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와 시
저녁 식사 자리, 아내가 깜빡 잊었다며
씻어 놓은 깻잎을 냉장고에서 꺼내 온다.
싱싱한 깻잎을 쌈장에 찍어 먹으려다
그만 깻잎을 바라보고 말았다.
깻잎 끝의 톱니 같은 생기부터 시작해서,
가운데 대로 같은 줄기, 꼭 길들이 이어진
마을 같은 한 잎의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깻잎을 바라보는 나를 보고 아내는
아무래도 혀를 끌끌 차는 듯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이 발견의 순간이
주는 희열은 일상에서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얻게 된 너무나 큰
즐거움이었다.
놓치기 싫었다. 밥을 먹으면서 내내
생각하다 숟가락을 놓자마자
써 내려간다.
잠깐 마주친 아내의 눈길에서
‘저 돈 안 되는 인간……’이라고 하는
표정이 읽히긴 했지만, 꿋꿋이 쓴다.
한 편의 시는 그렇게 시련을
이겨내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던가.
입으로 들어가기 전
깻잎은 털이 소복한 줄기 달린
손바닥 크기의 마을 한장
시작과 끝을 한 줄로 시원하게
중앙으로 관통하는 대로가 있고
작은 길들이 다시
좌우로 뻗은 지도 한장
길들 사이 사이 초록빛 고랑 위로
생명과 생명들이 긴밀하게 오고가며
맥들이 싱싱하게 숨쉬며
들썩이는 곳
살짝 뒤집으면 보이는
마을 아래는
살짝 옅은 색으로
드러난 마을의 줄기들
이제 정교한 한 잎의 세상이
한 입으로 들어선다
마을의 생기
잘게 부수어져
태양과 흙으로 일구어진
녹색 땔감이 되어
어느 새로운 생명 속을
태우러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