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온유 Oct 11. 2024

내가 틀릴 수도 있다 :

스트레스,  내 마음 다루기 연습

주말에 오랜만에 사우나를 다녀왔습니다. 코로나 이후 몇 년 만에 가본 것이니, 정말 오랜만이었지요. 그런데 목욕탕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목욕탕 안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저마다 열심히 몸을 닦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행동 같지만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수건을 돌려 쥐고, 또 어떤 사람은 반대 방향으로 비누칠을 하더군요. 이처럼 우리는 다 같은 상황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이지요.   

  

마음의 세신이 필요합니다

목욕탕 한쪽에 ‘세신’이라고 적힌 공간이 있었습니다. 세신사들이 다른 사람의 몸을 열심히 닦아주는 것을 보며, ‘마음도 이렇게 세심하게 관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깨끗하게 몸을 씻어도 다시 때가 끼듯, 마음에도 생활 속에서 좋지 않은 감정들이 쌓이기 마련입니다. 특히 스트레스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외래어 중 하나가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일상에서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그만큼 우리는 스트레스 상황을 많이 경험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강의를 할 때 “스트레스 안 받으시는 분 있나요?”라고 질문을 던지면 아무도 손을 들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관리하느냐입니다. 스트레스는 찾아오는 것을 막을 수 없지만, 내가 그것을 어떻게 다룰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스트레스를 관리할 주체는 바로 나입니다. 나 스스로가 주체가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주니까 받는다”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주는 쪽보다 받는 쪽에서 관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들이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직장을 바꿔도, 다른 곳으로 가도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나 상황은 늘 있습니다.

스트레스의 어원은 ‘팽팽하게 조인다’는 뜻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나 스트레스받고 있어.”라는 말은 곧 “나 팽팽하게 조여지고 있어.”라는 의미입니다. 이 말 자체가 부정적이거나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나쁘게 생각하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부정적인 행동 때문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욕을 하거나 물건을 던지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나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하지만 스트레스는 그저 팽팽해진 상태일 뿐입니다.  

   




내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서 모두가 부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대처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결국 내가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내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감정이 달라지고, 행동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차를 운전하던 중 일방통행 골목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때 반대편에서 역주행으로 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저는 짧게 경적을 울리며 경고했습니다. 상대방 차량이 더 들어오면 골목에서 마주쳐 곤란한 상황이 될 테니 말이죠. 그런데도 상대방은 계속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 순간, ‘이 사람 정말 무개념이구나’라고 생각하며 화가 났습니다.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러나 그 차에서 내린 사람은 예상과는 달리 연로한 어르신이었습니다. 그분은 잘못된 길로 들어온 것이 당황스럽고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사과하셨습니다. 그 순간, 저는 마음속에서 쌓였던 화가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저 상황을 ‘어느 무개념 운전자가 일부러 차량을 밀고 들어 온다’고 잘못 해석했던 저 자신이 부끄러워졌을 뿐이었지요.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세요

이처럼 우리는 종종 상황을 잘못 해석하여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잠시 멈추고 내가 제대로 해석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판단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의 첫걸음입니다. 스트레스 상황은 우리가 직접 바꿀 수 없지만, 그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의미를 부여하느냐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서 모두가 과격한 행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사람은 화를 내고, 어떤 사람은 그냥 넘기죠. 이 차이는 결국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그 상황에 대해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잠시 멈추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