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 극복기
혼자가 트렌드?
"나 혼자 산다"가 방영한 지 12년이 지났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어느새 공감된다는 반응들이 많아졌다. 특히 기안 84는 찐으로 혼자서 소소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나혼산의 정체성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혼밥, 혼여, 솔로와 같이 혼자를 주제로 한 콘텐츠들이 많이 생산되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혼자 행복하게 잘 사는 게 어느샌가 쿨하고 멋있는 게 되어있기까지도 한 거 같다. 나만 해도 혼자 여행을 간다거나 바에서 혼자 술을 마신다고 하면 자기는 그렇게 못하겠다며 부럽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잠시 주변을 봐라. 커플보다는 솔로가 많고 인싸보다는 아싸가 많은 것을 느낄 것이다.
Who are you?
내가 성인이 되고 가장 먼저 알게 된 것은 인생은 결국 혼자이기에 혼자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내 소개를 하자면 나는 군대에 전역한 지 3달도 안 된 따끈따끈한 사회이등병이자 24살 대학생이다. 성격은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대부분이 상상하는 INFP 이미지 그 자체이다. 연애를 안 한지는 5년 가까이 됐다(여자? 그게 뭐죠?). 만나는 사람이라고 하면 고등학교 때 친구들 뿐이며 그마저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보는 친구 2~3명으로 간추릴 수 있다. 술자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있을까 말까이며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이런 생활이 익숙하다 보니 몇 년째 혼밥이나 혼여를 즐겨하는 편이다. 다들 나보고 어떻게 그렇게 혼자 잘 다니냐며 묻곤 하는데 어쩔 수 없이 혼자 다니다 보면 하기 싫어도 하게 되어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이 젊은이, 해보긴 했어?
종종 SNS를 보면 답답한 것이 있다. 대개 사람들이 아싸(아웃사이더)라고 하면 곽준빈이나 최우선 같은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아싸 탈출법이랍시고 다운펌을 해라 헬스를 해라 옷을 잘 입어라 등 어이없는 해결법을 콘텐츠로 만들고 공감을 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쉽게 외형만 가꾼다고 해서 인싸가 되는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의 경우만 하더라도 나는 어릴 적부터 패션이랑 그루밍에 관심이 많아서 항상 잘 꾸미고 다녀 외모와 스타일로 칭찬을 많이 듣고 군대에서 시작한 헬스도 2년째 죽기 살기로 하여 어딜 가든 몸이 좋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렇게 좋은 첫인상을 남길 수 있는 것뿐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사람들과 친해지고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그 이상의 노력과 성향이 좌지우지한다.
몇 년째 사람들을 만나려는 노력을 했지만 좀처럼 잘 되지 않았고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내 성향대로 만족하며 살아가고 싶다. 주변을 보면 그렇다. 내향적이고 사람들 만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 좁은 인간관계 속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부류와 내향적이지만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거나 다른 이유로 자신의 성격을 극복하며 살아가려는 부류. 나는 후자인 사람이었다. 동아리 활동도 8군데 정도에서 해보았고 직접 소모임을 만들어서 운영해보기도 하고 돈이 필요해서 하는 알바가 아닌 사람들을 만나려는 목적으로 알바도 해보았다. 하지만 인간관계가 크게 변하지는 않아 자꾸 패배감과 외로움만 심해졌다. 군 입대 전에는 이와 관련된 고민이 깊어지면서 정신의학과에 방문한 적도 있다. 그때 가장 힘이 되었던 것은 일기 쓰기, 하루키 책 읽기, 운동하기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상황이 나아진 것은 크게 없다. 그렇지만 마음가짐이 바뀌었고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니 홀가분하다.
결국 내가 느낀 것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것과 글로 배우는 것은 와닿는 정도가 다르다. 인간관계도 그렇고 모든 일은 집착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요즘 새삼 느끼고 있다. 돌고 돌아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듯 내 성향에 맞춰 만족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같이'보다 '혼자'가 트렌드이고 내향적인 성격이 이상한 게 아닌 하나의 성격으로 존중해 주는 시대에 이러한 주제로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인간관계에 서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공감이 되길 바라며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