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이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타고, <소년이 온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2024년의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대통령이 나와 다수의 국민들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일시에 척결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한다. 정말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온라인엔 각종 풍자와 썰들이 난무하고 있다. 남의 나라 일 같으면 배꼽을 잡고 웃을만한 해학이 넘친다.
어제 친우들과 술을 한잔하고 있다가 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 비분강개하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혹시 다치는 사람이라도 없을지,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잡혀갈지, 계엄해제 의결 정족수를 못채우는 것은 아닌지, 정말 갈 데까지 가는구나.. 감옥 가기 싫다는 마누라 때문에 폭주를 하는구나.. 싶은 마음이 뒤섞였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초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국정을 이끌어 나갈 아무런 능력도, 의지도, 목표도 없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확인이 되었지만, 무지성에 심리적 공황 상태의 대통령 내외는 이제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와 외교에 얼마나 큰 리스크가 되고 있는지 전 세계에 스스로 널리 알렸다.
깜냥이 안되는 무자격자를 앉혀놓은 죄로 우리가 오랜 시간 큰 희생을 치르며 쌓아온 국격과 성숙한 민주주의 체제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마도 보안을 이유로 김용현 국방장관을 비롯, 극소수의 지휘체계를 통해 이번 일이 은밀하게 준비되었고, 계엄 담당부서와 전 군에 대한 작전권을 갖고 있는 합참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앉힌 한계로 인해 수방사와 특전사 등 일부 군부대들만 계엄 준비가 되어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마저 재빠른 움직임을 보이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면 왜 국회를 진압하지 못했겠는가.
그것은 명령에 따라야 하는 군인이지만 그들도 이 계엄선포가 말도 안 되는 것을 알았다는 방증이 아닐까. 더불어 그렇게 국회의원을 체포하고 몰려온 시민들에 대해 강경 진압을 했다간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활활 타오르는 시민의 분노가 더 큰 도화선이 되어 돌아오리라는 것을 그들도 알았던 것일게다.
경찰 병력들도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의 출입을 막지 말라는 무전과, 막으라는 무전이 번갈아 가며 혼선이 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 권력의 개가 되어 그들을 보위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 같은 그들이었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것이, 금도라는 것이 있는 법. 그들도 그것을 안다는 것.
중요한 것은 이제 군경도 우리 국민들이 총칼로 워협하고 몇 명 쏴 죽인다고 겁먹고 물러나 납작 엎드릴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의 투쟁 가운데 끝까지 꺾이지 않고 죽음도 불사하여 쟁취해 냈던 그분들, 한강 작가가 되살린 그 ’소년‘ 같은 희생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분들로 인해 얻어낸 값비싼 결실이자 크나큰 희생의 대가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80년 광주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이런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도도히 흘러, 어떤 고난과 어떤 무도함에도 굴하지 않고 잡초처럼 견뎌내며 끝내 이겨내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는 데 있어, 80년 광주의 그분들이 핏빛 주춧돌이 되어 주셨음에. 가슴 먹먹하며 또한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내란의 주동자들에게 온당한 처벌을 하자.
이름만 수없이 바꿔왔지 일말의 회생 가능성도 없는 공화당, 민정당의 후신 국힘은 해체를 시키자. 그들에겐 철학도, 정치이념도, 국민을 섬긴다는 의식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각자의 사리사욕에 눈이 먼 이익공동체이자 정치 모리배들일뿐.
이제 새 출발을 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어둡고 지난해 보였던 그 길을 윤석열, 김건희 내외가 스스로 활짝 열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