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이 장맛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이마에서 시작된 땀은 어느새 턱까지 흘러내렸고,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었다. 두 시간 전, 호기롭게 등산을 출발한 나였다. 몇 년 만에 다시 와보는 관악산. 분명 초보자들도 무난히 올라간다는 연주대 코스로 선택해서 올라왔는데, 힘들어서 죽을 지경이었다.
산은 그대로일 테니, 달라진 건 내 나이와 체력이겠지. 그래도 딱 두 가지 변명을 해보자면, 우선 신발을 잘못 신고 왔다. 관악산은 돌산이라 오는 내내 온통 바위들을 타고 올라와야 한다. 등산화를 신어야 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집에서 나올 때 정신없이 나오느라 일반 운동화를 신고 나왔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바위의 딱딱한 충격이 고스란히 발에 전해지고 있다. 물론 내려갈 때도 문제다.
그리고 결정적인 두 번째 변명. 물을 안 가지고 왔다. 이건 아무리 등산 초보자라고 해도, 해서는 안 되는 실수다. 특히 나같이 체력이 저질인 사람들은 땀을 많이 흘릴 게 분명하기 때문에 물은 필수다. 근래 이토록 물을 마시고 싶은 순간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갈증이 나는 것을 경험했다. 다행히 정상에 도착하자, 아이스박스에 얼음물을 담아 팔고 있는 아저씨가 계셨다. 나는 살았다.
정상에 도착해서 멋진 경치는 둘째 치고, 나는 물이 가장 반가웠다. 물이 없는 두 시간을 경험하면서, 원할 때 마시지 못할 수도 있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실제로 담수 부족은 전 세계적인 환경 이슈 중 하나다. 지구 전체 면적의 70% 이상이 물인데, 대부분은 바다이고 담수는 3%에 불과하다. 담수량은 한계가 있는 반면, 담수 소비 추세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물이 부족한 이유이다.
참아왔던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마시자,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그리고 등산 온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다들 물을 한 병씩 들고 있었다. 새삼 물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맑고 청명한 햇살 사이로 초록의 그림자가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