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걷다 #13 - Kyoto
점
점
점
더 발길 잦지 않은 곳으로.
요상한 버릇이 생겨버렸다.
그게 말이지, 이상하게 점점 더
남들이 잘 가려하지 않는 곳,
엉뚱한 곳, 우연히 접어드는 곳,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그런 낯선 곳들 외에는
이상하게, 영 끌리지가 않는 거라 이 말씀이야.
그래서, 이미 무던히도 익숙한
교토의 탐방은.........
계속된다.
그러고 보니 꽃 같기만 한 그 봄날은
참으로 한때로구나.
아니 그런데,
골목 어귀에서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는,
이것들은 무엇이란 말이더냐.
뿐이냐,
이런 것도 있다.
후들후들.
슬며시 발을 안쪽으로
디디던 순간부터
나는 그냥 일순
조용해졌다.
무심한 듯 유쾌한 가게 주인과
귀신의 집, 아니
골동품들의 안식처인 양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석구석
나를 둘러싼 무수한 눈동자들이
가만히
이방인
응시하는 곳.
그래요 주인장,
가게 안 낡은 것들을 닦고 손질하고
정리하고 늘어놓으며
그런 그 얼굴이 어찌나 뿌듯하고 재미나고
즐거워 보이던지.
당신이 누구이건 간에,
당신이 그간 뭘 하던 사람이건 간에
누군가 이곳을 찾거나 찾지 않거나
아랑곳없이
기척 없이
있어줄 곳.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다.
교토는 참 재미있지.
요조숙녀의 얼굴을 하고는
어느 날엔가 늘어난 배바지를 입고
생맥주에 풋콩과 고로케와 간장 비빔밥을 먹으러
홀연히 길을 나서도 어색하지 않은,
그래, 교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