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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현 Jun 02. 2024

배려

 그제도 퇴근길에 버스를 탔다. 이 버스는 지하철역을 지나가기 때문에 사람이 늘 많은데 금요일 오후여서인지 유독 사람이 많았다. 대형마트 맞은편 정류소를 지날 무렵 사람이 더 탔는데 잠시 뒤 약간의 소란이 일었다. 주인공은 운전석 대각선 뒤 두 번째 자리쯤 앉아계시던 할머니와 방금 버스에 탄 임산부 손님이었다. 그녀는 한 내 또래쯤 되어 보였다. 임산부는 ‘할머니가 먼저 미셨잖아요!’라고 크게 외쳤고 할머니도 ‘아유 뭐 얼마나 대단한 것 들었다고 그래’라고 소리치셨다. 아마도 붐비는 공간 안에서 할머니께서 무언가를 꺼내시다가 살짝 접촉이 있었고 임산부는 잡을만한 손잡이가 멀어 불편한 상황에서 짐(스시 두 팩)도 있었기 때문에 놀랐던 듯 싶다. 누구도 먼저 사과하지 않았고 버스 뒤쪽에 공간이 조금 생기자 임산부가 그 쪽으로 자리를 이동하면서 상황은 그냥 일단락됐다.


 버스와 지하철에서 흔한 풍경이다. 살짝 부딪혀도 조건반사로 ‘죄송합니다’ 가 아니라 위 같은 경우가 더 자주 발생하는 듯하다. 임산부와 할머니는 당연한 배려 대상이면서 종종 편견의 대상이기도 한 것 같다. 편견을 만들어내는 혐오문화는 일상에 조금만 불편함이 생겨도 쉽게 생기는데 대상을 바꿔가면서 빠르게 퍼지는 것이 특징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때로 살아가기가 힘드니 한번씩 그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가 싶다가도 가끔은 그 미움의 정도가 지나친 것 같고 또 가끔은 실제로 그 대상자들이 지나치게 배려없이 행동하는 통에 그 혐오인식을 정당화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정책의 역차별 논란이나 노키즈존 등은 혐오까진 아니지만 잔잔한 불편함이 드러난 결과이겠지.


 그날 버스에서 불편한 접촉이 있었던 바로 그 순간 할머니와 임산부의 사과를 가로막은 것은 애초에 그들이 가지고 있던 서로에 대한 편견이었을까? 너무 쉽고 흔하게 가지는 ‘노인분들은 대중교통 안에서 배려가 없어’, ‘요즘 젊은이들은 예의가 없어’ 와 같은 그런 인식. 때로는 그런 편견에 의존하면 판단이 쉽다. 요즘은 그게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니까. 그래도 그 불만이 끝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나부터도 가끔씩 버스나 지하철에서 불편한 일을 겪은 날 그이들에 대해 속으로 한 바가지 불평을 하다가도 저녁때 되면 갑작스레 미안함이 쓰윽 올라오곤 한다. ‘그래 일부러 그런것도 아닌데 뭐’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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