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메치기'는 한국이나 일본 등에서 전통적으로 떡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 떡메치기를 할 때는 2인 1조로 구성되어 작업을 하는데 한 명은 망치로 떡메를 힘껏 내려치고 나머지 한 명은 다시 망치를 장전하는 동안 일그러진 떡메를 다시 치기 좋게 정돈하는 작업을 합니다.
일은 망치를 든 사람이 다 하는 것 같지만 사실 망치가 들어올려진 찰나에 떡메를 만지는 사람의 역량이 다음 망치질을 의미 있게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죠.
저는 이 모습을 보고 마치 서로 대화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망치를 든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고 떡메를 정돈하는 사람이 들어주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한 명이 망치를 휘두르며 감정을 호소해 대면 나머지 한 명이 그 감정을 어루만져 주고 토닥여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너무 감상적인가요?
아무튼 대화를 할 때도 듣는 사람은 그저 끄덕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듣는 것에도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고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상대방 말하는 동안 계속해서 그 리듬을 느끼며 호흡을 맞추고, 내용을 이해함과 동시에 짧고 적절한 리액션도 순발력 있게 탐색할 줄 알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 상황에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듣는 태도 몇 가지를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중립적으로 들어주기
상대가 고민이나 걱정을 털어놓으면 바로 자신에게 대입해서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쉬운 걸 가지고 뭘 고민해?" 혹은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되지" 하는 반응으로 갑자기 나를 못난 사람으로 만들어서, 속 마음 좀 털어놓으려다 자기변호에 급급하게 되는 상황을 제공하는 사람들이죠.
본인이야 그 일에 처하면 간단히 대처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겐 쉽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라서 난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쉽지만 나에겐 어려운 것도 있겠죠.
굳이 상대방의 상황에 나를 대입시키지 말고 편향을 걷어내고 중립적으로 들어줬으면 합니다.
해결책보다는 그냥 들어주기
상대가 걱정과 고민을 토로하면 반사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경우가 있죠.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
물론 멋진 솔루션으로 난관을 해결해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갑작스럽게 내뱉은 해결책은 논리적이고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 나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실제로 마주하고 있는 상대방입니다.
단 몇 초 만에 생각해낸 나의 해결책은 이미 오래전에 상대도 해봤던 생각일 확률이 높아 그를 김빠지게 만든다거나, 무리수를 감안하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킬 뿐일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급하게 조달된 의견을 건네기보다는 그냥 그 고민을 끝까지 말하고 마칠 수 있도록 들어줍시다.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다 꺼낼 수 있도록 돕기만 해도 성공적이라 봅니다.
사실 그저 그렇게 끝까지 다 털어놓는 게 누군가에게 말을 하기 시작한 이유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꼭 해결책을 주고 싶다면 집에 가서 차분히 생각해 봅시다.
너무 편들지 말기
상대가 누군가와 트러블을 겪고 와서 불만이나 분노를 토로한다면 그 누군가를 함께 욕하며 편을 들어주는 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삼자대면을 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진위는 알 수 없고 박수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기 때문입니다.
친구라서 무조건 편을 들어준다면 나중에 객관성을 잃은 해로운 관계에 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냥 감정을 털어놓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닌 꼭 편을 들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놓친 말 주워주기
어지간한 달변가가 아니라면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특정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거나 특정 상황을 묘사하고 싶은데 표현력이 부족해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상대가 민망해지기 전에 얼른 찾고 있는 말이나 표현을 주워주면서 이미 잘 이해했다는 리액션을 취해줍니다. 즉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기'라는 거죠. 그러고도 상대가 머뭇거린다면 동일한 주제로 몇 마디 거들며 다음 대답이 돌아올 때까지 어색함을 줄여줍니다.
제가 느끼기에 상대가 내 말을 잘 들어줬는지 구분하는 것은 간단하다고 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 답지 않게 왜 이렇게 말을 많이 했지?", "오늘 내가 별소리를 다 했네" 하는 생각이 든다면 상대가 내 말을 정말 잘 들어줬던 겁니다.
뭔가 후련하고 솔직해진 것 같은 기분 좋음은 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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