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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긋 Jul 25. 2024

교실놀이

멍멍개가 지나간다, 아이엠그라운드, 369게임

 여름방학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생활기록부 작성을 위한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담임교사인 나도 마음의 여유를 조금 찾는다. 1학기 동안 무탈하게 잘 지낸 아이들을 위해 교실놀이를 준비한다. 그동안 자잘한 사건과 갈등은 수없이 많았지만 잘 해결해 나가고, 이를 통해 한 뼘 더 자란 우리 반 아이들이 마냥 대견하다.

 

 먼저 할 교실놀이는 '아이엠그라운드 자기소개하기'이다. 나도 어렸을 때 자주 했던 추억의 게임이지만 단순하고 재미있어 시대를 막론하고 인기가 있다. 책상을 뒤로 다 밀고 의자만 교실 가운데로 가지고 와 동그랗게 앉는다. 이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의 눈빛에서 기대감을 읽을 수 있다. '아이엠 그라운드 지금부터 시작!' 다 같이 외치고 친구들의 이름으로 공격을 시작한다.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교실놀이를 할 때는 소외되는 아이가 없도록 고루 잘 살펴야 하므로 에너지가 일상수업보다 많이 든다. 또 인기 있는 몇몇의 아이들이 게임을 주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여자는 남자에게 남자는 여자에게만 공격할 수 있도록 한다.


"민규(우리 반 학생들의 이름은 다 가명을 사용하였다), 넷!"

"민규! 민규! 민규! 민규! 효주 셋!" 민규가 박자에 맞게 잘 받아치고 이어서 공격도 잘한다.

"(한 박자 쉬고) 효주! 효주! 효주! 솔이 둘!" 평소 조용하고 행동이 느려 잘 못할 줄 알았던 효주가 제법 잘한다.

당황한 솔이가 박자를 놓친다. 벌칙으로 원 가운데에 나와 '사랑합니다'를 손하트로 표현하며 크게 외치도록 한다. 수줍게 벌칙을 수행한 솔이를 보고 친구들은 웃는다. 솔이부터 다시 공격에 들어간다.

"아이엠 그라운드, 솔이부터 시작!"

"여빈 하나!"

"(세 박자 쉬고) 여빈! 진우 둘! " 게임을 처음 해보았다던 진우가 박자를 놓친다. 벌칙을 하러 나온 진우가 익살스럽게 '사랑합니다'를 외치니 분위기가 더 재미있어진다. 4박자 아이엠그라운드 게임도 어려운데 어깨와 목까지 사용하는 8박자를 도전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많을 것 같아 이건 나중에 하자고 넘어간다.


 두 번째로 준비한 놀이는 내가 어렸을 때 언니와 자주 했던 "미친개가 지나간다" 박수 놀이였다. 아이들 앞에서는 조금 순화하여 "멍멍개가 지나간다"로 바꾸었다. 두 명이 짝이 되어 서로 손을 잡고 양손을 엇갈리며 제목에 음을 붙여서 노래를 한다. 개 짖는 소리 '멍'을 1-2-3-3-2-1-1-2-3... 숫자와 맞추어 말하면서 박수를 짝과 마주 보며 친다. 혈액 순환에도 좋고 집중력 기르기에도 좋다. 쉽고 간단해 보이는 박수놀이지만 은근히 어렵고 헷갈린다. 아이들에게 연습할 시간을 주니 여기저기서 멍! 왈! 하며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짝과 함께 박수를 치며 별것 아닌 놀이에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우리 반에서 제일 잘하는 찬우와 함께 내가 직접 시범을 보인다. 손을 마주 잡고 엇갈리게 흔들면서 나도 모르게 '미친개가~'라는 말이 나온다. '아이고야!' 어렸을 적 습관이 아직도 나온다. 아이들이 당황한 나를 보며 엄청 웃는다. 다시 마음을 잡고 '멍멍개가 지나간다'라고 제대로 노래를 부른다. 점점 속도가 붙고 진지하게 하며 오랜 시간 동안 박수가 이어지니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감탄을 한다. 열심히 한 덕분에 찬우와 내 손바닥은 벌게진다. 이 놀이는 짝과 함께 해도 좋지만 그 수를 늘려서 해도 정말 재미있다. 이 역시 소외되거나 참여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을까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다행히 모든 아이들이 재미있게 참여하고 박수 속도도 더 빨라지며 흥미를 더 붙인다.


쉬는 시간에도 멍멍개 박수 놀이를 즐기고 있다.


 세 번째 놀이는 그 유명한 '369'게임이다. 수를 1부터 세면서 숫자에 3,6,9가 들어가면 말하는 대신 손뼉을 치면 된다. 10,20.. 과 같은 수에는 '빠숑'이라고 외쳐야 하는 것과 같이 다양한 규칙이 존재하지만 우리 반에서는 단순하게 3,6,9가 들어가는 숫자에만 박수를 치기로 한다. 대신 33,36,39와 같은 숫자에는 박수를 두 번 치기로 약속을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 게임을 알고 있었지만 몇몇은 처음 해보는 놀이라 다 같이 연습을 한다. 우선 내가 1을 외친다. 2, 박수, 4, 5, 박수, 7, 8, 박수, 10...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 하지만 중간에 좀 습득이 더딘 친구들이 한 명씩 나온다. 주변에서 숫자와 박수를 알려주며 도움을 준다. 내가 바라던 놀이의 모습이다. 우리 반 전체가 50을 넘어서면 학급 온도계의 온도를 올려주겠다는 보상을 알린다. 공동의 목표가 생긴 터라 느리거나 틀린 사람이 나와도 비난하지 않고 도움을 주는 모습이 좋아 박자가 살짝 틀려도 눈을 감아준다. 연습 시간이 끝나고 3번의 도전 기회를 주었다.

 

현재 23도인 우리 반 학급 온도계

 모두 다 집중하는 모습이다. 게임을 시작할 때 양팔을 치킨윙처럼 만들어 369 노래를 열심히 부른다. 가볍게 10을 넘기고, 20을 넘기며 마의 구간인 30대로 진입을 한다. 역시 박수를 두 번씩 쳐야 하는 33에서 걸려버린다. '사랑합니다'를 외치는 벌칙을 가볍게 수행하고 그 뒤로 두 번을 더 도전하지만 50까지 가는 것은 실패다. 하지만 아이들 눈에서 아쉬움은 없고 놀이 그 자체의 즐거움만 남는다.  


 쉬는 시간에도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와 '아이엠그라운드'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요즘 아이들이 아무리 성숙하다고 하더라도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아이들이다. 휴대폰 게임을 하는 대신 이렇게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니 놀이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수업시간에 다양한 수업놀이를 많이 하지만 오늘 함께 한 교실놀이는 순수하게 놀이 자체를 즐길 수 있어서 아이들도 더 신나 했다. 놀이를 통해 친구를 배려하고 협동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끼기를 바란다면 교사의 욕심일까? 그래, 욕심이다. 놀이가 가진 즐거움을 통해 우리 친구들이 좀 더 편안함을 느끼고 한 번이라도 웃는 걸로 만족하자!


우리 반, 오늘 재밌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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