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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n 04. 2024

잘 붙이는 일에 대하여


  예부터 쇠붙이 장사꾼은 잘 산다고 했던가. 쇠를 붙듯 복도 붙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덜어내는 것보다는 붙이는 것이 잘 사는 지름길이라는 의미다. 잘 살는.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 따로 있을까만

손에 패가 붙듯 뭐든 좋은 것이 붙으면 그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재벌 전성기에도 이런 생각이 팽배하지 않았을까. 덧붙이면 더 커지고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는 믿음이 반영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과도하게 붙이는 데 있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문어발 기업이 한 순간에 망하는 것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감당할 수 수 없을 만큼 갖다 붙이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무엇을 붙일까도 문제다. 붙일 것을 붙여다 하는데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억지로 가져다 붙이니 곡학아세(曲學阿世)란 말도 허튼 소리가 아니다. 이 말은 바른 길에서 벗어난 학문으로 세상에 아부한다는 의미이지만 바른 길이 아닌 다른 길(아첨과 현혹 등)에서 끌어모은 잡다한 이론으로 세상을 속이려 드는 것이니 문제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보면 1954년에 벌어진 사사오입 개헌을 예로 들 수 있다. 1954년 11월에 실행된 대한민국 헌법의 2차 개헌으로 대통령 연임을 묻는 투표였다. 예전에는 반올림을 사사오입이라 칭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4는 죽고 5는 살린다는 의미로 5가 되어야 반올림된다는 의미였다. 2회까지만 연임이 가능했던 대통령 연임을 초대대통령에 한해 면제하려고 했다. 재적의원 203면 중 찬성 135명, 반대 60명, 기권 7명, 무효 1명이었다. 2/3가 찬성해야 하니 136명이 나와야 하는데 불과 0.3333…이 부족한 135.333…이 나온 것이다. 이렇게 개헌이 불발되었으나 여기에 불복한 자유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에 사사오입이라는 억지 논리를 폈다.      


  203의 수학적 2/3는 135.333⋯인데 0.333⋯은 0.5 미만으로서 수학의 사사오입(四捨五入)의 원칙에 따라 버릴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 공식에 따르면 203명의 2/3는 135.333⋯명이 아니라 135명이다. 여기에 한국인 최초의 이학박사였던 인하공과대학장, 서울대학교 현직 교수까지 여기에 동참했고 동원된 교수들만도 여러 명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궤변이 과거에만 가능할까. 곡학아세는 지금도 도처에서 내로남불이란 말로, 이어령비어령이란 말로 회자되고 있다. 

     

  그럼 어떻게 붙여야 잘 붙이는 것일까. '융합'이란 용어를 떠올려 본다. 융합은 A와 B가 만나 새로운 C를 창조한다. 융합은 섞이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서로 섞여 새로운 형태의 시너지를 낳는다. 둘 이상의 사물을 서로 섞거나 조화시켜 하나로 합해지기도 하고 둘 이상의 감각적 요소가 합쳐져 하나의 통일된 감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시와 소설에서도 이질적인 속성을 지닌 대상이 공통된 속성을 가지게 되는 전개를 이끌어 갈 수 있다. 단편적이지만 시에서는 이를 낯설게 하기 기법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새로운 언어, 감각, 이미지의 융합을 통해 독자들에게 낯섦을 주기 때문이다. 소설에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결국에는 하나로 만나는 지점에서 융합이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제 잘 붙여보자. 나부터 좋은 일에 붙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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