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댄스의 좋은 점 5가지
스윙댄스를 시작한 지 만으로 10년이 되어간다. 스윙댄스란 스윙재즈음악에 맞추어 자유롭고 즐겁게 추는 춤이다. 솔로 스윙댄스도 있지만 주로 정해지지 않은 파트너와 즉흥적으로 춤을 추는 소셜댄스이다. 코로나로 인해 출빠 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내가 밟았던 트리플스텝의 물리적인 양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10년 동안 스윙댄스를 추면서 느꼈던 나만의 크고 작은 좋은 점을 솔직하게 풀어놓은 글을 누군가가 읽고, 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스윙댄스의 세계에 한발 다가서면 좋겠다.
출빠(出+bar, 춤을 추러 스윙동호회에 나감)를 한 날 스마트워치에 찍힌 걸음수는 2만 보 가까이 된다. 2시간 30분 정도의 소셜댄스를 감안하면 어마한 숫자이다. 이는 개인차가 있지만 나 같은 경우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은 거의 없고, 끊임없이 홀딩을 하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간혹 빠른 곡을 만나 패스트 린디합을 출 때면 숨이 헉헉댈 정도로 힘이 든다. 덕분에 춤추는 사람들의 열기가 가득 차 겨울에도 반팔을 자주 입는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스윙댄스를 하는 2시간 남짓의 시간은 나에게 매우 짧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을 즐겁게 할 수 있다니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스윙댄스를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홀딩을 하지 않은 시간(춤을 추지 않은 시간)에도 지루하지 않다. 좋아하는 스윙재즈 음악이 스피커에서 빵빵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도 매우 재미있는 일이다. 비즈니스 스마일인 아닌 진정으로 즐겁게 추는 사람들을 보면 나까지 행복해진다. 당연히 그날 음악을 전적으로 맡아주는 DJ분이 있고 매주 바뀌는데 각각의 특색이 있어 이 또한 매우 흥미롭다. 스윙댄스를 막 시작한 초보 시절을 포함해 심지어 최근까지도 음악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으나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보니 음악의 막대한 영향력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날 출빠의 성공 여부는 음악으로 많이 좌우된다. 어떤 음악이 나올지 모르지만 음악을 잘 듣고 음악의 분위기에 맞추어 파트너와 대화를 하듯이 춤을 추면 한 곡을 추더라도 '오늘 출빠 하기 잘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상대방의 화려한 춤실력보다 음악을 잘 듣고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사람을 개인적으로 더 선호하는데 이건 누구나 다 마찬가지일 것 같다.
스윙댄스를 할 때 티에 청바지 또는 운동복 같은 복장도 상관은 없다. 춤출 때 불편한 옷만 아니면 된다. 하지만 스윙댄스는 1920년대에 시작된 춤으로서 복고풍으로 입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빈티지 스타일의 옷을 입고 춤을 추면 정말 멋져 보인다. 남성은 양복을 여성은 원피스, 치마, 바지, 블라우스 등을 잘 매치해서 예스럽게 입는 것이 좋다. 특히 턴을 할 때 촤르르 펴지는 스윙댄스 치마를 입으면 자신감이 한껏 올라간다. 직장에서 입기 힘든 과감한 옷도 한 번씩 입어보기도 하고 색깔이 쨍한 옷에 도전하기도 한다. 한때 빈티지숍에 들려 스윙댄스에 어울리는 옷을 발견하는 게 재밌는 일 중의 하나일 정도였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도트무늬와 올드패션의 블라우스를 보면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스윙댄스는 자유로운 소셜댄스지만 기본적인 스텝과 패턴이 존재한다. 강습을 통해 그것들을 배우고 연습해야 소셜시간을 즐길 수 있다. 강습에 따라 다르지만 6주간의 정규강습이 끝나면 졸업파티를 하는데 이때 수강생들이 졸공(졸업공연)을 한다. 때로는 강습을 개강하는 날에 개강파티를 하기도 하는데 이는 동호회마다 조금씩 다르다. 파티의 경우 약간의 술과 맛있는 음식들이 준비되어 여느 소셜시간보다 더 업되어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이 날은 스윙댄스를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와서 즐길 수 있으므로 부담 없이 파티에 가도 된다. 이 외에도 핼러윈파티, 주년파티, 크리스마스파티 등 다양한 파티들이 있으며 드레스코드가 존재하여 사람들이 이 날은 특히 의상에 신경을 쓴다. 의상에 진심인 사람들은 분장까지 완벽하게 하고 온다. 의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끼가 많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우리 동호회의 파티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 있는 많은 스윙댄스파티에 가는 것도 매우 설레는 일이다. 대회 같은 행사나 파티에 참석하면 다양한 개성 있는 댄서들을 만날 수 있고 이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기도 한다.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스윙댄스이다.
스윙댄스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일단은 '자유로움'이라고 하고 싶다. 댄스스포츠처럼 정해진 파트너가 없어 소셜 시간에 다양한 춤 파트너를 만나게 된다. 우리 동호회의 친숙한 파트너가 될 수도 있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홀딩을 통해 새로운 분위기도 맘껏 느낄 수 있다. 타 지역에 여행 갔을 때나 심지어 해외여행을 갔을 때 소셜 시간이 맞으면 출빠를 할 수 있고 이는 인생에서 매우 짜릿한 경험이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국가의 사람들이 스윙댄스를 추므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춤으로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은 한번 사는 인생에 있어 두근거리는 일이다. 새로운 음악과 새로운 파트너 때로는 새로운 나도 만날 수 있다. 내 안에 나도 모르는 내가 나오기도 한다. 직장인으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가 아닌 오롯이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마음이 맞는 스윙댄스 친구들과 막춤이나 라인댄스를 출 때면 잠시 나를 내려놓기도 한다. 진정한 자유로움을 맛보고 싶다면 춤을 춰야 한다. 각자 취향에 맞게 춤은 고르면 되고 나에게 그것은 스윙댄스이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내향인이지만 춤을 좋아하는 내향인이다. 춤을 좋아한다고 해서 외향인이라는 편견은 없으면 좋겠다. 평소에는 평범하게 지내지만 출빠를 할 때면 나 자신, 음악, 지금 이 순간 춤을 함께 추고 있는 상대방만 생각하면 되므로 그 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 춤을 추는 순간만큼은 일상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을 수도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동호회에 나갔던 처음의 그 열정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나는 스윙댄스를 사랑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출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춤을 출 수 있는 그날까지 즐겁게 추고 싶다. 어쩌다 우연히 스윙댄스를 만났지만 이제는 내 인생의 커다란 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꼭 스윙댄스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춤을 만나 인생의 즐거운 맛을 많이 알아가면 좋겠다.
이래도 스윙댄스 안 하실 건가요?
정말 재밌답니다!
[대문사진 출처 : 위키백과 스윙댄스, 스윙댄스를 추는 모습(193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