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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승 Jul 07. 2024

3-2.돈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써야 할까? 2부

<스픽은 어떻게 첫 브랜드 캠페인으로 인지도를 3배 올렸나> 시리즈

1. 문제 진단과 프레임워크 -모든 캠페인의 시작

2. 메시지 상위기획 - 선긋기와 디스럽션

3. 매체별 예산 

- 돈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써야 할까? <1부>

- 돈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써야 할까? <2부>

4. 시너지를 내는 통합마케팅 기획하기

5. 스픽에게 남은 과제 

에필로그 - 잘 해내고 싶은 마음끼리의 어려운 대화 



(1부에서 이어집니다!)


Step 3. 퍼널 간 시너지에 대한 시뮬레이션 


Step 1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총매출 (LTV)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최대 예산을 잡았다. 

Step 2에서는 유의미하게 최초상기도 (TOM)을 높이기 위해 달성하기 위한 노출수를 설정하고, 매체별로 해당 노출을 분배한 후, 노출당 가격을 기존 데이터 기반으로 예측한 후, 모든 매체당 가격을 합산하여 실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써야 하는 예산을 예측했다. 이 예산은 Step 1에서 최초 측정한 예산보다는 낮았다. 


여기에서, “브랜드 목표를 달성이 퍼널 하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추가해야 했다. 최초상기도를 올려야 하는 이유는, 결국 더 많은 사용자를 적은 비용으로 획득한다는 비즈니스 전체의 목표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또한, 브랜드 캠페인이라는 새로운 매체믹스가 추가되었지만, 마케팅 예산 전체 중 대부분은 여전히 퍼널 최하단, 사용자 획득을 위한 퍼포먼스 광고 예산에 할당될 예정이었다.


따라서,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통해 퍼포먼스 마케팅의 효율지표가 (LTV:CAC) 최초 목표 대비 5% p, 10% p, 20% p, 30% p 개선되었을 때, 전체 예산의 LTV:CAC 변화에 대한 계산을 했다. 그리고 이 중 중간정도의 값인 20% p 상승된 버전을 퍼포먼스 마케팅의 전체 목표로 삼았다. 


Step 4. 위험도 시뮬레이션 - 실패해도 망하지는 않는다는 믿음!


이렇게까지 치열한 분석이 진행된 이후에도, 우리는 사실 선뜻 매체바잉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하는 시도이고, 규모가 매우 크며, 원복 하기 어려운 결정이었기 때문에 샌프란 본사의 CEO, COO, Head of Finance 모두 더 위험부담을 낮추고 싶어 했다. 특히나 TV라는 매체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고 있었다. 수많은 리서치에 따르면 TV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매체이고, CPM기준으로도 비용효율적인 매체라고 한다 (적어도 2023년 까지는).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와 한국의 매체환경은 정말 달랐고, 그중에서도 가장 얼리어답터인 스픽의 리더십은 “정말 아직도 TV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라는 의문을 떨치지 못했다.


우리가 데이터와 직관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사이, TV, 네이버 타임보드 등 예약형 매체들의 청약 데드라인도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몇 개월동안 본사의 챌린지를 받을 때마다 매체 플랜에 보강에 보강을 거듭하며 포기하지 않고 대대적인 매체 바잉을 주장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부 논의 때문에 훨씬 작은 규모로 진행하게 되고,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게 되지 못할까 봐 초조해졌다. 


몇 개월에 걸친 논의에 다들 지쳐갈 때쯤, COO인 콜튼이 관점을 바꾸었다. 감당 가능한 위험인가? 즉, 만약 우리가 이렇게 브랜드 캠페인에 투자한 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얼마나 부담이 되는 일인가? 


이 예측을 위해, Step 3에서 적은 퍼포먼스 마케팅의 효율지표 시뮬레이션을 참고했다.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퍼널 하단의 효율지표가 전혀 변동이 없을 때, 그리고 최악의 경우 큰 발전 없이 예년과 비슷하거나 낮은 효율을 얻었을 때 각각 전체 마켓 레벨의 LTV:CAC를 계산해 보았다. 


