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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긋 Dec 20. 2024

생태전환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실천사례공모전 장려상 수상

 학교에 출근하여 컴퓨터를 켜니 기분 좋은 메시지가 와있었다.

"선생님~ 혹시 2024년 OO학교자치 아이디어, 사례 공모전에 '용기 내어 말해요! 깨끗한 용기(급식판)로 만들어요!'라는 주제로 참여하셨나요? 선정 결과가 왔는데 O(내 이름에서 성)** 선생님이라고 되어 있어서요."


 참여하였다는 답장을 보내니 담당선생님의 답변 메시지가 또 왔다.

"축하드립니다. 혹시 확인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선정결과 알림 공문 첨부파일로 보내드립니다."

 첨부파일을 열어보니 장려상 12명 중에서 내 소속과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상금 5만 원도 지역상품권으로 받을 수 있어 바로 이 소식을 남편에게 알리고 축하를 받았다.  


 그렇게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3주 전쯤 우리 시 교육청에서 학교 현장 속 문제들을 학교자치를 통해 해결하는 아이디어 또는 실천사례를 공모하는 공문을 읽었다. 우리 시의 모든 학생, 학부모,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이었고 양식을 보니 별로 어렵지 않아 보여 평소 우리 반에서 실천했던 사례를 제출했다. 그 뒤로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주제
용기 내어 말해요! 깨끗한 용기(급식판)로 만들어요!

2. 배경 및 목적
 학교생활에서 제일 기다려지는 시간은 단연 급식시간이다. 특히 우리 학교의 급식은 다른 학교보다 맛있는 걸로 소문이 나있다. 영양 선생님과 조리원 선생님들의 정성스러운 손에서 5대 영양소가 균형 있게 잘 들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알맞은 급식이 날마다 탄생한다. 개인적으로 우리 학교 급식은 어느 식당보다 훌륭하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별생각 없이 급식을 받고 잔반을 많이 만든다. 학기 초에 급식 지도를 다음과 같이 하였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첫째, 먹을 만큼만 받아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둘째, 국물의 건더기는 다 먹되, 국물까지는 먹지 않아도 됨. 셋째, 잔반을 남기지 않을 경우 칭찬스티커 배부. 넷째, 칭찬스티커를 다 받기 위해서 억지로 먹지 않기. 다섯째, 밥을 꼭꼭 씹어 천천히 먹기.

 우리 아이들의 점심시간은 운동장에서도 놀아야 하고, 학원 숙제도 해야 하는 등 매우 바쁘다. 급식을 다 먹지 않아도 별다른 제약이 없으므로 조금 주라는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주는 대로 다 받아서 많이 먹지 않고 심지어 맛있는 디저트까지도 잔반으로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반은 아니었지만 까지도 않는 새 귤을 통째로 버리는 경우도 가끔 보았다. 어떤 친구는 용기 내어 조금만 주라는 말을 하는 것이 쑥스럽다고 하였다. 물론 담임교사가 골고루 먹으라고 지도하지 않아도 반에 3~4명은 날마다 잔반을 만들지 않았다. 가정에서부터 좋은 습관이 잘 형성된 것 같았다. 나머지 아이들이 별생각 없이 음식쓰레기를 만드는 모습을 관찰하고 잔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심한 끝에 ‘타이머제도’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10분 이상 동안 밥을 천천히 먹는 것이다. 초반에는 급하지 않게 먹고 평소에 먹지 않은 반찬도 맛을 보는 등 효과가 있는 듯하였으나 10분 타이머가 울리면 반의 대다수 아이들이 국 칸에 잔반을 모으고 우르르 나가는 모습에서 적잖이 실망을 하였다. 잔반 줄이기는 교사 한 명이 지시하여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지구와 자신을 위해서 스스로 실천할 수 있도록 약간의 도움을 주고자 했다.

3. 세부 내용
 우리 반 친구들도 학교 급식에서 잔반이 많이 나오는 문제를 실감하고 있었고 실제로 실천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을 자각하고 있어 이를 직접 해결해보고자 하였다. 학급회의 시간에 잔반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와 담임교사와 학생이 함께 조정을 하였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먹을 만큼만 받기 위해 ‘조금만 주세요! 덜어주세요!’ 용기 내어 명확하게 하기
2. 먹을 만큼만 받은 후 더 먹고 싶은 경우에 더 받아서 맛있게 먹기
3. 국물의 경우 건더기는 다 먹고 국물 남겨도 인정
4. 다 먹은 경우 칭찬 스티커 1개씩 배부
5. 칭찬 스티커 10개씩 모일 때마다 보상(스낵이나 문구류)
6. 알레르기나 도저히 못 먹는 음식은 미리 선생님께 알리기
7. 칭찬 스티커 받기 위해 억지로 먹지 않기
8. 지구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잔반 남기지 않기 실천하기
9. 양념류나 양념에 들어있는 고추나 멸치머리 등은 먹지 않아도 인정
10. 천천히 꼭꼭 씹어 먹고 급식부장에게 확인받기

