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당신
사람의 직업을 알기 전과 후의 그 사람에게 느껴지는 이미지의 변화는 꽤나 큰 것 같다.
직업을 알면 특히 직업으로 학력까지 유추할 수 있는 직업이라면 사실과 다르다 해도 그 사람의 인생 전반적인 큰 그림이 그려지도 한다.
'그 정도 직업이면 공부는 좀 했겠네' '학교 다닐 때 모범생이었겠는데?'
그래서 자기소개를 할 때 직업을 통해 그 사람이 다시 보이기도 하고 선입견으로 인해 있던 호감도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나는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학사를 학점은행제로 취득했다. 이름 있는 대학에서 석사를 할까 고민했지만 이내 계획을 접은 이유는 전문적인 '업'을 이어가기에 석사가 주는 의미가 크게 없었고 사회생활에서 학력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느꼈기 때문이다.
전문직을 벗어나 회사원으로 회사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다시 학업에 대한 열정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출신 학교와 최종학력이 주는 메리트는 분명 있다. 그리고 나도 갖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또 다른 사회생활의 그라운드에 들어와서 느낀 점이 있다.
바로 학습능력이나 이력이 주는 파워보다 내 의견을 분명히 전달할 수 있고, 그것을 글로 써낼 수 있고, 어떤 대상이든 소통을 원활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것이다.
즉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자세히 말하자면 좋고 올바른 표현을 말하는 것인데 그 표현을 하기까지 따라와야 하는 수많은 능력들이 있고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다.
실제로 높은 관리자에게 필요한 능력이 전문적인 기술보다 말하고 쓰고 듣고 소통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전문적인 기술들은 사원들의 업무였고, 리더십이라는 큰 단어 아래 다른 능력들을 장착한 자들이 회사에서는 높은 자리 즉 임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물론 예전에 실무를 바싹하게 했던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부분이 리더십과 아주 치밀하게 연결되지는 않았다.
실무를 아무리 잘 한들 절대로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도 보았고, 실무에서는 좀 서툴지만 자기 사업을 하면 잘할 것 같은 사람도 많았다.
수능 같은 학습능력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닌 이상 '평가'의 영역은 항상 그렇게 지식이나 스킬이라는 것으로 채워지지는 않았다.
공감을 잘하고 착한 사람이 지적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공감을 잘하는 사람은 눈치를 잘 보고 그만큼 눈과 마음이 바쁘다 보니 다른 사람을 더 배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배려하고 싶어서라기보다 본능적으로 그런 말과 행동이 나오는 것이다.
일을 잘하고 못된 사람 vs 착하지만 일을 못하는 사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콘텐츠들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이 질문 자체에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못된 사람이 일을 잘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눈치가 없기에 일에 있어서도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즉 일도 하나의 사람, 대상이라 생각하면 결과는 빤하다. 최소한의 인류애는 있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그렇다고 답답하고 실수도 많이 하고 이해를 못 하는 사람이 낫다는 게 아니다. 그 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착한 사람이 아니다. 처음 한동안은 그럴 수 있지만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과연 착한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지적인 이미지가 있으면 회사에서는 어른스럽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중요한 업무를 맡기기도 한다.
이상하다고 느껴지기도 했지만 직원에 대한 평가에도 어쩌면 오류가 곳곳에 존재할 것 같다.
흔히 우리가 느끼는 좀 배운 사람처럼 보이고 싶고 지적인 이미지를 장착하고 싶다면 '다정'하게 사람들을 대하면 된다.
'다정'. 쉽게 생각해선 안된다 타인을 다정하게 대할 수 있는 능력은 타고난 지능과 기질, 후천적으로 끊임없는 사색을 통한 자기와의 대화 속에서 얻을 수 있다.
그러니 다정한 사람을 우습게 보아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못 가질 것도 없으니 다정하기 위해 노력하자.
다정만 하면 반은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