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더랜드」 리뷰 2
제사는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의식이다. 영화 원더랜드 속 고인에 대한 AI 복원 기술이 상용화된 2100년대의 제사 풍경을 상상해 본다. 더 이상 많은 음식을 만드는 육체적 노동과 복잡한 제사 의식으로 고인에 대한 죄송스럽고 안쓰러운 마음을 대신하지 않는다. 이제는 AI를 통해 고인의 건강한 모습을 언제든지 만난다. 제사일은 특별한 날이니까 대형 TV 속 고인의 AI도, 그들을 만나러 오는 가족들도 조금 더 화려한 의상을 입고 온다. 물론 이 의상은 사전에 정한 드레스코드에 따른 것이다. 즐겁고 가벼운 파티를 연다. 100년 전 코로나 시국에 유행했던 ZOOM 화상회의 못지않게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AI와 휴먼의 파티가 시작된다. 시간과 공간을 가볍게 넘나 든다. 명절날 흔히 보이는 각자의 근황 토크와 적당한 자랑거리와 잔소리들이 한바탕 지나가면 가볍게 파티 음식을 먹는다. AI와 휴먼의 파티는 여느 즐거운 파티 못지않게 서로의 이질감이 없다. 제사일이 아니어도 언제든 자주 만나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후 꽤 시간이 지나 칠순이 된 딸이 부모님을 만나는 풍경이다.
묘지가 아니라 대형 TV 앞에서.
휴먼 딸) 엄마, 아빠 잘 지내고 계시죠? 나 오늘 칠순 됐어. 애들이랑 가볍게 식사하고 헤어졌어. 오늘은 애들, 손주보다도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왔어. 오래 산 것 같은데 그래도 70세는 처음이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마흔이 넘은 자식에게 잔소리는 어떻게 참아야 하는지, 바쁘게 잘 살고 있는 자식들을 보면 뿌듯하면서도 한 번씩 고개를 드는 서운함은 어떻게 감춰야 하는지, 나이 들수록 짙어지는 외로움은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여전히 삶은 어렵네. 엄마, 아빠 70살은 어떻게 살아야 해? 어떻게 사는 것이 더 현명하고 행복한 길일까?
AI 엄마) 아이고, 아직 70세면 아기다 이것아. 이제는 평균 수명이 120세가 된 지 오래인데. 엄살 부리지 말고 세상을 더 배워. 퇴직했다고 놀기만 하면 더 빨리 늙는다. 다치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책을 많이 읽어. 노인용 도서 글씨 크게 잘 나오더구먼. e-book을 보든지. 이제 체력을 아껴야 하니 간접적으로라도 경험치를 더 많이 쌓아. 나이 들면 고집이 세지고 편견이 생겨 남의 말이 잘 안 들릴 수 있다. 엄마가 늘 옆에서 알려줄 순 없으니 훌륭한 책 많이 보면서 성찰도 좀 하구.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잖아. 현명한 선택들을 하기 위한 너만의 방법을 더 찾아봐.
우리 딸, 지혜롭고 건강하게 노년을 즐기다가 천천히, 여유 있게 와~
엄마가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