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일기2 #젊음

아직 젊잖아?

by 일기와 필름엘범
“아직 젊잖아.”

“에이, 이제 시작하는 나이잖아.”

“뭐든 할 수 있어.”

“너 나이엔 다 그래.”

아마 지금 25살, 이 나이대의 사람들이
가장 자주 듣는 말들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분명 그 말들의 의도가 나쁘지 않다는 건 안다.
불안에 떨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
우리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건네는 말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감사하다.
말 한마디라도 내 마음을 살펴보려 했다는 점에서
그 마음만큼은 충분히 고맙다.


하지만… 그 말들이 와닿지는 않는다.
정말로 그렇다.
나도 안다.
나이라는 건 숫자에 불과하다고.
앞으로 더 많은 걸 할 수 있고,
시작하기에 늦지 않았다는 말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 말들이 가끔은 너무 가볍게 느껴진다.
내가 느끼는 불안과 무게에 비해,
그 말은 마치 모든 걸 쉽게 덮어버리려는
얇은 담요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괜찮다”는 말이 상황을 바꾸지는 않듯이,
“젊잖아”라는 말도 내 조급함과 흔들림을
달래주지는 못한다.


그 말이 정말 나를 위로하려는 의도였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땐 그 말이
오히려 내 마음의 간극을 더 크게 벌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면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혹시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내가 꼬인 걸까?
괜히 좋은 뜻으로 한 말에 삐딱하게 반응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나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 어딘가는
그 말들이 나를 안아주지 못했다는 사실만 남는다.


어쩌면 나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살아온 어른들에게
지금의 나는 그저 귀엽고 어리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어리면서 뭘 그렇게 불안해하냐”는 말,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마음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말이 내게 닿는 순간,
내가 느끼는 감정들은 한없이 과장된 것처럼 취급받는 기분이 든다.
마치 내가 괜히 예민하게 구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더 말하기 어렵고,
더 외로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에서 ‘젊다’는 말은
때때로 기회보다는 제한과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고 싶지만 늦은 것 같다는 느낌,
비슷한 나이대 친구들은 어느새 앞서가는 것 같고,
나는 아직 출발선 근처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느낌.
그 간극은 생각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생각한다.
분명 나도 언젠가는 지금의 나이를 지나
누군가에게 똑같은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직 젊잖아?"
아마 그들도 지금의 나처럼
그 말이 가볍게 들리거나,
도리어 외롭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은 그런 생각도 든다.
그 말을 해주는 사람들은
정말 자신들이 젊었을 때
‘젊음’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누리고 살아냈을까?
“어릴 때만 할 수 있는 일들”을
정말 하고 싶었던 만큼 했을까?
아니면 그들도 결국
불안과 조급함 속에서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왔던 건 아닐까?


젊다는 건 기회일 수 있지만,
동시에 책임과 압박의 이름으로 덮여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지금 이 젊은 나이 속에서
감사함과 무력함, 기대와 불안,
그 사이 어딘가를 조용히 떠다니는 중이다.

그럼에도 오늘 하루를 또 살아낸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쓴다.
이건 아직 괜찮지 않은 나를 붙잡는
나만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나처럼 불안 속에 있는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나는 과연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어떤 말이 정말 닿을 수 있을까?
나도 아직 모르겠다.


그저 오늘의 나처럼
자기 마음을 조심스럽게 꺼내보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작은 숨 쉴 틈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양심에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 마음이 너무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으면.
누군가의 마음 어딘가에도 나와 비슷한 무게가 있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 두려움보다 희망이 클 때, 우리는 여전히 젊다.”

사무엘 울만

출처: 『Youth』