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시작한 경매공부
"예상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야 된다고!"
"괜찮아, 자기 개발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거니까!"
얼마 전 우리 집 꼬꼬마와 함께 인사이드아웃 2를 보고 왔다.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 중 유독 눈에 띄는 캐릭터가 있었는데, '불안이'라는 입꼬리만 잔뜩 올리고 여유롭지 않은데 여유로운'척' 만하는 녀석이었다.
시종일관 광기의 맑은광눈을 하고 라일리의 머릿속을 불안으로 뒤덮던 녀석의 대사 중 인상적인 몇몇 대사가 있었으니 바로 위에 적은 두 대사였다. 내 삶의 모티브는 늘 예상 가능범위의 일들을 최대한 미리미리 '염려'하여 사전에 준비를 해야 한다였기 때문이다. 내 좌측 팔에 걱정, 우측팔에 염려가 나를 질질 끌고 여기까지 오게 했다.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을 하고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염려하며 살아온 세월.
나는 정말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최근 나는 앞으로 살아나갈 중년과 노년의 시간이 염려되어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다.
자영업자로 3년을 살아보니 한계성을 느끼곤 한다. '언제까지 이일로 돈을 벌어먹고살 수 있을까?'
50대를 향해가는 남편의 직장 재직 기간은 길어야 5년? 나라도 안정적으로 기반을 다져 놔야 남편이 퇴직을 하고도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터인데, 오십이 되어서 또다시 둘 다 흔들리고 있으면 그땐 우리가 바로 일어날 수 있을까? 어느새 훌쩍 자라는 먹성 좋은 두 사내아이를 보며 '이제는 치킨 한 마리는 부족하고, 라면 두 봉지정도는 간식도 안 되겠구나.. 나 돈 많이 벌어야겠는데?'와 같은 현실적인 고민들이 늘어난다.
이런 불안감이 들 때면 유튜브 자기개발 강연을 틀어놓고 산책을 한다. 오랜만에 김미경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다. 뼈 때리는 구구절절 옳은 말들에 정신이 번쩍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마흔 중반이 늦었다 생각될 나이가 아니라 100세 시대 인생시계로 오전 10~11시를 가고 있는 거라고. 지금껏 살아온 시간을 중간정산 하지 말고 삶이 지속되는 한 자기 개발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말들이 어지럽던 머릿속을 진정시키는 기분이 든다.
특별하게 잘하는 것 없는 내가 지금부터 준비를 해 노년까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일단 관심 있어하는 분야를 생각해 본다. 사람 상대 하며 타인과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혼자 성실히 준비해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들.. 부동산에 흥미를 느끼고 있으니 경매 공부를 천천히 해보자 마음을 먹어본다.
아침에 눈을 떠 주저 없이 책과 노트북을 챙겨 들고 아지트처럼 이용하는 카페 2층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온라인 강의를 보는 내내 어려운 용어들에 마음이 심란해지기도 했다. '오늘이 1일 이니깐, 어려운 게 당연한 거야. 일단은 꾸준하게 해 보는 거야!' 움츠려 드는 마음을 , 포기할까 하는 마음을 달래고 다독여 본다.
"불안이가 컨트롤러를 잡으면 연습과 노력을 더 하니까 차라리 나아"
인사이드아웃 2 영화를 보는 내내 사건을 만들어내는 불안이라는 캐릭터가 밉지 않게 느껴진 것도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불안이라는 녀석을 최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로 18년간 다니던 직장을 자의가 아닌 타의로 그만두게 되며 모든 것을 잃었다 생각했다. 그 당시 나라는 존재가 완전히 소멸되는 상실의 고통을 느끼면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역시 불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안이 가득한 진공의 상태에 둥둥 떠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불안을 양분으로 나아가는 내가 있었다.
불안하니 알아보고, 불안하니 찾아보고, 불안하니 공부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