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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긋 Aug 23. 2024

무탈해서 고마워!

 '무탈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세 가지 뜻이 나온다. 첫째, 병이나 사고가 없다. 둘째, 까다롭거나 스스럼이 없다. 셋째, 트집이나 허물 잡힐 데가 없다. 유의어로는 건강하다, 무사하다, 성하다가 나온다. 평소 '무탈'의 뜻으로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것으로만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나 좋은 뜻었는지 새롭게 알게 되었다.

 

 오늘은 2학기 개학을 한 날이다. 개학 전날 학교에 출근하여 환기도 하고, 식물들에게 물도 주고, 청소도 하며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였다. 개학식이 있는 당일에 아이들과 함께 할 여러 활동도 준비를 하고, 개학식 시정에 대한 알림장도 하이클래스를 통해 전송을 하였다. 여름 방학 동안 아이들에 관한 별다른 연락을 받지 않아 교사로서 고마운 마음으로 출근을 하였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처럼 아이들이 무탈하게 여름방학을 보냈다는 뜻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교실로 들어서 에어컨과 공기정화장치를 먼저 켠다. 등교 시각보다 훨씬 이른 시각이었지만 아이들이 하나둘씩 교실로 들어온다. 여름 방학 동안 부쩍 큰 은소와 소윤이, 신나게 놀았는지 얼굴이 까무잡잡하게 탄 리아, 개학한다고 파마를 했는지 웃으면서 들어오는 진우, 오늘은 웬일로 지각을 하지 않은 진효 등 우리 반 아이들이 오늘따라 더 반가웠다. 밝은 얼굴로 담임선생님인 나와 주먹 인사를 하며 간단히 안부 인사를 나누었는데 아이들의 밝은 기운이 오랜만에 느껴져 좋았다.


 새 학기를 맞이하여 우리 반에 전학생이 한 명 있었는데 아주 순하고 착한 얼굴의 강산이었다. 긴장한 얼굴로 교실에 들어선 강산이를 위해 자리를 서둘러 마련해 주었다. 전학생이 오니 우리 반 친구들의 눈빛도 호기심과 설렘으로 반짝인다. 간단한 자기소개 후 박수를 받으며 강산이가 자리에 앉는다. 옆 학교에서 전학 온 터라 강산이의 얼굴을 아는 친구들이 고맙게도 먼저 아는 척을 한다. 강산이가 새 학교와 새 반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쉬는 시간에 학교 투어를 위한 친구를 지원 받았다. 역시나 인싸의 기질이 있는 진우와 찬혁이가 손을 든다. 도서관, 강당, 급식실, 컴퓨터실 등을 소개해 주며 학교와 빨리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나만의 전학생 맞이 프로그램이다. 학교 투어를 끝내고 와서 강산이를 위한 우리 반 규칙을(8시 45분까지 교실 입실 후 선생님과 주먹 인사, 시간표대로 교과서 정리 후 독서, 쉬는 시간에 다음 시간 교과서 준비 후 쉬기, 점심시간에 줄 서서 다 같이 손 씻으러 가기, 10분 이상 점심을 여유 있게 먹기, 다양한 칭찬머니 받는 법 등) 한 번씩 훑어준다. 덕분에 다른 친구들도 한 번씩 우리 반 학급 규칙을 상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2학기 교과서를 배부하니 본격적으로 2학기가 시작된 느낌이 강하게 왔다. 각자의 교과서에 이름을 쓰고 사물함에 정리를 한다. 오늘은 교과서 진도를 나가지 않지만 내일부터 힘차게 달려야 한다. 주변 정리를 하고 난 후, 여름방학 동안에 있었던 일을 가지고 미니북을 만들었다. A4 종이를 8개로 분할하여 가운데만 잘라 접어주면 미니북이 쉽게 만들어진다. 교사 커뮤니티의 다른 선생님 아이디어를 빌러 여름방학 동안에 있었던 일을 정리하니 좋은 시간이 되었다. 1쪽에는 00 이의 여름방학 표지를 만들고, 2-3쪽에는 여름방학 동안에 있었던 제일 좋았던 일 5가지를 쓴다. 4-5쪽에는 여름방학 동안 후회가 되는 일 3가지를 쓰고 6-7쪽에는 방학 동안 부모님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을 5가지 쓰도록 했다. 마지막 쪽에는 오늘의 기분을 그림으로 간단히 표현하게 했다.


 완성 후 미니북을 다 걷고 교사가 내용을 말해주면 미니북 주인을 맞추는 미니 퀴즈 시간을 가졌다. 다양한 말들이 많이 나와 웃음이 많이 나왔다. 특히 부모님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을 발표하는데 부모로서 공감도 되면서 어찌나 웃기던지 소리 내서 오랜만에 많이 웃었다. 마지막 페이지에 표현한 '개학날 나의 기분'도 매우 다양하였다. 개학해서 싫은 친구들, 좋고 신난 친구들, 아무 생각 없는 친구들의 기분도 다 이해되어서 미소가 지어졌다.

방학 중 부모님께 많이 들었던 말들
개학 날 나의 기분 나타내기


 여름 방학을 무탈하게 잘 지내다 온 우리 반 아이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요즘 들어서 무탈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키도 한 뼘씩 자라고, 노느라 많이 탄 얼굴도 건강하게 보이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정말 고맙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을 하고 있는 나는 아직도 배우고 싶고 배울 게 너무나 많다. 쉽지 않겠지만 새롭게 시작된 2학기를 맞이하여 나도 각오를 다져본다.


우리 아이들이 무탈하게 학교 생활을 잘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계획을 잘 세우고, 여유있게 준비를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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