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김치볶음밥
학교 갔다 집에 오면 거실인지 부엌인지 알 수 없는 공간에 큰 프라이팬 하나가 있었다.
거기에 담긴 제법 많은 양의 김치볶음밥.
엄마가 언니, 남동생, 나를 위해 만들어 놓고 일하러 가셨던 거다.
엄마의 김치볶음밥은 볶음밥용 김치라고 하기엔 다소 큰 김치 조각과 밥이 뭉쳐 있는 것도 많았다.
김치볶음밥을 한 입 먹는 순간.
온 세상이 순하게 내려앉고 동시에 머리가 번뜩이는 느낌이 든다.
바빠서 김치를 잘게 자를 시간도, 밥을 주걱으로 뭉치게 않게 하나하나 풀 여유도 없이 완성된 김치볶음밥이지만 그 맛은 입안에서 파티가 열리는 맛이다.
세 남매 중 먼저 김치볶음밥을 발견한 사람은 행운이었다.
먹다 보면 다음 사람 생각을 못할 만큼 자제가 안되기 때문에 항상 다음 사람은 양이 적냐, 내 거는 왜 없냐, 종종 우리 남매는 투닥거리기도 했다.
요즘 말로 워킹맘이라는 단어는 엄마한테 좀 안 어울린다.
왠지 그런 단어로 표현하기엔 엄마의 고단함은, 엄마의 고생은 너무 안쓰러웠다.
세 남매를 위해서 김치볶음밥, 어묵 볶음 등을 무심한 듯 만들어 놓고 일을 가셨던 엄마를 비춰 보면서 지금의 한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내 모습을 생각한다.
엄마는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었을까?
엄마처럼 안 살 거라고 다짐했는데 큰 착각을 했다.
나는 엄마처럼 살아낼 수도 없는 인간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엄마의 김치볶음밥.
그 순간의 그 김치볶음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