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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긋 Aug 28. 2024

나만의 피아노 만들기

 다음 음악 수업 준비를 위해 교과서를 펼치니 멜로디언 연주하는 부분이 나온다. 연구실에 가보니 발 빠른 동학년 선생님 한분이 음악실에서 멜로디언을 가져다 놓으셨다. 호스는 개인적으로 다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으나 안타깝게도 멜로디언이 다섯 개 밖에 없다. 언뜻 생각하기에 모둠당 한 개씩만 줄 수 있고, 한 명이 멜로디언을 하는 중에는 다른 3명의 친구들 손가락이 쉬어야 한다. 예전과 같이 멜로디언이 집에 있는 친구들도 별로 없을 것 같아서 고민이 되었다.



* 한 친구가 멜로디언을 연주할 때 다른 세명의 친구들은 리코더를 부르게 할 것인가?

-교과서의 미뉴에트와 Lover's Concerto는 '낮은 시'가 나오는데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리코더로는 낮은 시를 연주할 수 없다. 리코더는 패스다.


* 한 친구가 멜로디언을 연주할 때 다른 세명의 친구들은 글로켄슈필(실로폰)을 연주하게 할 것인가?

-글로켄슈필이 가락악기이긴 하지만 다섯 손가락을 다 사용하지 않는다.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누르는 건반악기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글로켄슈필은 패스다.


* 한 친구가 멜로디언을 연주할 때 다른 세명의 친구들이 종이건반에서 연습하도록 할까?

- 손가락도 쉬지 않고 연습도 할 수 있으니 꽤나 좋은 아이디어이다. 이걸로 결정하자.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초등교사 커뮤니티에 들어가 음악 자료실에서 '건반'을 검색하니 다양한 피아노 건반이 나온다. 그중 제일 우리 교실의 실정에 맞은 건반을 출력하여 살펴보았다. 훌륭하신 선생님들께서 자료를 만들고 공유까지 해주셔서 평소에도 자료 준비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자료를 다운로드하고 사용할 때마다 감탄을 감출 수 없다. 동학년 선생님들과 자료를 공유하면서 그 자료들을 직접 만드신 얼굴도 모르는 선생님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초등교사 커뮤니티 자료실에서 다운 받은 종이건반, 우리 5학년에 맞추어 낮은 '시'를 더 추가하였다.

 

 출력한 건반을 살펴보고 복사를 위해 연구실에 가는 도중 옆반 선생님을 만났다. 내 손에 있는 종이건반을 보고 같이 복사를 하러 연구실 문을 열었다. 종이건반이 아이들 손에 비해 많이 큰 것 같아 80% 비율로 복사를 하니 크기가 딱 좋았다. 교과서에는 '낮은 시'가 나오지만 종이건반에는 없어서 어떻게 하나 고민을 하였다. '시' 건반을 하나 더 붙이자는 옆반 선생님의 좋은 아이디어 덕분에  '시' 건반을 붙이는 작업을 하는 동안 옆반 선생님이 그 사이 풀칠을 해야 할 도안을 하나 더 그렸다. 손발이 척척 맞는 기분이었다. 혼자서 했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텐데 작은 일에도 집단지성이 중요함을 또다시 느낀다. 단순하게 피아노 건반의 모양과 계이름만 쓰여있는 종이를 나누어줘도 되었지만 조금이나마 우리 친구들이 멜로디언을 치는 느낌을 갖게 하기 위해 실제건반처럼 누를 수 있도록 입체감을 더 주었다. '전자오락샘'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선생님께서 올려주신 '나만의 피아노 만들기' 영상을 보며 차근차근 만들어 보니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 내일 음악 시간이 기대가 된다. 아이들이 색칠까지 하면 알록달록 보기가 좋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나만의 피아노를 만들어 충분히 연습을 한 후 돌아가면서 멜로디언을 연주하면 더 활기차고 적극적인 음악 시간이 될 것이다. 건반악기를 어렸을 때부터 다루어 본 친구들은 교과서에 나온 악보가 쉽겠지만 피아노 학원을 다니지 않은 친구들에게는 꽤나 낯설고 어려울 것이다. 개인차가 큰 음악 시간에 모든 친구들이 재밌게 잘 참여하기 위해서 '나만의 피아노'를 만들어 보는 활동이 큰 의미가 있다. 실제 건반과 차이는 많이 나지만 건반에 입체감을 더해 누르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에 진짜 멜로디언이 아니더라도 재밌게 잘 참여하면 좋겠다.


 평소에 자료를 만드시고 공유까지 해주신 전국의 많은 초등학교 선생님들 덕분에 수업목표에 더 재밌게 도달할 수 있다. 수많은 자료 중 우리 반 교실 실정에 딱 맞는 자료를 찾을 때도 있고, 상황에 맞게 자료를 좀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좋은 자료를 찾고 그것에 대해 공부를 하였을 때 우리 반 아이들이 좀 더 재밌게 수업에 잘 참여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느껴지는 순간이 좋다. 준비는 정성껏 했지만 내 예상과 달리 수업 진행이 매끄럽게 진행이 안될 때도 많다. 하지만 모든 게 다 경험이라 생각하고 나만의 데이터베이스를 오늘도 축적한다.


 자료 만드시고 공유해 주신 선생님들, 얼굴은 모르지만 정말 감사드립니다!
자료 사용할 때 감사의 댓글 잘 달도록 하겠습니다! 만수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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