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르티잔 Oct 07. 2024

추억의 부스러기 - 학력고사후기-

대학이라는 소소한 관문

1992년 내가 대학에 들어간 해다.

아직 노태우가 대통령이었던 해이고 그해 눈 내리던 겨울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1991년에 대입을 위한 학력고사 시험을 봤다. 




나는 보통 사람들처럼 사는 인생이 아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도 대학에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대학에 들어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고, 들어간다고 해서 좋을 것 같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담임을 나를 학교 뒤편으로 불렀다.


담배 한 대를 권하더니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다.

학교 담벼락에 기대 선생님과 나는 맞담배를 피우면 상담을 했다. 

지금이라면 난리 날 상황일 수도 있지만..... 

뭐 그냥 낭만이었다고 치자.



담임선생은 나에게 대학에 가지 않을 이유를 이야기해 보자고 했다.

대학에 관심이 없고, 집안 형편도  그리 좋지 않으니 대학에 갈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담임이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내가 고3이라면 의례 해야 할 자율학습과 보충수업 모두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3학년에 올라와 첫 상담부터 나는 입시를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당연히 자율학습과 보충수업 모두를 하지 않겠다고 했고 하지 않았다.

아마도 전교생 500명의 학생 중에 유일하게 가지를 거부한 학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6월 초가 되자 담임은 조용하게 나를 다시 불렀던 것이다.


그럼 대학에 안 가고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는데 

나는 "노동 운동가가 꿈이라고 했다"  

그런 꿈을 가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책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책을 좋아했고 수업대신 매일 책만 읽는 학생이었다.

당시 읽었던 노동문학들..... 난쏘공, 작은 돌멩이의 외침, 강철군화  

리고 사화과학 서적들 그리고 집회참가등....

일반 고등학생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들을 했었고


당연히 노동운동가나 정치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담임은 나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대학에 들어가 학생운동을 해라...

네...!!!


그리고 6월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군대 간 형이 휴가를 왔다.

우리는 술을 마시며 대학에 관한 이야기를 했고,

형도 학생운동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래.. 

나는 그렇게 대학이 아니라 학생운동을 하기 위해 대학입시를 준비했다. 


그럼 나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나?

아니다. 


공부라고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

물론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볼 때 공부를 하기는 했지만 평소엔 전혀 하지 않았다.



내가 학생 때 마음 잡고 고부를 한 것은 3번 정도다 

한 번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입학시험?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시험을 봤었는데

이상하게 오기가 생겨서 공부를 했고 꽤 좋은 성적으로 중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중학교에 들어가면 성적별로 1반 10 반 까지 골고루 배치를 했었는데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담임이 나를 불러 너는 우리 반 평균을 깎아 먹고 있다면 

들어올 때는 성적이 좋았는데 중간고사 시험에서 중간에 있다고 뭐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고등학교 입학시험  김제에서 익산으로 고등학교를 갔는데 

당시엔 고등학교 입학시험이 있었고 김제에 고등학교를 가기 싫어서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고 넉넉한 성적으로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물론 그 이후엔 공부를 하지 않고 책만 열심히 읽었다. 

매년 200권 이상의 책을 읽었고 수업 시간에도 책을 읽었다. 그러니 공부는 항상 뒷전이었다. 


그리고 대학입시...

고3, 6월까지 입시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생각도 없다가 갑자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공부도 해본 사람이 잘하는 것인데......

일단 듣지 않던 수업시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수업을 들어보니 나름 재미가 있었다. 


수학은 포기하고.. 앞에 3-4문제를 푸는 것으로 가장 쉽게 나오기 때문에

영어는 문법은 포기하고 독해만 다행히 독서를 많이 해서 그런지 

그리고 당시 독해 문제가 지금에 비하여 아주 정직한 편이라 아는 단어 몇 개로 

추론하여 전체의 뜻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다행히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국어 사회 지리 사회 경제 등등 이른바 암기과목은 

어렵지 않게 높은 점수를 맞을 수 있었다. 


그렇게 꽤 공부를 많이 하기는 했지만 성적이 바로 오르지는 않았고 선지원 후시험이라는 

난관 때문에 학교 바로 옆에 있던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학력고사 성적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기에 너무나 넉넉하게 입학했다. 

당시에 나에겐 대학에 중요한 아니었다. 

물론 더 좋은 대학에 갈 수도 있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되었다. 


당시엔 대학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대고 대학에 입학하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어느 대학에나 운동권은 충분히 있었던 시대니까...


학과도 경영대학 중에 아무과나 지원해서 들어갔다.

그래도 노동운동을 하려면 경영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중요하니까.

하지만 역시 대학에 들어가서도 학과 공부를 해본 적이 없다.

교수가 누군지 과목이 무엇인지도 관심이 없었다.


전공책을 딱 한 권 1학년 때 구입하고 구입도 하지 않았다.

그럴게 4년을 다니다 보니 어느 날 졸업했다. 

평균 학점은 2.75였다. 


결론 책을 많이 읽자. ㅎ













작가의 이전글 잡식 주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