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없을 수도
리더 혹은 반장.
초보 모나미 선생은 반장이라는
중요한 캐릭터를 캐치하지 못했다.
수업 시간에 어정어정 서서 돌아다니는
동작이 큰 녀석들에게 신경이 쓰여
반장을 잊고 있었다.
고백하자면 모나미 선생은 학창 시절에
반장이나 부반장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니 리더의 진정한 힘을
알 리가 없었다.
손을 번쩍 들고
'나 반장 하고 싶어요.'라고 외치는 학생들.
용감한 그들의 마음속은
무엇으로 가득 차 있을까.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마음속에 방이 하나 더 있어
그 방에는 '리더십'이라는
반짝거리는 팻말을 달고
각종 용기와 스킬들을 보관하고 있는 걸까.
장난으로 '제이콥'과 이름을 바꾼
'노네임'의 존재를 알려 준 든든한 학생,
그가 바로 그 반의 반장이었다.
일단 반장임을 인식하고 나니
반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을 알고 나면
그 존재가 더 명확해지는 것처럼.
과연 반장은 반장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 분위기가 하늘로 날아갈라치면
"얘들아, 우리 조용히 하자."
"얘들아, 지금 수업 시간이잖아."
은근히 둥둥 떠다니는 친구들을 관리해 준다.
이런 기특한 녀석.
이문열 작가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엄석대'를 전적으로 지지한
담임선생님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전적으로 반장을 믿고 싶었다.
반에 작은 평화가 머무르고 있었다.
반장의 커다란 머리 뒤로
막 후광이 비치고 있었다.
물론 '엄석대'와는 다르게
실력도 뛰어나고
공정하게 반을 이끄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학생들도 반장을 잘 따랐다.
반장이라는 중요한 배역을 알고 나서
다른 날아가는 반들에게서도
반장의 활약상을 보고 싶었다.
달랐다.
반장은 반장이되
분위기가 달랐다.
작고 얌전한 반장.
그는 자신의 손에 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 같았다.
반 전체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힘.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
또 다른 반의 반장.
예술학교의 특성상
개인 레슨으로 늦게 오고
또 레슨으로 일찍 가고.
자신의 스케줄을 관리하느라
반의 분위기를 관리할 여유가 없어 보였다.
그 반들의 학생들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야구를 가끔씩 보러 간다.
투수 놀음인 것처럼 보이는 야구.
잘하는 투수 몇 명만 있으면
1등은 쉽게 할 것 같은 야구.
단체 경기의 리더십을
생각지 못했다.
하위권을 맴돌던 야구팀이
감독을 바꾸고 나서
승률이 쑥쑥 올라간다.
감독 혹은 리더의 힘이다.
개개인의 능력을 적절히 활용해서
팀 최고의 성적을 올리기.
단체 경기에서 필요한 덕목.
반에는 리더가 있어야 한다.
반 전체 학생들을 어우르며
반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리더.
반에는 리더가 있다.
혹은 없을 수도......
리더가 없는 반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모나미 선생에게 또 고민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