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여행을 다닐 때는
가 보고 싶은 많은 장소들 중
가고 싶은 곳을 추리고 추려서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그야말로 빡세게 뽈뽈 돌아다녔습니다.
특히 해외여행일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했습니다.
'열심히 돌아다녀야 해.
앞으로 향후 10년간
이 도시에 올 일은 없을 거야.'
라고 말하며
느슨해지려는 일행들을
채찍채찍 했습니다.
세월의 흐름인지
그 여행의 스타일도 점점 변했습니다.
가고 싶은 리스트를
마음속에 적어 놓기는 했지만
그리 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어떤 때는 훌쩍훌쩍 점프를 합니다.
상황에 맞추어
저의 마음이, 발이 닿는 곳으로
작은 골목 하나하나가
커다란 관광지인 것처럼
흥미롭게 보며 느릿느릿 지나갑니다.
여행 마지막 날
여유롭게 서울역에 도착했습니다.
역사적인 건물처럼 남아 있는
구 서울 역사.
이제 역사의 기능을 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인상적인 역사의 한 모습으로
서울역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서울역만큼이나 커다란 빌딩들이
서울 역 앞쪽으로
장군들처럼 늠름하게 우뚝우뚝 서 있습니다.
그 앞의 도로 표지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 중형 택시와 모범택시 전용 도로가
따로 있군요.
서울역 근처에서는
모범택시 탈 맛이 나겠습니다.
전용도로로 쌩하게 달릴 수가 있겠습니다.
구 서울 역사를 따라 걸어가다 보니
동상 하나가 보입니다.
누구의 동상이려나?
조형물을 멀리서 보고
제목 맞추기를 하는 것처럼
동상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맞히기를 합니다.
두루마기를 입은 역동적인 품새.
누구일까? 김구 선생님이신가?
아니야,
김구 선생님은 키가 거의 190cm라고 하던데
비율이 맞지 않아.
다가가서 본 이름표에는 '왈우 강우규 의사'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제야 오른손에 쥔 수류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제강점기 서울역에서
총독을 향해 폭탄을 던진 분이군요.
역사 시간에 사람과 장소를 연결해서
죽어라 외웠던 생각이 났습니다.
그때는 마구마구 헷갈렸습니다.
서울역의 강우규 의사.
이제는 기억을 꼭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의 희생으로
지금의 우리 후손들이
이렇게 여행을 즐기며
편하게 잘 살고 있는 중입니다.
해리포터 소설에 나오는 킹크로스 역의
증기를 뿜어내는 기차는 아니지만
줄줄이 자신들의 라인에 맞게 자리를 잡고
긴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기차들.
그리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혹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려는
두근두근 출발하려는 사람들.
기차역에는 묘한 설렘이 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의 눈에도
기차여행이라는
또 하나의 여행이 보입니다.
얼마나 많은 여행을 다녀야
여행이 익숙해질까요?
공기처럼 익숙한 여행이라는 말이
가능할런지.
아니면 우리의 모든 나날들이
여행이라서
이런 말들이 필요하지 않은지.
여행은 여행입니다.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든지
혹은
아침에 일어나 일터로 향해야만 하든지
우리 삶의 여행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부디 그 여행길이
조금은 여유롭고 평안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서울역 여행을 마지막으로
'부산 여자, 서울 여행' 브런치북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글을 읽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이 글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