4. 성과 및 향후 계획
 학생들 스스로 급식 시간의 규칙과 보상을 정하고(별다른 벌칙은 없다) 잔반을 줄이고자 실천하려는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였다. 확실히 타이머를 사용하였을 때보다 급식부장이 체크하고 칭찬스티커를 부여하니 눈에 띄게 잔반이 없는 학생들이 증가하였다. 첫날은 무려 20명 중 18명이 잔반을 남기지 않았다. 조금만 주라고 용기 내어서 말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실천했기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우리가 날마다 실천하는 작은 행동들이 얼마나 의미 있고 소중한 지 몸소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 반 20명 중 보통 3~4명의 학생들이 잔반 없는 깨끗한 용기(급식판)를 만드는데 급식시간의 규칙을 만들고 실천한 이후에는 적으면 7-11명, 많으면 12-15명의 학생들이 먹을 만큼만 받고 급식을 다 먹는 등의 드라마틱한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여전히 날마다 잔반을 남기는 학생들이 몇몇 있었지만 급식시간을 스트레스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그 이상의 지도는 하지 않고 있다.      

 평소에 급식을 다 먹지 않은 친구들도 잔반이 없는 날을 경험하면 스스로 뿌듯함도 많이 받고 지구를 위해 무언가를 실천하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고 한다. 보상 없이도 잔반을 남기지 않는 장면이 아름답겠지만 아직 초등학생들에게 보상의 기쁨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잘 적용하면 습관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앞으로도 우리 친구들이 용기를 내어 먹을 만큼만 급식을 받도록 표현을 잘하고, 잔반을 줄여 깨끗한 용기(급식판)를 낼 수 있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겠다.


 잔반 줄이기 활동을 하면서 담임교사인 나도 "조금만 주세요, 덜어주세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조리원 선생님들의 사랑이 넘쳐 음식을 한 움큼 집어 내 급식판에 담아주시면 "선생님, 절반만 주세요!"라는 말은 꼭 한다. 잔반을 남기지 않는 날은 나도 기분이 좋다. 하지만 억지로 먹지는 않고 잔반을 남길 때도 종종 있다. 이 실천사례는 용기 있게 말을 하는 것이 중점이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급식이벤트를 하는데 이 날 잔반을 남기지 않은 사람은 칭찬스티커 3배를 받는다. 확실히 먹을 만큼만 받기 위한 표현을 많이 한다. 물론 이런 이벤트에 신경 쓰지 않는 친구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잔반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인다.




 평소 생태전환교육에 관심이 많다. 생태전환교육이란 인간중심의 생활을 생태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교육이라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기후변화를 넘어서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는 인간들과 후세대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다방면으로 적용할 수 있다. 환경교육, 탄소중립교육,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 제로웨이스트, 기후위기교육 등 다양한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 2022개정교육과정에 발맞춰 생태전환교육에 관심이 많은 교사로서 올 한 해 5학년인 우리 반 친구들과 많은 활동을 하였다.


 1. 우리 교육청에서 실시한 '기후위기비상행동실천단'을 신청하여 40만 원의 예산을 받고 열심히 활동하였다. 산업폐기물인 양말목을 구입하여 방석, 가방, 티코스터, 키링 등을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자유롭게 만들었다. 양말목이 나오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니 매우 신기해하였고 새활용(업사이클)을 손수 하니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개인별 공기정화 식물을 구입하여 생태감수성을 키웠는데 연말이 되자 식물의 크기는 처음의 2-3배가 되어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제로웨이스트 키트를 통해 천연수세미와 대나무 칫솔, 고체치약을 사용해 보고 느낀 점도 공유하였다.


 2. 우리 구의 사업인 '초등학생과 함께 하는 자원순환의 날'도 개인적으로 신청하여 우유팩, 폐건전지, 투명페트병, 캔 등을 모아 재생휴지와 새 건전지로 바꾸는 활동을 하였다. 구청에서 자원순환 해설사 분들이 자원순환 트럭과 함께 오셔서 올바르게 분리수거하는 법을 알려주셨고, 그 자리에서 바로 물건을 바꿔주셔서 좋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젤리와 볼펜을 선물로 주셔서 그 기쁨은 배가 되었다. 교사인 나는 5학년 실과 '4단원 생활 속 자원 관리'와 연계 수업을 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


 3. 교육청에서 초등학교 5, 6학년을 대상으로 '생태독서'를 운영하는 학급을 모집하여 바로 신청을 하였다. 1년 동안 생태독서를 읽고 다양한 독후활동을 하였다. 지난 11월에는 생태독서를 읽고 그린 환경포스터를 생태독서 공모전에 냈는데 우리 반이 표창을 받아 아이들이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어렸을 때 길러진 감수성과 습관은 어른이 되어도 계속 이어진다. 생태감수성을 기르고 작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에 미약하지만 도움이 될 것이다. 미약한 힘들이 모여 거대한 힘으로 바뀔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실천하기 위해 나부터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갈 지구가 계속 푸르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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