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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연 Jul 15. 2024

오십을 준비합니다

불안해서 시작한 경매공부

"예상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야 된다고!"

"괜찮아, 자기 개발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거니까!" 


얼마 전 우리 집 꼬꼬마와 함께 인사이드아웃 2를 보고 왔다.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 중 유독 눈에 띄는 캐릭터가 있었는데, '불안이'라는 입꼬리만 잔뜩 올리고 여유롭지 않은데 여유로운'척' 만하는 녀석이었다.

시종일관 광기의 맑은광눈을 하고 라일리의 머릿속을 불안으로 뒤덮던 녀석의 대사 중 인상적인 몇몇 대사가 있었으니 바로 위에 적은 두 대사였다. 내 삶의 모티브는 늘 예상 가능범위의 일들을 최대한 미리미리 '염려'하여 사전에 준비를 해야 한다였기 때문이다. 내 좌측 팔에 걱정, 우측팔에 염려가 나를 질질  끌고 여기까지 오게 했다.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을 하고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염려하며 살아온 세월.

나는 정말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인사이드아웃 2 불안이


최근 나는 앞으로 살아나갈 중년과 노년의 시간이 염려되어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다.

자영업자로 3년을 살아보니 한계성을 느끼곤 한다. '언제까지 이일로 돈을 벌어먹고살 수 있을까?'

50대를 향해가는 남편의 직장 재직 기간은 길어야 5년? 나라도 안정적으로 기반을 다져 놔야 남편이 퇴직을 하고도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터인데, 오십이 되어서 또다시 둘 다 흔들리고 있으면 그땐 우리가 바로 일어날 수 있을까? 어느새 훌쩍 자라는 먹성 좋은 두 사내아이를 보며 '이제는 치킨 한 마리는 부족하고, 라면 두 봉지정도는 간식도 안 되겠구나.. 나 돈 많이 벌어야겠는데?'와 같은 현실적인 고민들이 늘어난다.


이런 불안감이 들 때면 유튜브 자기개발 강연을 틀어놓고 산책을 한다. 오랜만에 김미경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다. 뼈 때리는 구구절절 옳은 말들에 정신이 번쩍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마흔 중반이 늦었다 생각될 나이가 아니라 100세 시대 인생시계로 오전 10~11시를 가고 있는 거라고. 지금껏 살아온 시간을 중간정산 하지 말고 삶이 지속되는 한 자기 개발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말들이 어지럽던 머릿속을 진정시키는 기분이 든다.


특별하게 잘하는 것 없는 내가 지금부터 준비를 해 노년까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일단 관심 있어하는 분야를 생각해 본다. 사람 상대 하며 타인과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혼자 성실히 준비해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들.. 부동산에 흥미를 느끼고 있으니 경매 공부를 천천히 해보자 마음을 먹어본다. 



아침에 눈을 떠 주저 없이 책과 노트북을 챙겨 들고 아지트처럼 이용하는 카페 2층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온라인 강의를 보는 내내 어려운 용어들에 마음이 심란해지기도 했다. '오늘이 1일 이니깐, 어려운 게 당연한 거야. 일단은 꾸준하게 해 보는 거야!' 움츠려 드는 마음을 , 포기할까 하는 마음을 달래고 다독여 본다.

"불안이가 컨트롤러를 잡으면 연습과 노력을 더 하니까 차라리 나아"

인사이드아웃 2 영화를 보는 내내 사건을 만들어내는 불안이라는 캐릭터가 밉지 않게 느껴진 것도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불안이라는 녀석을 최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로 18년간 다니던 직장을 자의가 아닌 타의로 그만두게 되며 모든 것을 잃었다 생각했다. 그 당시 나라는 존재가 완전히 소멸되는 상실의 고통을 느끼면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역시 불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안이 가득한 진공의 상태에 둥둥 떠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불안을 양분으로 나아가는 내가 있었다. 

불안하니 알아보고, 불안하니 찾아보고, 불안하니 공부를 한다.


공부 1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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