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에세이
누군가의 발 아래
살기도 하고
누군가의 머리 위에
살기도 하고
첩첩이 포개어져 살지만
또 따로 살아가는
도시의 흑백사진 한장
인구는 많고 국토는 좁다보니
우리나라의 아파트 거주 비율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라고 하죠.
저 역시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이따금 베란다 밖으로 맞은 편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면 그 모습이 사각형의 무표정한
흑백사진 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살아가는 곳이 묘하게 우리가 사는
모습을 닮아있는 것만 같습니다.
분명 계급사회는 아닌데 층층이
위 아래로 나뉘어져 있고,
그 곳은 누군가의 머리 위이기도 하고
또 누군가의 발 아래 이기도 합니다.
비교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그것이 만족과 불만족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다닥 다닥 붙어있는 이웃이지만
꼭 세계테마 기행에 나오는 타국 사람 같이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합니다.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가
불일치하는 공간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사각형의 아파트는 제게
컬러가 아닌 흑백사진 한장처럼
느껴집니다. 추억의 흑백이 아닌
뭔가 묘한 불일치의 공간,
결핍의 공간으로 느껴지는
것이겠죠.
물론 이 곳을 동그란 사진으로
만들 수 없겠지만 작은 색깔이라도
입힐 수 있는 건 우리 스스로이겠죠.
어색할지라도 밝게 건네는 인사들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주고
기다려주기도 하는 등
이웃을 위한 작은 배려들과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