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긋 Aug 26. 2024

공감하며 대화하기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국어 1단원의 제목은 '마음을 나누며 대화해요'이다. 단원의 학습 목표는 '상대의 말에 공감하며 바르게 대화할 수 있다'로서 공감하며 대화해야 하는 까닭을 알아보고, 그 방법을 살펴본 후 익혀보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는 중요한 대화의 방법을 여러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 이를 실생활에 적용해 보는 연습을 해볼 수 있어서 국어 교과를 넘어서 매우 의미가 있었다.


 공감하며 대화해야 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출처: 교육부 국어 5-2 교과용 지도서 106쪽)

 - 상대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면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상대에게 공감하여 말하면 기분 좋은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대화를 즐겁게 이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윤이의 인성이 의심스럽다. 

 

공감하며 대화해야 하는 까닭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예시로 제시된 대화문의 잘못된 점을 찾아보았다. 아이들의 실감 나는 역할극 덕분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상대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교과서 속 지윤이의 말이 잘못되었음을 내가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 반 친구들이 잘 알고 있었다. 우리 어린이들도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상대가 느끼는 감정과 같이 느끼며 귀 기울여 듣는 것이 대화의 기본임을 잘 알고는 있었다. 다만 실생활 속에서 실천이 어려워 크고 작은 갈등의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교과서 속의 명준이처럼 공감 못 받은 경험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니 여기저기서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고 나도 거기에 보탠다. 


 - 해수욕장에서 놀고 있었는데 엉덩방아를 찧어서 엄마에게 아프다고 했어요. 엄마가 뭐 그런 걸로 우냐고 막 뭐라고 했어요. 

 - 동생이랑 싸웠는데 엄마가 내 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울고 있는 동생만 달래주어서 속상했어요.

-  선생님도 남편에게 어떤 말을 했는데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래?'라고 해서 대화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어요.


 공감하며 말해야 하는 까닭을 살펴본 후 공감하며 대화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출처: 교육부 국어 5-2 교과용 지도서 112쪽)

1. 경청하기 - 말하는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여 집중해서 듣기, 말이나 행동으로 맞장구치기, 상대의 말 반복해 주기
2.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기 - 말하는 사람의 처지가 되어 생각하기, 자신과 상대의 처지가 어떻게 다른지 생각하기
3. 공감하며 말하기- 상대의 기분을 고려해 말하기, 자신의 잘못은 없는지 생각하며 말하기
4. 생각을 정확히 전달하기- 전하고 싶은 생각을 정확히 말하기, 예의 바르게 또박또박 말하기 


 첫 번째, 경청하기는 말하는 사람의 말을 집중해서 잘 듣는 것이다. 눈을 마주치며 웃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 손뼉을 치며 상황에 맞게 손짓을 하는 자연스러운 행동들이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대방이 경청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경청의 중요성은 평소 잘 알고 있으나 내가 다른 사람들이 말을 할 때 진심으로 경청을 하고 있었는지 되돌아보았다. 상대방의 말이 끝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경청하지 않은 적도 많았고, 나의 관심 분야가 아니라서 적극적으로 듣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었다. 부끄럽게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경청은커녕 중간에 말을 잘라먹거나 끼어들기를 한 적도 많았다. 또한 내 몸이 피곤하거나 정신적으로 피로할 때 가족들이 말하면 건성으로 반응한 적도 적지 않았다. 아이들에게만 경청을 하라고 강조할 게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아이들이 말할 때 주의 깊게 듣고 잘 들어주는 자세를 몸소 보여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좋은 인간관계의 형성은 잘 들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함을 아는 것에 멈추지 않고 실생활에서도 잘 적용시켜야겠다. 


 두 번째,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기는 어른인 나도 굉장히 어려운 내용이었다. 내가 상대방의 처지가 되어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처지를 바꾸어 생각할 수 있는 건지 정말 말만 쉬운 거 아닌가? 지도서에는 주먹을 불끈 쥐거나, 어깨를 토닥여 주거나, 나라도 화가 났을 거야 등의 말을 해줄 수 있다고 나온다. 말을 하는 사람의 입장이 잠시 되어 그 기분을 말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긴 하지만 진정으로 상대방의 감정에 이입을 하기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려운 행동 같다. 또한 지나치게 감정을 이입하다 보면 나도 힘들어질 수 있으므로 적당히 해야 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세 번째, 공감하며 말하기는 상대의 처지를 생각하면서 말하는 것으로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것과는 좀 차이가 있다. 이때 어울리는 표정이나 행동으로는 친절하게 웃는 표정, 온화한 표정, 눈을 맞추고 몸을 가까이하는 것 등이 있다. '네가 무척 힘들었겠구나', '다음에는 잘할 수 있을 거야'와 같은 말도 해줄 수 있다. 평소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는 공감과 동감은 다르다는 것이다. 공감은 상대방의 생각이나 행동이 그럴 수 있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를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고, 동감은 말 그대로 너의 감정이 나의 감정과 같다는 의미이다. 가끔씩 내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공감을 못 받는다고 착각을 할 수 있으나 이는 공감과 동감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오해다.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과 문화가 다르고 그동안 경험한 것이 다르므로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다. 진정으로 느끼는 동감은 상대방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으나 무조건적인 동감은 대화에서 오히려 불편한 분위기를 이끌어 낼 수 있으므로 '너와 나의 생각은 다르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공감적인 행동이 일상생활에서 매우 필요해 보인다. 


 네 번째, 생각을 정확히 전달하기도 대화의 기본적인 요건이 된다. 말을 흐리거나 돌려 말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내용을 예의 바르고 명확하게 말을 해야 불필요한 에너지가 소비되지 않고 오해도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 있기까지 얼마나 큰 내공이 필요한 지 너무나도 잘 아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안다는 것은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많은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다. 


 교과서 내용에서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 공감하며 대화를 할 때 너무 내 말만 늘어놓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잘 들어주고 공감을 해주다 보면 너무 내 말만 하는 경우들을 주변에서 많이 봐왔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경계하고 조심하고 싶은 부분이다. 상대방이 궁금해하지도 않은 내용들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것은 대화의 기본도 아니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이는 대화에 참여하는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동이며 상대방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생각하는 모습이다. 대화의 단절을 일으키기에 불 보듯 뻔하다. 나도 남편에게 일방적인 공감만을 바라며 내 말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 자신 먼저 돌아보는 고마운 계기가 되었다.


 공감하며 말하는 방법을 아이들과 공부하면서 나의 평소 대화 습관을 돌아보았다. 편하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위 내용들은 잘 지켜지지 않았고, 나름 경청을 한다고 했으나 겉으로만 경청하는 척을 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나 자신도 잘하지 못하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잘해야 한다고 강조를 하는 게 부끄럽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연습해 보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교직생활이 20년 가까이 되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게 많고 부족한 게 많다. 머리로는 알지만 실생활에서 실천되지 않은 것들도 많다. 앎이 삶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계속 배우고 느끼고 실천하고 나눔 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이전 08화 무탈해서 고마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