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청과의 만남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하루

by 히어로N

정말 오랜만에 퇴근 후 ‘사람 냄새나는 하루’를 보낸 것 같다. 우리청 검사들이랑 다른 청 검사들이 모여 작은 만남을 가졌는데, 작은 지청들끼리 이렇게 가끔 얼굴을 보며 저녁을 먹는 자리가 은근히 큰 위로가 된다. 우리 청은 검사 5명에 부장님 1명, 다른 청도 똑같은 구성이라 서로 규모도 비슷하고 분위기도 어느 정도 닮았다. 작은 조직들만이 가진 친밀함 같은 게 분명 있다.

그런데 상대방은 구성 자체가 더 반가웠다. 연수원에서 함께 교육받았던 동기가 무려 4명이나 있고, 딱 한 명만 선배라 예전 연수원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났다. 오랜만에 보니 살짝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 어색함을 뚫고 올라오는 반가움이 더 컸다. 다들 그대로인데 또 조금씩 달라져 있고, 그런 묘한 감정이 따뜻했다.

이야기해 보니 다른 청 검사들은 퇴근 후에 자주 모여서 저녁도 같이 먹고, 심지어 내기 게임도 하면서 꽤 재밌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우리 청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서 놀랐고, 솔직히 조금 부럽기도 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니고, 각자 퇴근 후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다른 것뿐인데도, 순간 그런 비교가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우리 청의 조용하고 단단한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만남에서 제일 설렜던 순간은, 다른 청에 계신 부장님을 뵌 일이었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적은 없지만, 그분이 신문에 게재하는 칼럼과 내부 게시판에 올리시는 글들을 보면서 감동을 많이 받고 깨달음을 주었기에 내가 정말 존경하고 있던 분이다. 검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 공정함과 원칙, 우리가 지켜야 할 정신 같은 걸 늘 고민하고 실천하려고 애쓰시는 분이다. 그래서 언젠가 뵙고 싶다는 생각을 은근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이렇게 만나게 되자, 신기하고 반가워서 가슴이 톡 하고 뛰었다. 여전히 올곧고, 여전히 훌륭한 분이었다.

다 같이 소고기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다른 청 검사들은 자기 지역으로 돌아가야 하니 9시쯤 먼저 자리를 마무리했다. 2차는 우리 청 검사들끼리만 가서 가볍게 한 잔 더 했다. 오랜만에 ‘좋은 사람들’이라는 느낌으로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니 묘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들었던 소식이 오늘 하루를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부장님이 조용히 알려주셨는데, 내가 ‘따뜻한 검찰인’에 선정되었다고 했다. 얼마 전 아동학대 피의자를 구속하면서 아이들을 잘 챙겼던 점이 인정된 것 같았다. 순간 너무 기쁘고 뿌듯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에게 계속 "나 이제 따뜻한 검찰인이야"라고 장난처럼 반복해 말했다. 아내가 웃으면서 받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의 피곤함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사람들과 만나 웃고, 존경하는 선배를 뵙고, 작은 인정까지 받은 하루. 유독 따뜻하고, 오래 기억될 것 같은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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