크지만 감당할 수 있는 실패이고, 연 중 마케팅 활동을 통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수치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렇게 우리는 “최악의 경우에도 모두 망하진 않는다!”라는 확신을 얻었고, 12월 TV매체 임시물 청약 마감을 이틀 남기고 브랜드 캠페인 매체 안을 확정했다. 



Step 5. 캠페인 효과 사후 측정 


캠페인을 준비하며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목표 / 가설을 세웠다.   

    브랜드 캠페인의 목표는 최초상기도를 3배로 만들어 인지도 기준 상위권 브랜드를 만드는 것, 즉, “영어 회화"라는 키워드를 이야기했을 때 “스픽"을 첫 번째로 떠올리는 사람 수를 3배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 매체가 달성해야 할 노출수와 목표 CPM을 할당했다.   

    브랜드 인지도의 상승은 퍼널 하단 매체의 효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빅 모델은 퍼널을 아울러 전환율, 브랜드 각인 효율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TV와 옥외 캠페인, 그리고 3번의 프로모션까지 모두 끝난 2월, 위의 목표와 가설을 하나씩 복기하는 회고를 진행했다.   

    브랜드 캠페인의 목표달성 여부는 오픈서베이를 통한 설문으로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다. 브랜드 캠페인을 시작한 올 1월부터 이 브랜드 인덱스 서베이는 매 월 진행하고 있다. 서베이를 통해 부수적으로, “스픽을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라는 질문을 통해 인지경로의 비율 또한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노출수와 CPM은 옥외를 제외하고는 빠르게 매체와 대행사를 통해 확보할 수 있었다.   

    퍼널 하단 매체의 전환율 역시 위 Step 3에서 세운 시뮬레이션 대비 진척도를 확인하였다.   

    빅모델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연초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소재, 랜딩페이지에 모델인 이효리 님의 사진이 들어간 버전, 들어가지 않은 버전을 A/B 테스트하며 CTR, 구매전환율, LTV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이런 분석이 되기 전, 전체적인 캠페인이 대성공이었다는 사실은 1월이 되자마자 알 수 있었다. 

매일매일 유저수, 쿼리량, 트래픽이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었다.


그림: 네이버 주간 브랜드 키워드 검색량: 2019/01 - 2024-06. 초록색이 스픽 / 기타 4개 경쟁사 (지난 1년간 연예인모델을 기용해 마케팅한 회사들로 추림) 


회고


적고 나니, “이 논의가 이렇게 까지 치열해야 했을까?”와 “이렇게 해봤으니 후회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적 단위의 브랜드 캠페인이라는 시도는 아직 우리 중 아무도 해보지 않았고, 투자비용이 크고, 원복 할 수 없는 종류의 시도였다. 퍼포먼스 마케팅에 익숙했던 우리는, 브랜드 캠페인도 점진적인 테스트를 통해 연말까지 확신을 더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완전한 오산이었다. 


퍼포먼스 마케팅에서는 혜택을 강조한 직관적인 소재를 빠르게, 많이 만들어 기민하게 테스트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의 관념 자체를 바꾸는 브랜드 마케팅은 모델, 음악, 프로덕션의 퀄리티, 매체점유율 (share of voice)등 너무나 많은 다른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테스트를 한다고 이효리 님을 10%만 보여줄 수도, 네이버 타임보드의 10분만 매체집행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결국,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큰 모험을 위한 작은 시도 대신, 그 누구에게도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의 지독한 검증을 택하게 되었다. 


아쉬운 것은, 본사와는 매체만큼이나 메시지와 소재에 대한 이야기와 검증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똑같은 매체비를 써도 수십 년간 회자되는 캠페인이 있고,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 캠페인이 있다. 결국 어디에 돈을 쓰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던질까?라는 마케팅의 본질이다


한국팀 내에서는 수많은 리서치를 통해 메시지의 방향성을 도출하고, 카피에 시놉시스까지 검증을 마쳤다 (2편: “메시지 상위기획 - 선긋기와 디스럽션” 참고). 물론 미국팀이 “틀려야 트인다"라는 카피를 이해하거나, 이효리라는 모델을 어떻게 보여주는 게 매력적 일지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는 어렵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리더십과의 대화는 대부분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주제에 편향되었었다. 다가오는 2025년 1월 캠페인을 준비하면서는, 매체보다도 상위 메시지와 크리에이티브 전략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도록 이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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