게 다투거나 싸우지도 않았다. 이 당시 동방빌딩은 한 필지이고 15개 필지에서 한 필지가 떨어져 나가도 지분 계산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승소했다고 우리 측 변호사는 얘기했다. 그동안 공유물 분할을 반대해 왔던 국가, 교육청의 주장도 비슷했다.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 우리 사무실에 많은 어르신이 찾아왔다. 그리고 내게 “나 살아생전에 꼭 공유지 분할이 되게 해 주세요. 분할이 된 멀쩡한 부동산을 우리 딸에게 주고 싶어요. 그때 엄마가 참 고생했구나, 엄마 고마워 이 소리 한 번 듣는 것이 평생소원입니다.” 이 어르신의 소원을 정말 함께 이루고 싶다. 최근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6년 동안 공유자 어르신 중에 상당수 어르신이 돌아가셨거나 신병에 이상이 생겼다. 현재까지 끌어온 1심처럼 또 육 년이 걸린다면 나 역시 육십 대 중반이 된다. 사실 재건축은 두 번째 문제이고 분할이 우선이다. 재건축까지 하면서 몇 년이 걸리는 것은 그렇다고 하지만 오로지 소송으로만 오육 년이 걸린다면 그것을 시간적으로 금전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또한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지부터 생각해 봐야겠다. 어찌 되었든 그래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고 기운을 내자, 그래서 좀 더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대응을 해야겠다. 그래서 짧고 굵게 하는 소송의 길을 찾아야 한다
기각을 당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생각하고 있을 때 공유자 한 분이 중구 쌍림동의 공유지 분할 사례 뉴스를 단톡방에 공유했다.
중구 쌍림동 182 일대는 1954년 87필지로 분할됐지만 법적으로 100여 명이 소유권을 공유하는 형태로 등재돼 개인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이 많았다. 공유자의 개인적 이용에는 불편함이 없지만 이를 개축·신축할 때에는 100여 명이 넘는 이들의 동의를 받아야 했기에 개인 재산임에도 행사에는 제약이 컸다.
이에 지난 2020년 6월 법무법인 엘플러스 윤용근 변호사의 제안으로 서울 중구청이 함께 나서 주민과 협의하고, 집단 공유 관계 해소에 동의하는 이들부터 간소화된 제소 전 화해 절차를 진행했다.
공유자 중 행방불명자와 제소 전 화해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을 대상으로는 상호 명의신탁 계약 해지를 원인으로 한 민사소송을 제기해 문제를 해결했으며, 결국 2024년 5월 모든 법적 소송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런 뉴스 기사를 보고 법무법인 엘플러스에 연락을 했다. 그래서 여러 번의 상담과 마라톤협상 끝에 우리 공유지를 맡기로 했다.
11월 9일 토요일 마장주민센터에서 마장동 토지 분할설명회가 있었다. 중구 쌍림동 공유지 분할을 해결한 법무법인 엘프러스의 진행으로 변호사 다섯 명과 약 120명의 토지 소유자와 가족들이 참석해서 성황을 이루었다. 그 후 후속 조치로 마장동 동원장 골목의 공유지 분할 사무실에서 2주 동안 토지 소유자에게 인감증명서와 서류작성이 진행되고 있다.
나에게 전화로 문의하거나 시간이 날 때면 그곳에 들렸다. 오신 분들 중 두 달 전 돌아가신 장인어른에 대해서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새삼 놀랬다. 우리 집 관리를 참으로 잘해주셨는데 아쉽다. 짜장면 같이 먹고 매우 친하게 지낸 사이였다. ‘아마도 아버님이 남다른 믿음과 신뢰가 있으셨기에 그곳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서울부동산을 유지했을 것이다.’ 하면서 말이다. 거기다 훗날 토지가 분할 되었을 때 숨은 공로자로 아버님에게 상을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에는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한 말들이었다.
난 동명초등학교 29회 졸업생이다. 이번에 동명초 출신 동기와 선배, 후배님 몇 명을 더 알게 되었다. 어렸을 적 모습 그대로라고 하면서 한 번에 알아봤다는 선배님과 동기도 있었다. 어찌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우리 집 삼 남매 중에서 나만 동명초를 나왔다. 누나와 형은 교대부속초등학교를 출신이고 내가 입학할 당시는 추첨 방식이라 떨어져서 동명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공유지 분할에는 오히려 동명 출신이어서 제격인 듯싶다. 동명파를 구성해도 될 정도로 동명초 소유자가 많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동네에서 나처럼 평생을 살고 있다. 그래서 이번 서류 작업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또한 그동안 없었던 토지 소유자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접했다. 통닭과 맥주를 사 오신 분, 빈대떡을 가져오신 분, 맛난 빵을 한가득 박스로 갖고 오신 분, 맛난 차를 갖고 오신 분, 고급술을 주신 분, 가족과 함께 보라고 연극 티켓을 주신 분, 그리고 많은 분이 개인 카톡으로 수고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이번에는 한두 번 고비의 허들은 있겠지만 잘 넘어가서 우리의 꿈인 토지 분할을 반드시 이루어야겠다. 모든 소유자의 소망이 모아 모아져서 하나의 기원문이 완성되었다.
“꿈은 이루어진다.”
모두 감사합니다.
”엄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를 도와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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