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마을학교 달빛 놀이터의 토지 초등학교 2박 3일 캠프 이야기
가을 하늘이 푸른 9월이었다.
산골 작은 학교에 캠핑장에 들어섰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불행하지 않은 것이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아무도 불행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한가?
그것은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은 꿈같은 것이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우리는 모두가 행복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
나는 가능한 행복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항상 믿어왔다.
행복한 선택과 불행한 선택이 있다면 당연히 행복한 선택을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것을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는가?
당신은 가능한가?
지금 당신이 행복하고 과거에도 행복했다면 당신은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즐겁고 행복한 선택을 했다.
지난 9월 27일이었다.
무더위가 아직도 가을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지만 우리의 마음만큼은 청량한 가을날이었다.
토지 초등학교 운동장 캠핑을 하기로 한 날들이 하루하루 다가왔다.
어쩌다가 마을하교 공동대표를 한 지 2년이 되었다.
작년 1박 2일 학교캠핑을 진행했었다.
그런데..
1박 2일이 아이들이 놀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다.
우리는 그런 2박 3일로 해보자는 다소 무모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유치원부터 중학생 아이들 그리고 가족들을 포함한 총 85명이 캠핑 참가 신청을 했다.
토지초등학교는 전교생 35명의 작은 학교다.
다른 참가자는 모두 가족들이다.
운영진은 부담스러웠다.
" 이것 신청자가 너무 많은데요?"
" 이 많은 사람들이 운동장에서 캠핑을 하면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러게요 걱정입니다."
운영진 모두가 공통적인 방응이었다.
모두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인원이었다.
거기다가 2박 3일.... 쉽지 않은 일이다.
" 텐트를 칠 장소를 미리 정하기로 하죠?'
"그게 좋겠어요?"
운동장에 미리 선을 그었다.
무턱대고 치다가는 어기까지 이어질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운동장에 사각형의 선이 그어지고 그 바깥으로 텐트 24개를 설치하기로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서로 알아서 하는 것"
누구나 알아서 서로를 도왔다.
부족하면 채우고 넘치면 나누었다.
금요일 오후가 되자 운동장 가득 텐트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내 텐트가 완성되면 다른 텐트를 도와주었다.
"2박 3일"
금요일 저녁 토요일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일요일 아침까지 5끼를 서로 준비해서 나눠 먹었다.
"식구는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을 말하죠"
" 2박 3일 동안 식구가 된 것 같아요"
캠프 파이어에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슨 이야기를?
특별한 것은 없지만 즐거웠다.
불빛은 오랫동안 밤을 밝혔고 우리들의 이야기도 끝이 없었다.
이게 무슨 꽃인가요?
나팔꽃
근데 이것으로 노는 방법을 알려 줄게요?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고 그 사이에 꽃을 끼운 다음 손으로 내리치면
"팡"하고 소리가 나요?
저도 해볼래요.
토요일 아침 학교 주변 산책을 했다.
때마침 꽃무릇이 활짝 피었다.
꽃무릇은 3가지 이름이 있다.
꽃무릇, 석산, 상사화
어떤 이름이 마음에 들었을까?
토지초등학교는 매우 작은 학교다.
그렇다고 작은 학교 모두가 유치원부터 육 학년까지 서로를 알고 서로를 챙기는 학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함께 할 수 있는 무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매달 한 두 번씩 유치원부터 육 학년까지 모두가 모여서 5년을 함께 놀았다.
학부모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함께 놀다 보니 모두가 친해졌다.
이것이 토지 초등학교 달빛 놀이터 5년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것은 중독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독이 오래되면 스스로 중독이 되는지 모른다.
함께 걷다 보니 이 숲이,
지리산이, 섬진강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그리고 그 안에 둥지처럼 포근하게 자리 잡은 토지초등학교가 예쁜 곳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모두가 함께 노는 토지초 마을학교의 전통놀이 어린아이도 어른도 함께 놀 수 있다.
전통놀이는 차별하지 않는다.
능력이 달라도 나이가 달르고 성별이 달라도 모두 함께 놀 수 있다.
2박 3일간의 캠핑이 끝났다.
잘 노는 아이들이 행복하다.
잘 노는 어른도 행복하다!
" 충분하게 놀아서 만족해요"
충분하게 놀았다.
어른들도 충분하게 이야기하고 놀았다.
아무런 사고도 없었다.
모두가 서로를 챙기고 처음부터 마지막 정리까지 원팀처럼 행동했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토지초등학교의 2박 3일 캠핑이 끝났다.
혹자는 너무 길지 않은가?
일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사실 대표인 나도 너무 많은 인원에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별일 없이 지나갔다.
그것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행복한 2박 3일을 보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배려하고 좀 힘든 일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면
그것 조차 행복이 된 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년에도 하겠냐고요?
나는 답을 하지 않겠다.
나는 이제 이 마을학교를 졸업해야 한다.
아쉽지만 이젠 남은 사람들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
아이가 6학년이고 이제 졸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할 것이고 잘 될 것이다.
우린 모두가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