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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n 25. 2024

소백산 구인사

가을 단풍이 아름다울, 깊은 곳

구인사는 소백산 기슭에 자리한 절로, 소백산 구인사라고 부른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규모의 절이라고 하는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작은 셔틀버스를 타지 않는다면 헉헉거리며 구인사 입구까지 가게 되니 면적이나 건물의 갯수를 직접 세어보지 않아도 규모가 크다는 말에 절로 수긍이 간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내비게이션에서는 보통 중부고속도로-광주 원주 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를 통과하는 길을 안내하는데, 2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고 나온다. 우리는 주말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 갈 때는 3시간 정도 걸렸고, 올 때는 늘어난 상행선 차량과 고속도로 사고 등으로 다섯 시간 가량을 길 위에서 보냈다.


친구가 내게 '구인사 어땠어?'라고 물어보길래, '올 가을에 또 가려고'라고 대답했다. 오가는데 고생을 좀 했지만, 절 안에서 청량한 기분과 힘찬 기운을 많이 느꼈다. 절간 구석구석에서 기도하고 절하며 좋은 생각을 많이 한 방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단풍이 좋을 거같은 가을에 한번 더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구인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참 올라가면 구인사 입구가 나온다. 가는 도중 구인사 터미널을 지나는데, 시외버스를 타면 여기까지 오게 된다. 터미널에서 구인사까지는 10분도 안걸린다.

20분 이상을 걸어올라가면 구인사 입구가 나온다


구인사는 소백산 구인사라는 말처럼 소백산 안쪽으로 줄지어 있는데, 올라가는 길 양 옆으로 부속 건물들이 자리를 하고 있다. 처음부터 계획을 갖고 지어진 것이 아니라 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하나씩 중건하며 구조를 맞추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모습이다.


안내도를 보면 참배 순서를 알려주는데, 우리는 그냥 오른쪽 전각들을 보며 올라가면서 기도하고 왼쪽으로 내려오며 또 기도했다. 다른 절과는 다른 구인사만의 특징이 있는데, 그건 대웅전보다 규모가 큰 법당인 대조사전에 부처님 불상이 아니라 창건 스님의 좌상이 있다는 것이다. 부처님 불상을 모신 대웅전은 대조사전을 가기 전 중간쯤에 있다. 앞만 보고 대조사전까지 올라가 법당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절과는 다른 낯선 풍경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간단한 설명만 읽고는 정성스레 기도하고 나오니 법당 밖에 있던 보살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신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많아 잠이 잘 안온다면 잠자리에 누워 '관세음보살'을 계속 읊어보라고 했다.

(아내는 구인사를 다녀온 후 잠자리에 누워 잠이 잘 안오면 알려주신대로 '관세음보살'을 계속 읊는데, 신기하게도 잡념이 없어지고 잠이 곧잘 든다고 한다.)

그림처럼 위로 올라가며 좌우에 전각들이 자리했다

우리만 잘 몰랐지, 구인사는 아주 유명한 절이다. 정치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유때문이 아니어도, 저 절간 중앙 마당이 구인사 김장하던 날이라는 제목으로 EBS의 유명 프로그램인 한국기행에 나오면서 사람들 시선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그 절마당 사진을 찍어 보았다.


그때의 영상이 궁금하다면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다.

'구인사 김장하던 날- EBS '한국기행'  

구인사 중앙 절마당-여기서 2만포기 김장을 한다

올라가던 길의 맞은편, 그러니까 안내도 그림의 왼쪽으로 내려오다보면 이런 통로도 지나올 수 있다.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경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대조사전 마당에서 뒤를 돌아보면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대조사전까지 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기는 사진으로, 나도 카메라를 열 수 밖에 없었다. 가을이 오면 저 산의 나무들이 얼마나 붉게, 아름답게 물들 지 상상이 안갈 정도였다.

단풍이 들면 저 산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구인사에서 내려와 단양읍내까지 차를 몰았다. 맛집을 찾아 식사를 하고 가려고 식당을 찾았는데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있었다. 마늘이 유명한 단양이라 마늘정식으로 유명하다는 집을 찾아갔는데, 아침부터 잔뜩 해놓았던 음식을 접시에 그저 옮겨담아 내온 것들이 입에 맞지 않고 맛이 없어 많이 남기고 일어서야 했다. 그냥 시장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먹었어도 될 걸하고 후회했다. 소백산 산속 구인사 법당에 우리가족의 건강과 행복 기원문을 남기고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기로 했다.


가을 단풍이 물들었을 구인사를 상상하며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 8시가 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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