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로는 시작점이 달랐어
우리의 미로는 시작점이 달랐어
덤불 숲 위로는 같은 하늘이지만
서 있는 동안 길은 늘 초록 담으로 둘린
길들이었지
빗소리 들리던 날
너도 거기 있었는지
소리는 들려도 볼 수 없는 나라에는
저마다 왕이 되어도 탓할 순 없지
서로가 되어 보려 하기에는
길을 찾는 것만으로도
호흡이 가빠 왔거든
미로의 도착점은 같아
그건 위에서 아래를 보는,
출구를 찾아서가 아니라
때가 되어서야 나올 수 있었던 미궁
마지막으로 몸에 이어
숨마저 빠져나올 때
비로소 자취를 볼 수 있는
모든 후회의 모음 같은 것
길을 찾느라 그렇게도
오해했구나
약한 것들끼리 그렇게들
강한 척하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