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thaneast Jun 04. 2024

10, 20대 뮤지션을 꿈꾸었던 나에 대한 회고

첫 대면

중학교 음악 시간 처음 접했던 기타에 대한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생김새도, 연주하는 방법도, 소리도 모든 게 좋았다. 기타를 계속 치고 싶었다.


하교 시간을 온종일 기다려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아버지에게 기타를 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교회 창고에 있던 낡은 통기타 한 대를 얻게 되었고, 그로부터 나의 기타 키드 삶이 시작되었다.



대학이라는 관행

음악, 연주자로서의 재능은 없었다. 그저 좋아서 묵묵히 했다.

청소년기라는 상황에서 관심사가 된 음악은 모두가 겪는 대학이라는 관행과 마주하게 되고

특별한 자기 주관과 정체성이 없던 나는 이리저리 휘둘리며 좋든 싫든

대학을 목적으로 하는 음악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입시 결과는 대차게 참패했다. 합격한 학교는 한 군데도 없었다.

어찌어찌 원하지 않는 대학에 입학하였으나 1학년을 마치고 그만두게 되었다.


다시 한번 대학 입시를 도전할 생각은 없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실력을 갈고닦는 데는 흥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 삶에서의 음악

나는 내 삶에서 음악에 대해 깊이 있는 탐구를 하지 않았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고, 자존감이 낮았고, 즐겁지도 않았다.

아래와 같은 질문들로 음악이 어떻게 내 삶에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배어들 수 있는지 많은 도움이 되었다.


- 나는 음악을 왜 좋아하는지?

- 음악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 어떤 게 필요하고 기회비용은 무엇인지?
    - 해당사항이 돈 버는 일(전업 음악인)과 일치하는지?


놀랍게도 내가 음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건 직업 관점에서 돈 버는 일과는 무관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또래만 모여있는 환경과 공간에서 대학 생활을 즐기고 싶었고,

나만의 창작물을 만들고 싶은 것. 단 두 가지였다.


그렇게 나는 기한도, 전문성도 크게 상관없는 방구석 음악가가 나와 가장 알맞은 형태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배운 교훈은 좋아서, 멋지다고 생각하여 직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되돌아보면 아래와 같은 키워드들로 음악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즐기지 못했던 게 가장 아쉽다.   


- 돈 벌 수 없음, 안전한 길이 아님, 취미로 해야 하는 행위임

- 딴따라, 재능 있고 열정 있는 소수만 성공함, 높은 경쟁률의 대학입시


음악은 너무 즐겁고, 신나고, 설레는 단어인데 내게는 부담스럽고 벅차게만 느껴졌다.

만약 10, 20대 기타 키드의 삶을 다시 한번 살아볼 수 있다면 아래와 같이 살고 싶다.   


- 관심사가 음악이고, 관련하여 매일 새로운 걸 배우고 습득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이 점에만 집중한다.

-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 대학 입시는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곡을 연주한다.
    - 학교의 위상, 졸업 여부는 크게 상관치 않고 입학하여 음악을 좋아하는 또래 친구들과 즐겁게 음악을 한다.

- 온전히 나만의 음악적 창작물을 다수 공유한다.



배운 교훈으로 현상을 해석하기

대학 입시 당시 한창 가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인해 실용음악 열풍과 함께 경쟁률이 과열된 시기였다. 입시생의 최우선 가치는 상위권 음악대학이고 이는 준비되고 실력 있는 소수만 얻을 수 있다.


최우선 가치는 물론 경쟁력 있고,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로 훌륭하지만

그것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꼭 필요하고 정말 원하는 게 맞는지? 와 같은 통찰이 선행되어야

무작정 최우선 가치를 쫓는 일, 과정 중 본질을 잃고 방황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현재 내가 속한 개발자 직군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나의 아이덴티티는 직장인이 아닌 크리에이터로써 남들과 차별화되고 쓸모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마무리

생각과 고민이란 행동하기 바로 전에만 쓸모 있는 일이다.

마치 카페의 카운터에서 아아, 뜨아 중 어떤 것을 마실지 고민하는 것 과 같은

주문 바로 전의 상태처럼 말이다.


음악에 진지하게 몰입한 경험은 나에게 있어 특별하고 멋진 일이었다.

음악에서 배운 것으로 사건과 현상을 해석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났으며, 제법 쓸모 있는 특기가 되었다.


나의 100살 인생에 음악처럼 몰입하고, 잘하고 싶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또 다수 마주하고 싶은 게 나의 바람이다.


현재는 음악에 큰 흥미와 감흥이 없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본가, 자취방 구석진 곳에 늘 기타는 존재하고 있다.

언젠가 음악으로 나의 창작물을 공유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퇴사 후 3개월, 백수 생활 솔직한 느낀 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