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3)_리더의 4가지 유형
리더를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 유명한 표현이 있다.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함)', '똑게(똑똑하고 게으름)', '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함)', '멍게(멍청하고 게으름)’
여기서 가장 이상적인 리더는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함)가 아닌 똑게(똑똑하고 게으름)이다. 또 가장 위험한 리더는 ‘멍게’(멍청하고 게으름)가 아닌 ‘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함)이다. 아마 어떤 형태든 조직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먼저 ‘똑부’ 유형은 대표적으로 삼국지의 주유나 제갈량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일찍이 그 천재성과 유능함을 인정받아 조직 내에서 발탁된다. 조직이 현재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 본인의 역할의 범위와 한계가 어디인지에 대해서 정확히 인지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계획을 수립하고, 무게감 있게 추진한다. 당연히 조직장의 전적인 신임을 받는다. 유비는 한중공방전, 이릉대전 등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늘 제갈량에게 후방 내치의 전권을 위임했다. 촉한은 유비 사후까지도 가장 약한 국력에도, 제갈량의 내치로 인해 안정화된다. 손권은 조조의 남하를 앞두고 수차례 고민 끝에 싸우기로 결심, 동오의 모든 군권을 주유에게 위임한다. 그리고 주유는 적벽대전에서 기적적인 승리를 가져다준다.
하지만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는 두 영웅을 결국 사지로 내몰게 된다. 유비 사후, 무능한 유선이 황제에 등극하고 촉한의 모든 운명은 제갈량이 짊어지게 된다. 제갈량은 촉한의 기틀을 다지는 동시에 수차례의 북벌을 단행한다. 최고의 명문으로 알려진 ‘출사표’를 직접 작성하는 것도 모자라 본인이 직접 원정한다. 과로와 무리한 북벌로 급격히 건강이 쇠약해진 그는 결국 오장원에서 최후를 맞는다. 주유 또한 30대 초반의 나이에 오나라의 명운을 홀로 짊어진다. 적벽대전에서 승리 후, 강남땅을 평정하고 익주의 유장을 정벌해 천하이분지계를 꿈꾸었으나, 마찬가지로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36세의 젊은 나이에 병사한다.
똑부 유형의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권한위임이 안된다는 것이다. 두 영웅은 불세출의 천재였다. 그 주변에서 그들의 반만큼이라도 따라오는 인재조차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매사에 무리하게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현대 사회의 조직에서도, 관리자가 되어서도 실무를 놓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실무자 때 매우 유능했던 사람들이다. 부하직원의 업무 수준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에,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들의 존재는 후임자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결국 조직의 영속적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가장 최악의 유형은 ‘멍부’ 유형이다. 전략은 없지만 부하직원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유능한 부하를 시기하여 문제가 생기면 대신 뒤집어씌우기 일쑤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2차 대전 당시의 일본군 수뇌부였던 ‘무타구치 렌야’를 들 수 있다.
그는 일본 역사상 가장 유명한 무능한 장성 중 하나이며, 일본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별다른 공적 없이 높은 자리에 올라간 인물이다. 본인의 무능에 비해 지나친 출세욕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독자적인 판단으로 중일 전쟁을 일으켜 일본 육군의 2차 대전 패배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해 주게 된다. 그의 커리어 하이로 알려진 ‘임팔 작전’에서 그는, 미얀마에서 인도 국경으로 진군해 영국군을 급습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문제는 인도 국경까지 가는 길은 빽빽한 열대우림이었다는 것이다. 습한 기후에 독충, 독초, 악어, 호랑이까지 득실대던 행군로를 대비해서 제대로 된 보급계획을 세우지 않고, ‘적에게서 보급을 취한다’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발상만으로 행군을 시작하게 된다.
본인 파벌의 입지와 본인의 출세에 눈이 돌아가버린 무타구치 렌야는, 온갖 현장의 보고에도 정신력 운운하며 끝까지 작전을 강행한다. 아사자만 1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그는 지금 생각해도 귀를 의심케 하는 레전드 발언인 “일본인은 원래 초식동물이니 풀을 뜯어먹으며 전진하라”를 남긴다. 당연하지만 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전사자 3만, 아사자 2만, 부상 2만의 궤멸적인 피해를 가져다주게 된다.
‘멍부’ 유형이 가장 위험한 이유는 능력, 지식, 노하우는 없으면서 출세욕은 강하다는 점이다. 그를 부지런하게 만드는 유일한 동력은 본인의 출세이다. 부하직원은 본인의 출세를 위한 한낱 도구로 여기며,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너의 성공도 보장해 주겠다는 거짓말을 일삼기 마련이다. 유능한 부하를 데려다 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하의 능력을 시기하며, 본인이 무능함을 덮기 위해 갈고닦는 정치적 술수와 이간질을 부하직원에게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내 리더 또한 그러한 유형의 사람이었다. 무타구치 렌야처럼 2~3만을 사지로 몰아넣는 수준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리더를 만난 개인의 삶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진다. 나 또한 그러했듯이
이와 달리, 나폴레옹은 언제나 보급을 군대의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난 그를 똑똑하고 게으른 이상적인 리더 중 하나의 예로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매 순간 가장 효율적인 전략을 생각해 구사했고,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여 지휘하는 역량이 탁월했다. 장군과 참모들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본인은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한 때 유행했던, 하루 4시간만 수면하는 워커홀릭 나폴레옹에 대한 이야기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 최근의 정설이다. 그는 오히려 자원과 역량을 효율적으로 분배했으며, 적절한 권한위임으로 후임자를 키우는 유형이었다.
똑똑하고 게으른 이상적인 리더는 잘 없다. 일반인이 살면서 접하는 가장 많은 유형은 멍청하고 게으른 리더라고 생각한다. (슬프지만, 그다음으로 많은 게 멍청하고 부지런한 리더이다) 조직의 흥망성쇠보다는 본인의 보신이 중요할 뿐이며, 따라서 위기의 상황에서도 별다른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 아무 결정도 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큰 재앙을 막는 측면이 있으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