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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긋 Aug 07. 2024

선생(先生)

 선생의 한자는 먼저 선(先)에 날 생(生)이다. 이를 직역하면 '먼저 태어난 자'이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보다 훨씬 먼저 태어났으므로 이보다 정확하고 직접적인 단어가 또 있을까 싶다. 교사(敎師), 스승이라는 단어도 있지만 나는 '선생'이 제일 마음에 든다. 먼저 태어났기에 경험도 많고, 그 경험을 아이들에게 나눠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잠시 쉬어가고, 2학기를 위한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방학 동안 교사들을 위한 다양한 연수가 진행되는데 나는 총 3개의 연수를 신청하였다. 첫 번째로 받은 연수는 '2024 교원대상 문화예술교육 직무연수 <아이엠쌤>'이다. 주제는 '단편들이 엮어내는 이야기: 지속가능한 예술로서의 조각보'이다. 조각보를 활용한 문화예술교육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너무나 궁금하였다. 더욱이 연수 공문의 계획서를 보니 우리 집 근처의 '전통문화관'에서 진행되는 연수여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청하였다. '문화예술'을 어떻게 교육에 녹여내고 접목을 시킬 수 있을지 알아가고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정말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주제가 너무 멋지다!


 첫 시간에는 모더레이터 김천응 강사님의 '문화예술교육 만나기'였다. 인문학강의도 여러 차례 진행을 하신 분답게 연수생들의 반응과 집중력을 잘 끌어내셨다. 먼저 교육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education'의 어원을 알게 되었다. ex(밖)과 ducere(이끌기 위해)가 합쳐진 'educere'라는 라틴어로서 '밖으로 이끌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교사가 이끌어 내는 것이 교육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인내와 시간이 필요한데 현실의 교육에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교과 수업뿐 아니라 수많은 범교과(학교폭력 예방교육, 환경교육, 통일교육, 안전교육, 중독예방교육, 민주시민교육, 진로교육, 장애인식개선교육, 다문화 이해교육, 성교육, 독도교육 등) 및 계기 교육을 많은 아이들과 하기에도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다. 이런 현실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도 교사로서 잘 알고 있으니 교사의 경험이 정말 중요함을 또 한 번 깨닫는다.


 문화, 예술, 교육이 합쳐진 문화예술교육을 어떻게 하면 우리 교사들이 현장에서 잘 활용할 수 있는지 실제적인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주셨다. 어린 시절부터 문화예술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고 이를 자연스럽게 삶과 연결하게 되면 보다 의미 있고 존재의 행복감을 찾을 수 있는데, 이를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니 학교 현장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부담과 책임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교사가 성장과 배움에 대해 항상 깨어있고 경험을 많이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전달이 되므로 너무 어렵지 않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번 연수에서는 수많은 문화예술교육 중 조각보수업을 교실에서 학생들과 진행하는 방법을 배워봤다. 조각보 명인인 이남희 선생님의 강의에서 조각보에 얽힌 조상들의 옛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조상들의 지혜도 엿볼 수 있었다. 옷을 짓고 남은 자투리 천을 버리지 않고 모아,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 되는 멋진 장면을 눈앞에서 직접 확인하고 손으로 해볼 수 있었다. 자투리 천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것 자체도 훌륭하지만 각각의 작품들을 모아 또 하나의 커다란 작품이 만들어져 감을 통해 개개인을 넘어 공동체의 의미도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조각 하나만을 보면 매우 작고, 버려져도 되고, 약하고, 쓸모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각들이 모여 함께한다면 변화가 있고 그 어울어짐 속에서 울림과 떨림을 찾을 수 있다고 명인님이 말씀하셨다. 우리 교실도 이러한 조각들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더 큰 수가 될 수 있듯이 서로 돕고 연계하고 배려하면 강력한 에너지가 나올 수 있음을 우리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나의 조각보와 너의 조각보가 만났을 때 : 하나 되는 조각보 잇기
좌측 : 조각보명인 이남희 선생님의 작품, 우측 :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바느질 한 내 조각보


 요즘 바느질 경험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내가 중학생 시절이었을 때(라테는 말이야!) 가정시간에 버선과 미니 한복 저고리를 만들었던 게 생각이 난다. 아무래도 바느질은 우리 5학년에게 살짝 무리일 것 같다. 대체되는 활동으로 '염색 색종이를 이용한 협동작품 만들기'를 소개해주신다. 면섬유용 염색색종이와 합성섬유용 염색색종이가 나온다 하니 세상 정말 많이 좋아졌다. 손이나 가위로 색종이를 잘라 천에 올려놓고 다리미로 눌러준 후 뒷면의 종이를 떼어내면 티셔츠의 프린트처럼 딱 붙는다. 반티에 해봐도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다. 연수생들이 한 명씩 나와 자신이 원하는 색깔의 염색 색종이를 골라 손으로 찍어 원하는 곳에 붙이니 하나의 재미있는 작품이 완성되었다. 단, 교실에서 많은 아이들과 할 때는 다리미를 사용하므로 엄청난 주의가 필요하다. 다리미는 교사만 사용하여 만약에 있을 안전사고에 대해 철저히 대비를 해야겠다.


 두 번째 대체 활동으로는 '조각보 카드 만들기'다. 바느질을 하지 않고 양면테이프를 활용하여 붙이면 근사한 카드가 완성이 된다. 위험하지 않고 생각보다 결과물이 좋아서 우리 5학년 친구들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버려지는 조각보를 활용해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작업이 너무나 좋았다. 정말 지속가능한 예술로서의 '조각보'이다.

염색 색종이를 활용한 작품, 조각보 카드

 

 우리 모두는 예술가이다. 유명한 철학가의 말임을 이번 연수를 통해 배웠다. 내 식대로 바꿔보면 '우리 아이들 모두 예술가'이다. 아이들 가슴속에 잠재되어 있는 예술성을 끌어내기 위하여 교사가 많이 보고, 듣고, 직접 해보아야 한다. '선생'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을 깨닫고 교육활동을 잘 펼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교사에 대한 신뢰와 교권이 바탕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김천응 강사님이 하신 말씀이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내가 먼저 공부한 만큼, 내가 먼저 감동한 만큼,
  내가 먼저 경험한 만큼, 내가 먼저 깨달은 만큼,
아이들에게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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