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 해내고 싶어 마음이 무거워질 때
블로그를 시작하겠다는 결심을 한 지 반년이 흘렀다. 이대로 가면 평생 시작도 못 할 것 같아서, 연초부터는 주위에 내 다짐을 소문내고 다녔다. 5월이 지나도 시작하지 못하는 나를 보고 동료인 지안이 무려 “벌금 2만 원 챌린지"를 제안했다. 그렇게 드디어 첫 포스팅을 썼다.
블로그 한 편 올리기가 왜 이렇게 어려웠을까? 시작을 느리게 한 마음을 돌아보았다.
알맹이보다 겉포장이 큰 사람이 되는 것을 경계했다. 팔로어 몇 명 생기면 괜한 자만에 빠질까 봐, 혹여 비난을 듣게 되지 않을까 겁도 났었다. 그러다 이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가 깨달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유명세를 걱정하다니.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뭔가 대단한 글을 써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매일 시작에 부담을 더하고 있었나 보다.
청소는 미뤄도 일은 덜 미루는 편이라, 회사에서 하듯 첫 삽을 떠보기로 했다. 그래서 캠페인 블로그 기획안을 적어보았다.
Why - 왜 블로그를 시작하는가?
일과 삶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접점을 만들고 싶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과 사례, 용기와 아이디어를 주고, 나는 그들의 공감을 얻고 싶다.
일과 관련된 이야기로 시작하고, 언젠가 일을 아우르는 삶에 대한 이야기로도 주제를 확장하고 싶다.
Who - 타겟 독자층 - 첫 50명의 독자들
스픽이나 나와 비슷한 고민을 스타트업 대표/마케터들. 비슷한 고민의 예시로는 다음이 있다.
- PMF를 찾은 이후 Scale-up을 위한 마케팅
- 문화 - 높은 성과, 창의성, 즐거운 팀 분위기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
- 균형 잡힌 마케팅,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건강한 욕심.
Anti-persona: 비법이나 요행을 바라는 이들은 타겟이 아닐 것이다. 본질을 고민하고, 기초와 기본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더 공감을 얻을 것이다.
What’s so unique - 이 블로그의 차별점은?
가르치지 않고 함께 고민하고 공감한다. 나의 경험을 정답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실제 경험과 고민의 과정, 생각의 흐름을 그대로 들려준다. 부끄러운 점도 있는 그대로 회고한다.
당연한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경계한다.
원론보다는 경험을 통해 얻은 성찰과 관점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작품을 만들기보단, 수련일지를 작성한다는 마음으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더 잘 해내고 싶어 마음이 무거워질 때, 혹시나 완벽해야 한다는 자만심이 들 때, 언제든 돌아와 이 글을 다시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