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지 Jun 27. 2024

할머니를 떠나보내며

   마지막이라는 말은 사람을 먹먹하게 한다. 슬픔, 원망, 회한, 그리움 등 여러 감정이 한 데 엉켜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짓누른다.


   지난 월요일, 나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억척스러운 삶이셨다. 당신의 아흔 넘는 인생을 한 문장에 담을 순 없지만, 나에게 할머니의 이미지는 그랬다.


   따뜻하고 여유 있는 분은 아니셨다. 그래도 항상 당신보다는 자식을, 손자를 생각하셨다. 무엇이든 아끼시고, 아까워하셨다. 화장실 등을 켜는 것도, 티비를 켜두는 것도, 먹다 남은 음식을 버리는 것도 아까워하셨다.


   어릴 때 할머니와 잠시 살았던 적이 있다. 그때는 치기 어린 마음에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해 많이 다투었다. 서럽고 속상한 마음은 잠깐이었지만, 당시 서로를 향해 베었던 상처는 내가 나이를 먹고 난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지난 3일간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흘린 눈물들이 그 상처를 덮어주는 듯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는 할머니를 뵐 수 없다는 그리움에 목이 메어왔다. 사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할머니의 냄새, 할머니의 목소리, 할머니의 정겨운 사투리까지 모든 게 내 기억 속엔 그대로인데, 이 세상에 계시지 않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분명 내 손으로 흙이불까지 덮어드리고 왔는데 말이다.


   할머니의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마음 한켠이 불편했다. 바로, 장례식장에서 쓰는 일회용품 때문이었다. 할머니께서 살아 계셨으면 아깝다고 호통을 치셨을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전국에서 소비되는 일회용품 중 장례식장에서 사용되는 일회용품이 20%나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부가 실시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장례식장에서만 연간 2,300톤 규모의 일회용 쓰레기가 배출된다.


   최근에는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장례식장에서 다회용기를 도입하고 있다. 조문객에게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세척전문업체에서 수거해 친환경적 초음파 세척과 소독과정을 거쳐, 다시 공급하는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을 쓰던 당연한 문화가,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성을 위해 변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할머니 장례식장에서는 일회용품을 잔뜩 썼지만, 할머니께서 생전에 그러셨듯이 무언가를 아끼고 아까워하는 마음은 평생 간직하고 싶다.


   꿈속에서 할머니를 뵈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밭에 누워계셨다. 부디 그곳에선 그리워하시던 가족분들 모두 만나, 편안하게 계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의 이전글 잃은 것과 얻은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