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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aya Lee Mar 16. 2016

나의 달콤쌉싸름한 상하이

도시를 걷다 #15 - Shanghai



상하이上海, 라 하면 말이다,


대부분 으레 머릿속에 떠올리곤 하는 음울하고

약간은 지저분하고, 번잡하고 거칠고 소란스럽고...

그런 이미지로 회자되는 게 늘 조금은, 안타까웠다.


그러니깐, 어떤 막연하지만,

나도 모르게 희부윰히 가지게 되는,

저절로 상상하게끔 만들어지는... 어떤 그곳만의 '분위기'.


매우 고전적이면서, 한참 덜 다듬어졌고,

그러면서도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와 거리를 가득 채운 네온사인, 신축 건물들.

비록 유달리 청결하지는 못할지라도 사는 냄새 물씬 나는 풍경들.

중국 특유의 색채 가득한. 상하이의 겉과 속.





중국이라 하면, 누구에게나 있어,

절로 떠올리게 되는 만고불변 그들의 차茶 문화.


그러나 아무리 수백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할지라도...

자본주의의 논리와 시대의 흐름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이미 상하이 시내 번화가를 점거하고 있는 스타벅스 등의 활성화는

오랜 얘기이고


내가 찾아다닌 것은 어쩌면 아직 눈에 띄지 않은,

그러나 그만의 매력 간직한 작고 기운찬,

소박한 기쁨과 여유 누릴 수 있는 '발견하는' 곳들.


물론, 아직, 새발의 피였다.

이제 겨우 갓 걸음마를 하기 시작한 아기처럼.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작은 움직임이 몸짓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늘 맛깔나는 커피 한 잔이 그렇게나 그리웠었다.

잘 볶아진 좋은 원두에, 성능 좋고 명망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해

뜨거운 열기와 함께 감미로운 향 선사해주는......












못내 아쉬움으로 시작된

상하이 카페 순례기는,


기대 이상으로 흡족스러운 맛의 커피,

빈티지와 낙후된 건물들이

잘 개조되어 어우러진 공간,

보이지 않는 듯 그러나 은근히 드러나는

중국 특유의 문화적 색채 


무심한 듯... 이 아니라,

정말 무심하고 데면데면하게

손님들을 대하는 차분한 분위기로












'탐색해나가는'

재미를 주었다.



맛있고, 좋은 공간에,

보기에도 흐뭇한

잘 내린 커피 한 잔의 기쁨이,

이리도 클 줄은
















































































햇살 까무러치게 좋은 날

늙고 까뭇한 고양이 한 마리와 우리의 '빅 브라더'를 동반한 북카페.


'빅 브라더는 너를 지켜보고 있는 중'

제법 위트 있다.





이 카페의 이름은 다름아닌 '1984'다.









굳이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으레 그러하듯


그렇고 그런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제외한

상하이 스페셜티 커피의 움직임도

대부분 젊고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편인데,


일면 분방해 보이면서도

진중한 그들의 자세가

마냥 가벼운 것처럼 여겨지지 않아

좋았다.










분명, 아직은 메인 스트림이 아닐지라도

그들은 차분하게, 가만가만히,

자신들의 세를 넓혀가며

신중하게 숨을 고르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예전 그들의 조상들이 그러했듯

찻잔을 가다듬던 차분한 손놀림으로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원두를 볶고, 맛을 테스트하고,

브런치 메뉴를 고심하는가 하면

손님과도 이런저런 의견을 나눈다.
































커피와 어울려 빼놓을 수 없는-

이름난 베이커리들도

아직은 열 손가락, 아니,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미미하지만



진정한 실력자는

어느 곳에나 있는 법.



매일같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통에

자주 발걸음하고 싶지는 않다는 점이

도리어 다행... 이랄까?















그리 자주 부릴만한

사치는 못 되는 것이

조금 안타까울 뿐.





































































라떼 아트까지 열심으로 보여주던,

친절하고 열정 넘치던 바리스타가

기억에 남았던 오후.


드물게도, 새로 오픈한

대형 쇼핑센터 한 층에

자그맣게 자리 잡고 있어

앞으로의 선전이

기대되는 곳이다.




































벌써 이곳저곳에 지점을 꽤 가진 이곳은,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렇게나 천정이 높고,

빛이 한가득 내리쬐는 넓은 안마당을

통째로 전세 내 즐길 수 있는

다소 외진 co-work 공간의 이 지점이

매력적이다. 단연코.


한갓진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굳이 '찾아가는 이들'에게만

이 여유를 만끽하게 해준다는 점도 좋다.






















외진 지역을 탐방하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멋진 곳들.

감춰두고 나만의,

아지트로 삼고 싶어지는



그런 곳들.














































































































































누가 뭐래도 내게 있어 상하이는,

때론 발끈하는 성정과 고집스러운 성미로 달갑잖은 씁쓸함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나 호기와 생명력으로 무장한- 약동하는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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