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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ckMatter May 26. 2024

고립된 완벽주의자의 자기혐오와 나스트론드

E - Ecco2k 리뷰


E

Ecco2k

2019. 11. 27

Best Tracks Peroxide, Calcium, Sugar & Diesel, Time






Review by BlackMatter

★★★★ 5/5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는 듯한 고립감은 인간을 점점 사회로부터 떨어트려놓고,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안겨준다. 이 상처는 자신 또는  다른 생명에게 위해를 가하는 형태로 표출되기도 한다. 스웨덴의 음악 및 패션 컬렉티브 Drain Gang의 멤버 Ecco2k에게는 이가 약물 의존의 형태로 나타났다. 흑백 혼혈의 독특한 외모로 인해 견뎌내야 했던 사회의 시선은 어릴 적부터 사회성 형성에 강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소속감보다는 차별을 벗어나고자 행했던 행위들에서 오는 상처가 더 깊게 뿌리내렸을 것이다. Peroxide에서 여러 번 묘사되는 자신의 무언가가 잘못된 듯 따갑게 쏘아대는 시선들과, 팔을 잘라 시계를 가져갈지도 모른다는 의심까지. 이 모든 고통은 앨범 내 전체적으로 사용되는 드레인 갱 특유의 몽환적인 프로듀싱으로 생생하게 표현된다.



Ecco2k의 인간관계는 사랑에 있어서도 순탄치 않았다. 자신의 과오로 인해 밀어냈던 전 연인에게 이제는 무엇이든 해줄 테니 제발 돌아와 달라고 빌기까지 하며, 이러한 우매함에 깊은 혐오감을 느낀다. Ecco2k 본인의 완벽주의적 면모와 이상과 현실의 흠결이 만들어낸 괴리감이 낳은 자기혐오와 신체 이형 장애는 끊어낼 수 없는 약물 복용의 고리로 이어졌다.  오직 악영향만을 끼침을 알고 있지만 결코 멈출 수 없는 행위. 매일같이 끊어낼 거라 다짐하지만 버스 정류장에서까지 케타민을 부시게 되는 쾌락과 환각의 고리. "Rocks"와 "Double K crystals" 등 케타민 복용에 대한 비유적 가사는 이 범죄 행위를 우회적이고 예술적으로 표현하여 깊은 공허함과 우울함의 감정에 청자들을 초대한다. 무거운 베이스라인에 쌓아 올려지는 미래지향적인 신디사이저와 실험적인 이펙트들 또한 Ecco2k의 공허함의 심상화에 기여한다.



앨범 전체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언급되는 이 약물 중독은 결코 Ecco2k의 고통의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그는 이제 성냥과 등유처럼 조심히 다뤄야만 하는 유약한 존재가 되어버렸고, 에어캡 속에서만 온전히 보존될 수 있는 유리조각이 되었다. 본인의 완벽주의적 면모 또한 파멸을 가속화시켰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면서도 이를 끊어낼 수 없는 미약한 의지와 결단력, 주변인들과 괴리감이 느껴지는 외모, 전 연인에게서 느껴지는 완벽함까지 모두 Ecco2k를 나스트론드로 떨어지게 하기에 충분한 요소들이었다. 자기혐오와 케타민의 부작용 중 하나인 메스꺼움, 그리고 어떠한 결정권도 없는 자동차의 뒷좌석에 팔이 묶인 채로 앉혀진 듯한 고립감은 어느새 시간의 흐름조차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본작이 마무리될 때까지 Ecco2k는 어떠한 반등도 이뤄내지 못한다. 단지 이 모든 고통과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과거의 비극 속에 매몰되기보다는 새로운 모습으로의 재탄생을 꿈꿀 뿐이다. 이 앨범의 가치는 이러한 열린 결말의 비극적 서사에 한정되지 않는다. 다양한 비유적 표현 속 녹여낸 상처들과 약물의 묘사, 케타민과 엑스터시의 환각 효과가 그대로 느껴지는 듯한 환상적인 프로듀싱과 감정의 표출이 극대화된 보컬 퍼포먼스까지. 이 모든 청각적이고 음악적인 요소가 모여 드레인 갱 역사상 가장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역작 중 하나를 만들어낸 것이다. Ecco2k의 E를 따온 셀프 타이틀 앨범 E. 이토록 자기성찰적이며 공감각적인 예술 작품은 Ecco2k와 같은 고통을 공유하는 수많은 현대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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