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10 - 마감하며 느낀 소회
청춘, 혼자 걷는 길
그래서 그대는 불면증
오늘도 그대만 불협화음
웃으며 처음처럼 어떻게 지내
니 목소리 사라지고 있어
내일의 내게 무엇을 말해야 하나
내 눈물이 하는 말
오랫동안 나는 너였다
사랑이라고 믿었다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달빛에 그려지는 이 마음을 보낸다
우주 속에서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
우산을 쓰고 구두를 벗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냥 지금 바람이 좋잖아
별의 조각 너를 부르는 바람
영원한 친구 행복을 주는 사람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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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프로젝트를 마감합니다.
그래도 짧은 시간, 10편의 새로운 시가 탄생했네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 가요의 곡명이 참 서정적이면서 시적인 좋은 구절이 많다는 것을 새삼 재발견했습니다. 더불어 제가 평소에 좋아하고 즐겨 듣는 노래 위주로만 음악감상을 했다는 것도 돌아보게 되었어요.
바삐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정서적인 휴식이나 취미를 위한 활동에조차 효율성을 추구하고, 빠듯한 시간을 아깝지 않게 썼다는 가심비를 느끼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제 모습이 보여 조금 씁쓸하기도 했더랬지요.
출퇴근길 오가며, 혹은 점심시간 잠깐동안이나 잠에 들기 전 얼마의 시간.. 그 소중한 시간에 아직 잘 모르거나, 그다지 많이 좋아하지 않는 노래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니까요. 많이 확보되지 못하는 나만의 시간에, 익숙하고 제일 좋아하는 것들을 찾는 심리를 뭐라 할 수도 없는 일이죠.
이런 세태의 원인으로는 기본적으로 안정을 추구하고 내성적인, 혹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외향적인, 그런 기질의 차이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치겠지만 그건 개인 간의 격차를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구조적으로 바뀌어 가는 이 큰 흐름은 기질의 차이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것 같아요.
지금 극장들 티켓 가격이 올라가고 영화산업이 힘든 것도, 처음엔 코로나가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다양한 OTT 플랫폼들 속, 넘쳐나는 콘텐츠들로 인해 여간해선 굳이 극장을 찾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죠. 코로나는 그 시간을 조금 앞당긴 것뿐이었고요.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도서구매와 독서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성인 1명이 1년에 책 한 권을 채 읽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의 세태였는데, 3일 만에 100만 부가 넘게 팔렸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이고 문학의 위대한 힘을 보여준 일이라 생각합니다. 또 대형서점과 조그만 독립서점들 간의 상생협력의 모습까지 일부 보이고 있다고 하지요.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이것이 진정으로 사회 전반적인 문학에 대한 고양과 함께 휴대폰에 짓눌려 사라졌던 독서문화를 다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어줄지 싶은 겁니다.
3일 만에 100만 부가 넘게 팔린 책도 도서 시장 전체에 단비가 되어준 것이 아니라 한강 작가님의 책 판매량이 그렇다는 거니까요. 물론 그런 도서구매 및 서점 방문 열풍에 그 외 다른 분야, 다른 작가님들의 도서도 함께 판매되는 그런 낙수효과가 일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뉴스를 통해서는 그런 이야기는 발견하지 못했더랬지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혹여 문학과 작품 그 자체보다는 우리나라 작가의 소위 그 대단한 ‘노벨문학상 수상작품’이라는 타이틀에 최소한 이것만큼은 봐줘야 어디 가서 얘기라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집에 몇 권쯤은 소장을 해 두어야 할 것 같고, 남에게 뒤처지는 것을 싫어하는 경쟁 심리까지 발동한 것은 아닌지..
그런 심리에 기반한 화려한 잔치라면, 마치 요식업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무슨 아이템이 하나 뜨면 그 관련된 가게만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다가 금세 사그라들어 다른 아이템에 자리를 내어주고 많은 업소들이 폐업을 하는 것처럼 이 열띤 분위기가 또 언제 사그라들지 모를 일이죠.
물론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역시 그나마 노벨상을 못 탄 것보다는 당연히 훨씬 좋은 일이긴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네요.
요즘 사람들, 특히 MZ세대들은 모르는 사람뿐만 아니라 심지어 지인과도 허물없이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육성을 나눠야 하는 전화통화를 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한다죠. 이른바 전화공포증(Call Phobia)..
우리가 어떤 낯섦과 새로움을 어색해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불편해하는 그런 심정, 내 주변의 경계선을 확실히 그어놓고 무엇인가 그 안으로 들어오는 데는 너무나 많은 에너지의 소모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한번 실수하거나 실패하면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나 큰 대한민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방증이 아닐까요?
지금 우린.. 낭만이 사라진 시대를 목격하고 있죠. 배달 서비스처럼 비대면이 강요되고 일상화되어 버린 시대.. 너무 각박합니다. 문득 씁쓸하고 서글프고 뭐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이야기가 너무 산으로 왔나 싶긴 한데..
그래서 암튼 전 이제 그동안 안 들어본 다양하고 새로운 노래도 전주가 좀 길거나 첫 느낌이 별로라고 휙휙 지나가 버리지 않고, 천천히 들으면서 음미하며 새로움을 맛보려고 합니다. 내가 애정하는 그 어떤 것도 처음에는 모두 새로운 것이었으니까요.
노래부터 시작해서, 독서도, 운동도, 사람들 간의 교류에서도.. 조금 더 차분하게 마음의 여유를 유지해 보고자 애써 보려 해요. 일단 오늘 출근길은 로제의 ‘아파트’란 곡을 들으며 왔어요. 아주 재미있고 신나는 곡이더군요.
여러분도 한 번쯤 생각해 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