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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연 Sep 02. 2024

너에게 건네받은 텔레파시

"무슨 걱정 있어?"

새벽녘 선잠에서 깬 아이가 나의 얼굴을 보고 묻는다. 그저 멍하니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아이에게 마음을 들킨 거 같아 조금 놀라고 말았다. 


"엄마 얼굴에 걱정이 있는 거 같아?"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이 그래 보여. 일루 와 내가 안아줄게."


조그마한 가슴팍에 나의 머리를 묻으니 토동한 두 팔이 목을 힘껏 그러 안는다. 녀석에서 안기어 콩닥거리는 작은 심장의 소리를 듣는다. '콩닥콩닥.. 콩닥콩닥'




아들만 둘씩 나란히 낳아 키운 친정오빠와 나에게 누구든 딸하나 더 낳았으면 좋겠다 말하던 친정아빠.

키워줄 것도 아니면 그런 험한 소리 하지 말라고 정색을 하며 말했지만 정작 아빠가 돌아가시고 친정오빠는 뒤늦게라도 딸을 하나 낳아 키우고 싶다 희망했다. "네가 아빠 곁을 지키는 걸 보고 딸은 하나 있어야 하겠더라"


아빠의 임종을 마치 알기라도 하듯 때맞춰 서울에 도착해 밤새 그의 곁을 지켰다. 생각해 보면 말수가 없는 아빠의 기분과 필요를 먼저 눈치채고 아는 체 하던 나였다. 그것은 딸과 아들의 성별적 특성의 문제가 아닌 40년간 아빠와 내가 서로에게 쌓아둔 신뢰와 사랑에서 비롯된 일들이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요즘에서야 부모자식 간의 텔레파시가 존재한다는 걸 느끼게 된다. 초자연적 의미의 텔레파시가 아닌 상대를 향한 관심과 관찰에 의해 만들어지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오로라. 숨소리 하나에도 언어가 섞여 있는 다른 감정들을 알아챌 있는 능력. 그것은 바로 조건 없는 사랑이었다. 아이들에게 일방적인 사랑을 쏟아붓고 있다 착각하는 순간, 저렇듯 선선한 사랑의 표현들이 아이를 통해 나올 때마다 나는 숨이 멎을 듯 벅차오른다.


동이 트는 새벽녘, 세상에 없는 아빠의 생일을 생각했다. 태어난 날을 축하받을 당사는 정작 이 세상에 없는데 케이크에 초를 꼽아 축하를 해야 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곰곰이 지난날 아빠의 생일을 떠올려 본다.

볼을 크게 부풀려 후~하고 불던 촛불을, 꺼져가며 피어오르던 연기를, 함박웃음을 짓던 그의 표정을.

슬픔으로 물들 찰나, 아이가 나를 향해 묻는다. '무슨 걱정 있어? 일루 와 내가 안아줄게'


그래, 엄마는 지금 따스한 위로가 필요했어. 너는 그걸 어떻게 느낀 거니? 엄마의 텔레파시가 너에게 와닿은 걸까? 네 품은 작지만 무척이나 따스하고 사랑가득 하구나. 콩닥콩닥 울리는 심장소리가 마치 내 아버지의 품 같아 귀를 기울이게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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