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마지막을 맞아 서간문을 쓰고 싶어서 쓰는 글
시간이 흘러 겨울이 코 앞으로 왔어요. 노란 은행잎을 주워다 책 사이에 꽂으며 당신 생각한 지가 엊그제고, 달무리가 빛바랜 무지갯빛으로 진 11월의 둥근 보름달을 감탄하며 당신 생각한 지도 엊그제인데, 이제 11월이 끝나가요.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의 나무는 옷을 벗었고, 가득 찬 보름달은 반 이상 기울었어요.
작년, 한국 나이에서 만 나이로 나이 계산법이 바뀌었던 것을 기억하나요? 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저는 2년 동안 기어코 29살로 살았어요. 한 해는 그냥 '29살', 그다음 한 해는 '만 29살'. 29살이라고 할 때마다 주변 친구들에게 비웃음을 샀지만, 이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제 마음이었어요. 다행스럽지만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며 두 번의 29살을 보냈으니 20대의 마지막을 보내는 것이 그리 아쉽지 않을 거다 생각했지만, 갑자기 찾아오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당신은 알까요? 오늘같이 불안감이 엄습하는 그런 날 말이에요.
내년이면 저는 어쩔 수 없는, 영락없는, 30대가 되어버리는데, 미디어에서 비치는 결혼 못한 '30대 여자'의 평판을 살펴보자면, '결혼시장에서 이미 경쟁력을 잃었고, 외롭고, 쓸쓸하고, 하자가 있고, 약간은 불쌍한' 그런 사람인 거죠. 이건 '미디어의 상술이다, 세상의 농간이다'라며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있지만, 제가 발 붙이고 있는 곳은 그런 미디어가 주류인 세상인걸요. 불안감을 느끼고, 약간은 조급해지는 게 저의 탓만은 아닌 거예요.
물론 30대가 되어도 삶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고, 저의 가치관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을 이제는 알지만, 가보지 않은 길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떨리잖아요. 맞아요. 떨림! 약간의 설렘과 떨림도 함께 있어요!
아무래도 유난스럽지 않은 게 좋겠어요. 연말이 지나기 전에 우리 커피라도 한 번 마셔요. 밥을 먹을 수 있으면 더 좋고요. 날이 부쩍 쌀쌀해졌는데, 감기 조심해요. 아쉬움보다는 설렘과 떨림이 함께 하는 연말 보내고요.
떠나가는 노란 가을빛과 포근한 달무리를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