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harine Slade-Brooking의 '브랜드디자인'을 중심으로
석사시절 디자인경영을 전공하며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다. 브랜드에 대한 이해 없이 디자인분야에 종사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시대에 살게 되면서, 학교에서도 어떤 과목을 가르치던 학생들에게 현실적인? 디자인 분야를 이해시키기 위해 브랜드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특정 브랜드에 대한 성공요인이나 전략을 분석하는 책들은 많지만, 브랜드 개념에 관해 무겁지 않고 쉽게 이해시키는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러던 중 디자이너이자 교육자인 캐서린 슬레이드 브루킹(Catharine Slade-Brooking)의 '브랜드디자인: 브랜드를 만드는 힘은 직관이나 감성이 아니다. 촘촘한 실무의 단계들이다. 디자인이다.'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브랜드의 본질을 생각하게 된 계기.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자그마치 '돈(MOENY)'이라는 것을 꺼내어 '사게 만드는 힘'이 브랜드에 있다. 브랜드를 눈에 보이는 제품이나 서비스로 정의할 수 있을까. 결국 사람들이 무언가를 '사는'이유를 아는 것이 브랜드가 가진 힘일 텐데, 세상에 똑같이 생긴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듯이 사람들이 무언가를 '사는' 이유 또한 라이프스타일, 세계관, 신념, 자라온 환경, 받아온 교육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가지각색이다.
학생들에게 브랜드를 설명하며, 사람들이 샤넬과 에르메스를 몇천만 원씩 주고 사는 이유를 질문하곤 한다. 그 고가의 브랜드가 자신의 정체성 또는 소망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브랜드가 자신을 정의한다고 생각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일명 자신이 구매하거나 소비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자신을 정의하려는 경향과 연관이 있는 컨슈머리즘(Consumerism)과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어떤 가방을 메고, 어떤 카페에 가서 어떤 노트북을 꺼내고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한다고 생각하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브랜드는 라이프스타일이고, 신념이며, 삶 그 자체이다.
학생들에게 차를 선택해야 한다면, '중고 폭스바겐 캠퍼 벤'와 '미니 쿠퍼'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 묻곤 하는데, 디자인이 예뻐서 미니 쿠퍼를 사겠다는 친구, 폭스바겐이 더 있어 보여서 폭스바겐을 선택한다는 친구, 중고가 싫어서 미니 쿠퍼를 선택한다는 친구 등. 정말 다양한 답변을 듣게 된다.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를 통해 그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우선 기준, 즉 그 사람의 삶을 끌어가는 신념이나 가치관을 짐작할 수 있다.
분야를 불문하고 이 세상의 모든 브랜드의 최종목표는 무엇일까? 자신이 타깃하는 사람들에게 유일무이한 최우선의 선택이 되는 것이며, 평생의 연인이자 베스트 프렌드가 되는 것이다. 어떤 브랜드가 나와도 나는 죽어도 이 브랜드! 를 외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브랜드 창업자는 이 세상에 없어도 그 브랜드만은 살아남아, 세월이 갈수록 더 강력하고 힘이 있는 브랜드로 성장해갈 수 있는 것이다.
'브랜드'를 이해하기 가장 쉬운 방법 중에 하나는 브랜드를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과 친해지고 평생 보고 싶은지를 생각하면 어떤 브랜드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강력한 브랜드가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내가 필요할 때만 찾고, 툭하면 거짓말하고, 어려운 일은 모른척하고, 잘못한 것은 숨기려 하는 사람과 평생 베스트 프렌드가 되고 싶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델몬트 푸즈(Del Monte Foods)라는 식품기업은 1886년에 설립되었지만 델몬트라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소개된 것은 1909년이다. 계산해 보면, 올해로 115살이 되었다. 델몬트를 만든 창업자는 이미 이 세상사람이 아닐 텐데 델몬트라는 브랜드도, 그 브랜드를 대표하는 저 방패 BI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 조그마한 나라인 대한민국에 100년이 넘도록 건장하게 살아남아, 한국에 사는 어린아이도 알고 있는 브랜드가 되었다는 것이 델몬트의 브랜드 가치를 증명한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음료브랜드가 있었을 텐데, 그 브랜드들을 다 제치고 지금까지 굳건히 서있는 델몬트. 이것이 진정한 브랜드의 힘이 아닐까.
'BRAND'라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만 했었는데, 막상 실행에 옮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직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인 이유가 가장 크고, 무언가 멋진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나만의 정의가 있어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잘 써보려는 마음 같은 거 다 내려놓고 생각나는 대로 브랜드에 대한 첫 번째 글을 써본다. 시간 끌고 생각만 한다고해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명명백백한 사실을 기억하고, 시간 나는 대로 내가 알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써 내려가보려 한다. 많이 어설프고 다듬어지지 않은 글이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막상 시작하니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도 든다. 이 글에서 브랜드를 한마디로 정의하고 싶지 않다. (글제목하고는 모순적일 수 있으나) 앞으로 브랜드에 대해 더 공부하고, 내 생각을 정리해 가며 더 단단하고 깊은, 진짜 '브랜드'를 알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