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픽은 어떻게 첫 브랜드 캠페인으로 인지도를 3배 올렸나> 시리즈
스픽은 2024년 1분기 첫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효리님을 모델로, “틀려야 트인다" 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캠페인이었다. 런칭한지 거의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스타트업 마케터 분들이 이 브랜드 캠페인을 왜, 그리고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신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그 결과를 내는 과정은 참으로 지독하고 치열했다. 팀원 누구도 경험이 전혀 없는, 매우 큰 예산과 규모의 프로젝트를, 실수나 실패 없이 아주 잘 해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나름 모든 단계를 “이보다 더 철저할 수 없이" 준비했고, 덕분에 잘 될 수밖에 없겠다는 믿음을 가지며 준비했다. 고민과 노력들을 기억이 휘발되기 전 기록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스픽은 어떻게 첫 브랜드 캠페인으로 인지도를 3배 올렸나> 시리즈는 다음과 같이 연재를 할 예정이다.
3. 매체별 예산
- 돈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써야 할까? <1부>
- 돈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써야 할까? <2부>
4. 시너지를 내는 통합마케팅 기획하기
5. 스픽에게 남은 과제
에필로그 - 잘 해내고 싶은 마음끼리의 어려운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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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답을 찾기 위해선, 1)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2) 그 문제의 중요성과 위급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4년 브랜드캠페인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집중했고, 가장 잘한 일이면서도, 돌이켜보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나는 2023년 5월에 스픽에 합류했다. 그 당시, 퍼포먼스 마케터인 지안은 우리가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 퍼포먼스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쓴다는 걱정을 털어놓았다. 마침 “퍼포먼스 마케팅의 종말"과 같은 주제가 회자되던 시기였다. 지안의 걱정은, 우리가 한국시장에서 이미 포화지점에 다다른 건 아닐까? 우리는 더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팀 차원의 걱정으로 이어졌다.
CAC (고객당 모객비용)의 증가, 가망시장 내 점유율 포화 등은 문제가 아닌 현상이다. 현상이 아닌 원인을 봐야 한다. 그 원인의 핵심과 실체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 단계라고 생각했다. 이 문제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지금 풀어야만 할 위급하고 중요한 문제인지 - 결국, "왜, 우리가, 지금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팀의 공감대가 완벽히 형성된 후에야 문제 해결을 위해 폭발적으로 달려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까?"가 질문이었고, 이 질문의 답은 책상도, 유저도 아닌 시장에 있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그렇듯, 지금까지 스픽 유저들을 중심으로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위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선 스픽의 comfort zone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그래서 가장 처음 한 것은 외부업체와 함께 한 브랜드 인덱스 서베이였다. “영어회화”라는 키워드에 대한 3개의 핵심 브랜드 지표 (Top of mind, 비보조인지, 보조인지)와 고객군을 나눌 수 있는 특성에 대한 몇 개의 추가질문으로 서베이를 구성하였다. 외부 조사업체인 오픈서베이와 협력하여 가망고객 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서베이를 진행했다. 처음이라 질문지와 조사방법에 대한 얼라인에는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이후 답변을 수집하는 데는 며칠이 채 걸리지 않았다.
서베이 결과를 받자마자,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수년 전 대대적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올린 두 개의 레거시 브랜드들이 모든 지표 면에서 1군을 형성하고 있었다. 스픽은 비슷한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기반 솔루션들과 함께 2군을 형성하고, 그중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2군과 1군 사이에 아주 큰 간극이 있었다. 마이너리그 1위에서, 메이저리그 플레이어로 진화할 시점이었다.
특이한 점은, 비보조인지/보조인지 지표에 비해 Top of mind - 최초상기도 ("영어회화"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로 스픽을 이야기하는 비중)의 상대적 비율은 높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아는 사람들"은 잘 알고 좋아하지만, 아직 큰 풀의 대중에게는 닿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큰 숙제인 동시에 희망이었다. 전환에 최적화된 퍼포먼스 마케팅 알고리즘은 점점 더 한정된 풀에 우리를 노출시킬 것이고, 알고리즘이 판단한 스픽을 “좋아할 만한 사람"들과 더 넓은 대중시장의 간극은 더 커질 것이다. 이전에 책에서 읽었던 “캐즘"이론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캐즘을 넘어, 마이너리그 1등이 아닌 메이저리그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 결론이 나올 때가 작년 이맘때, 5월 말 즈음이었다. 성인 영어교육시장의 슈퍼볼과도 같은 1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시점까지 스픽이 대한민국 성인들에게 "영어회화"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가 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의 브랜드 최초상기도 (TOM: Top of Mind) 지표를 7개월 안에 3배 높이기 라는 대담한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대대적인 브랜드 캠페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글을 쓰는 2024년 6월, 우리는 내년 1월을 위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과거의 우리에게 배울 점, 올해는 다르게 할 점이 보인다.
책상에 앉아 전략을 구성하기보다, 시장에서 빠르게 답을 찾은 것. 현실을 직시한 것.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모두가 같은 모습으로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캐즘이론"이라는 간결하고 검증된 Framework를 사용하여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줄인 것. 이 세 가지가 과거의 우리에게 배울 점이다. 문제상황을 이해하고, 브랜드서베이를 완료하여 팀 차원의 논의를 하게 되는 것까지 채 3주가 걸리지 않았다.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리서치와 전략 도출이 나와 브랜드 마케터 두현, 둘 사이에서만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나름 중간공유를 했다고 했지만, 마케팅 팀 전체의 공통목표가 아닌 "브랜드팀의 목표"라는 인식이 깔려있었다. 그러다 보니 팀 차원에서 "캐즘을 넘자"를 우리 공통의 목표로 인식하는 데에는 몇 달이 더 걸렸다. 추후에 많은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갔는데, 올해는 리서치 및 전략 도출 단계에서 모든 마케팅 영역의 리드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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