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관종일까.
소소하게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다.
사실 시작할 때만 해도 약간의 우울감?으로 인스타그램 속의 인간들이 한심하게 보였고
그런 건 팔자 좋은 관종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로 인해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는 엄마들이 우스갯 소리로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아이 예쁜 거 다른 사람이 모르는 건 말이 안 된다 생각했기에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고.
귀엽다.
맞다. 나도 이렇게 이쁜 내 아기는 널리 알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에 인스타그램을 시작했고,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뭔가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렇게 예쁜 아이의 모습과 내 일상으로 인스타그램을 채워나갔다.
뒤늦게 시작한 인스타그램으로 나는 신세계를 만났다.
직장에 동료가 많기도 했지만 새로운 이미지와 간단한 글을 올리면 반응이 적지 않게 달렸다.
응원과 칭찬, 부러움, 공감 등 세상에 어떤 감정들이 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많은 감정들이 오갔다.
신선했다.
그렇게 부정적이던 인스타그램에 한 동안 푹 빠져 뭔가 인플러언서라도 된 듯
업로드할 이미지를 습관적으로 찍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게 참 신기한 게, 일상을 자연스럽게 공유한다고 해도 인스타그램의 업로드를 염두하면
일상이 살짝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아, 이거 사진 찍는 타이밍인데'라고 생각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런데 긍정과 부정을 따지자면 60 : 40이랄까? 물론 긍정이 60이다.
나에게 그 때의 인스타그램은 분명 긍정적인 면이 더 많았다.
세상에서 내가 사라질 것 같았는데 인스타그램 속의 나는 살아있었다.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나도 반응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입가에 미소를 짓는 날도 늘어났다.
내가 이 세상에, 인스타그램이라는 세상에 살고 있음이 확인되고 증명되는 것만 같았다.
지금은 좀 시들해지기도 했고,이제는 글을 쓰는 계정을 통해 글을 남기는 것이 좋다.
새로 판 글 쓰는 계정은 아직 팔로워도 없지만 글을 올릴 때마 행복한걸 보니 그렇게 관종은 아니었나 보다.
인스타그램을 두고 편집된 행복이라고 하더라. 뭐 틀린 말도 아니다.
근데 좀 편집하면 어떠냐. 편집자만 행복하면 됐지.
나를 알리는 채널이 많아 좋은 세상인듯 하다.
관종끼가 언제 발동할지 모르지만 좀 번듯하게 보이려면 번듯하게 사는 연습 좀 해야겠다.
편집능력이 그렇게 뛰어나진 않아 들통날 확률이 높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