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무서워졌다

by 황복희

올 삼월은 내게 일종의 행군기간이었다. 하루도 쉴 날 없이 집을 나서 직접 해야 하는 일이 달력에 메모되어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엄청난 일을 한 것 같겠지. 나는 건장하게 생겼으나 체력의 질이 몹시 떨어지는 몸을 가졌다.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일이 한 건이면 딱 맞다. 두 건이면 저녁에 돌아와 몇 시간 누워있어야 한다. 지난달은 그러니까 하루에 두 건을 처리해야 하는 날이 일곱 번 정도 있었다. 알바 아홉 번, 댄스교실 여덟 번, 병원검사 두 번, 교육참석 한번, 친정가족모임 한번, 장거리시댁방문일박이일 한번, 가족일박이일 한번, 결혼식 한번... 다시 적어보다가 속이 울렁거린다.

오늘 누가 순천만여행을 말하는데 내 양손이 가로젓고 있었다. 안돼... 못해... 못가. 지금 벚꽃이 전국에 걸쳐 피고 있고 이쁘게 피었다고 구경 오라고 난리다. 우리 동네 벚꽃이 바람에 떨어지며 팍 얼굴을 때린다. 여행이 무서워진 나는 꽃잎에 맞으며 여기서 보면 되지 뭐 하러 멀리 가냐고 엄살을 진심으로 떨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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